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 때, 뜨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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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도 우리는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선다. 어제 구매한 소금빵을 한쪽 주머니에 넣고. 근처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들러 따뜻한 커피 2잔을 각자의 손에 캐리해서 가모강으로 흘러간다.

동쪽 산에서 밝은 빛이 비치지만 해는 뜨지 않았다. 조용한 동네는 강물의 소리로 채워진다. 작은 강변의 모랫길은 아스팔트 혹은 우레탄 바닥에 익숙한 발에 신선한 감각을 주며 한 발짝씩 흔적을 남긴다. 흔적을 뒤돌아보며 마주한 곳에는 오리 가족이 시끄럽게 울며 아침 식사 시간을 갖는다. 한참을 구경하다 배고파진 우리는 적당한 곳에 철퍼덕 앉아 아직 식지 않은 커피와 조금은 딱딱해진 소금빵을 씹으며 이곳에서의 첫 아침을 맞이한다.

3박 4일의 교토 여행하는 동안 가장 많이 지나온 곳이 가모강이다. 다리 위를 건너기도 하고, 바로 옆에서 벗 삼아 걷기도했다.  그러다 문득 반대쪽에 멋있는 공연장이 있어 여자친구에게 물었더니 가부키 공연장이라 한다. 그리고 강변에 앉아있는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라며 덧붙인다. 한참을 쳐다보아도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갸우뚱하니 재미난 이야기를 해준다..

“가모 강변에 소풍온 사람들은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려고 해. 저기 봐바 3커플 사이의 간격이 일정하지? 만약에 다른 커플이 온다면 정확히 가운데 지점에 자리를 잡을거야.”

저런 곳에서까지 규칙이 있다는 것이 대단하면서도 신기하기도 하지만 조금은 숨이 막히지만 재미있다. 이곳에 살았던 사람이어야만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여행의 재미를 배가 시키고, 의미를 갖게 만든다.

 

이곳에 와서도 서점, 레코드숍에 들린다. 알아먹지 못하지만, 일본어로 된 F1 잡지 한 권을 구매했고, 비틀즈와 키스 자렛의 중고 바이닐을 구매했다. 분위기는 서울의 그곳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리 정돈이 잘 되어 깔끔한 인테리어지만 심심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김밥레코즈 같은 느낌이랄까? 모두 좋은 곳이지만 음반 가게로서의 매력은 신수동의 도프레코드가 참 마음에 든다. 수많은 음반과 각종 머천다이즈 타인을 배려하지 않으면 지날 수 없는 좁은 통로. 그 속에서 보석을 찾기 위한 여정은 기필코 한 장은 얻고야 말겠다는 도전정신까지 불러일으킨다.

어디보자 2만 2천 보. 오늘도 참 많이 걸었다. 한 명이라도 걷는 걸 싫어했다면 여행은 가당키나 했을까? 아니 만남은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둘 다 번화가 보다는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것도 말이다. 백화점은 점찍은 매장 외에는 눈길이 잘 머물지 않는다.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숙소로 돌아왔다. 3박 중 2박은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이고, 마지막 밤은 ACE HOTEL이었다. 그럼에도 이 호텔이 기억에 남는 건 사우나가 있다는 것!. 사람도 없어 혼자 전세 내며 따끈한 물을 이불 삼아 휴식을 취했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놀고 밤에는 이렇게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30분 동안의 사우나지만 이 시간이 없었다면 우리의 여행은 더 피곤하고, 덜 활동적이었을 것이다. 1박과 비슷한 비용의 2박이었지만 전혀 다른 만족을 가져다주었다. 다음 일본 여행에도 반드시 사우나가 있는 곳으로 예약하자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키득키득했다.

일단 연말에 찜질방부터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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