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을 문어발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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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이드 프로젝트가 유행 아닌 유행처럼 번졌다. 누구는 유튜브를, 누구는 블로그를, 누구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서 자신의 강점을 살려 갓생을 살았더랬다. 결국 한 철 유행이 되었고 대부분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듯싶다. 당시 폴로 했던 소셜 미디어 계정을 들어가 보면 대부분 업데이트는 몇 달 전 혹은 몇 년 전에 멈춰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이드 프로젝트 욕구는 여전히 넘실거린다. 매일, 매주 글을 쓰고 무거운 카메라를 가방에 품고 다니며 인상적인 풍경을 발견하면 렌즈를 겨누고 어느 장면에 포커스를 맞출지 고민하며 렌즈를 조정하고 ‘찰칵!’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얼마 전 이슬아 작가가 한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못 쓴 글도 널리 알린다.” 오늘의 한 줄, 오늘의 한 컷도 애정을 담아 광활한 네트에 올려본다. 대부분 반응은 미미하다. 내 작품 중 스스로도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으면 좋아요의 개수와 상과 없이 괜히 뿌듯하다. 이 정도면 자랑할만 한데?라며 자신감도 생긴다. 이렇게 하나하나 작품을 모으다 보면 소개하기 부끄럽지 않은 작가가 되리라.

 

연희동에 엽서 파는 가게를 간 적이 있다. 그곳에는 사진, 그림 등 다양한 이미지가 한 장의 작은 엽서로 탄생하여 글쓴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중한 문장을 남아 선물할 수도 있고, 빈 공간을 채워 넣기 위한 용도일 수 있지만, 결국 누군가의 빈자리를 따뜻한 감성으로 채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곳의 엽서를 보며 지금까지 내가 담은 사진을 떠올려 보았다. 내 결과물, 시선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모니터 밖의 세상으로 나와 재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진 못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할 만한 가치는 있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지난주 볼일이 있어 충무로에 갔다가 일부러 종로 3가까지 걸어가며 비온 후의 거리를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 수업을 들었던 경험을 더해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담았다. 밤의 서울을, 지저분한 서울을 어둠이 가린 풍경을. 그곳엔 사람이 있었고 우리의 일상이 있었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로 사진을 옮기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를 했다. 평소라면 5개 내외였으나 이번에는 무려 14분이나 하트를 눌러주셨다! 엄청난 쾌거다. 더 자랑하고 홍보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내게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어떤 테마로 사진을 찍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문득 사진과 글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글감과 사진감을 찾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마무리되는 사진 수업의 마지막 과제가 사진집 만들기다. 어찌 보면 단순한 방, 공간을 사진 몇 장으로 채우기보다 몇 개의 단어, 한 줄의 문장이 더해진다면 다른, 넓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데 괜히 어설픈 결과물이 나올까 걱정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애써 응원해 본다.

글이든 사진이든 꾸준히, 잘 하고 싶다. 이왕이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 그동안 많은 이들로부터 받아온 것이 있기 때문이다. 주고받고,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행위다. 그 속에 나를 밀어 넣고 함께하고 싶다.

한 줄을 문장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한 문단 정도는 가뿐히 쓸 수 있듯이, 이제는 연필을 쥐고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무엇을 그릴지 모르겠다면, 글 속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 페이지 한 귀퉁이에 넣어보고 싶다. 오래전 그려 보겠다며 구매한 애플 펜슬을 꺼내봐야지. 아직 살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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