글방

무능력을 문어발로 해결

한때 사이드 프로젝트가 유행 아닌 유행처럼 번졌다. 누구는 유튜브를, 누구는 블로그를, 누구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서 자신의 강점을 살려 갓생을 살았더랬다. 결국 한 철 유행이 되었고 대부분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듯싶다. 당시 폴로 했던 소셜 미디어 계정을 들어가 보면 대부분 업데이트는 몇 달 전 혹은 몇 년 전에 멈춰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이드 프로젝트 욕구는 여전히 넘실거린다. 매일, 매주 글을 쓰고 무거운 카메라를 가방에 품고...

커피향이 은은하게 스며들었다

있는 듯 없는 듯, 필요에 의해 찾았고 필요가 사라지면 버려졌다. 아니 버려졌다기보다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 맞겠지? 관심 주는 있었다. 내가 원하는 방식과 영역까지 들어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들어가지 못한 나를 책망했다. 매거진 B 한남에서 향긋한 아라비카 커피 한잔하며, 브랜드 토크쇼를 들었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오고 직장생활을 한 그녀에게 아라비카 커피의 경험담을 들으며 근처 맥줏집으로 향했다. 각자 한 잔과 감자튀김을 시켰다. 3월이지만 아직 추운 날씨라 창문을 닫았다....

피곤할 때, 뜨끈하게

여행에서도 우리는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선다. 어제 구매한 소금빵을 한쪽 주머니에 넣고. 근처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들러 따뜻한 커피 2잔을 각자의 손에 캐리해서 가모강으로 흘러간다. 동쪽 산에서 밝은 빛이 비치지만 해는 뜨지 않았다. 조용한 동네는 강물의 소리로 채워진다. 작은 강변의 모랫길은 아스팔트 혹은 우레탄 바닥에 익숙한 발에 신선한 감각을 주며 한 발짝씩 흔적을 남긴다. 흔적을 뒤돌아보며 마주한 곳에는 오리 가족이 시끄럽게 울며 아침 식사 시간을 갖는다....

굶지는 않습니다만

몇 안 되는 반찬통에 내용물보다 빈 곳이 더 보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애장 장바구니, 나이키 고어텍스가 박힌 아니 이제는 너덜너덜한 가벼운 가방을 들고 바로 옆에 있는 시장으로 나섰다. 예전에는 경기나 물가의 그리 민감하지 않았다. 자주 먹는 음식이나 식재료  구매시 가격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에는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시장에는 반찬 가게가 몇 곳이 있다. 김치, 마른반찬, 장조림 등등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아이들이...

골목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아

10월 초이지만 반팔을 입을 정도로 따뜻한 날, 서울이 아닌 교토다. 이곳에서 대학 생활을 보낸 여자친구의 취향과 나의 요구사항이 합쳐진 이번 여행은 도장 찍기보다는 산책이다. 낯선 곳에 내디딘 발걸음은 바삐 움직이는 눈길과는 다르게 느릿한 속도로 내딛는다. 평소에도 걷는 것을 좋아하고 다양한 곳에 시선을 두며 일상도 여행이라 생각하며 도시를 느끼는 내게 다른 나라, 교토의 산책은 마냥 행복하다. 도심보다 골목길과 강변을 걷다 보면 그들의 일상에 들어가 그들의 풍경을...

퇴근하면 밥만 먹고 잡니다.

“노군, 빠레뜨 정리 좀 해놔라” 회사 마당에 큰 화물차가 성큼하고 들어와선 걸컥 배를 까더니 엄청난 양의 물건이 실려 있었다. 제품의 원재료가 도착했고 마당에 내려놓아야 했다. 아무런 기술도 없이 몸으로 때우는 것만 할 줄 알았던 나는 지게차의 덧니에 잘 끼울 수 있도록 빠레트의 방향을 돌려 놓았다. 21살 겨울 방학 시절 나의 첫 알바는 집 근처 엄마가 일하시는 공장에서 잡일하는 역할이었다. 알바의 목적은 여름 방학 매년 도쿄에서 열리는...

팔지만 사지는 않아요

중 2때 즈음 아버지께서 카세트 플레이어를 주셨다. 매일 밤 라디오와 가요 혹은 팝송 컴픨레이션 앨범인 ‘Now’와 “Max”를 들으며 잠을 청하고는 했다. 본격적인 리스너 생활이 시작되었다. 테이프를 지나 CD, MD로 넘어가면서 오디오 기기에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의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고 팔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더 좋은 소리로 듣고 싶었다. 20대 초반에 중고 거래로 저렴한 오디오와 스피커를 구매하여 듣기 시작했고 오디오에 대한 관심은 현재진행중이다. 와싸다닷컴이라는 오디오 커뮤니티에 구매...

그냥 살어~~

“당근! 당근!” 이사 전 짐을 줄이기 위해 읽은 책과 비워진 책장을 판매했다. 크기도 크고 조립이 필요해 프레임에서 책장을 분리하는데도 힘들었다. 오래 쓰기도 했고 튼튼한 녀석이라 보내는 게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 두 개 쓰던 책상도 하나는 팔아버렸다. 모니터도 1개로 줄었으니 굳이 큰 공간이 필요치 않았다. 잘 쓰던 물건을 보내는 일은 어렵다. 사람만큼이나 오래 사용한 물건에 애정을 주지만, 죽어서 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군가는 죽어서도...

지금은 커피를 좋아하고 에스프레소를 사랑해요

일요일 오후 흐리고 무거운 공기로 가득하 버스터미널은 매우 생경했다. 이곳에서 펼쳐질 일상의 기대나 두려움보다 어색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다른 억양의 언어로 가득함도 한 몫했다.   그때의 첫 발걸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도전과는 거리가 먼 소심했던 내가 친구라고는 달랑 하나 있던 이 큰 도시에 지금까지 살아있다니. 비슷한 시기에 이 곳에 입성했던 지인들은 갑감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갔다. 내가 이 곳에서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무엇...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영화 마션이었나? 홀로 화성에 남겨진 와트니는 살아남기 위해서 감자도 심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사막에 묻혀있는 탐사선을 수리하면서 지구와 교신에 성공한다. 그리고 매일 광활한 지평선을 보기 위해 나가는 와트니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할 수 있는거니까. (just because I can)” 아무도 없는 사막 행성 화성에서 자신을 구조하기 위해 달려 오는 동료들을 기다려야 하는 와트니는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내일 아니 당장 몇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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