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나와의 대화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되었다. 처음 선정한 주제에서 갈팡질팡하던 내게 확신을 준 사진을 만났다.
전시하겠다고 마음 먹긴 했지만, 어떤 사진을 걸어야 할지 여전히 고민이었다. 일이든, 뭐든 고민이 시작되면 과거의 기록부터 꺼내보는 것이 우선이다. 세상을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한 건 캐논 A70으로 담은 2003년이고, 2006년 것 사진부터 외장 디스크에 남아 있다.
어렸을 적부터 꽃 사진, 다시 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풍경 사진 등 많은 자료가 잠자고 있었다. 그중에 눈에 띈 사진 한장이 있었다. 창밖에는 화사한 햇살이 들어오고, 의자에 앉아 헤드폰을 쓴 셀프 사진이었다. 가족에게 부탁하지 않고, 삼각대를 세놓은 체로 나름 신경 써서 찍은 듯해 보였다. 그래! 20년 사이에 변한 공간의 모습을 통해 나를 표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혼자 방에 있는 것이 좋았고,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우는 것이 취미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20년 전의 방 사진에도 커다란 스피커가 책상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점은 작고 뚱뚱한 CRT 모니터와 티브이라는 것 외에 물건의 종류는 크게 다르지 않다. 큰 책상, 그위에 놓인 음향기기, 책, 문구류 등등.
과거 방사진을 꺼내 보고 셀렉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방을 사진으로 담은 작업을 하면서 생각했다. 가장 편안한 곳이기도 하지만, 방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편안하고, 자유롭고, 복잡하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을까?
이곳에서 생명이 없는 수많은 물건과 소리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글을 읽으면서 저자에 질문하고,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되어, 행동하고 대화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무대 위의 가수라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컴퓨터를 하면서는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와 정보 중에서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있다. 그 사이에서 스스로와 대화하며 결정하고 선택하는 법을 배웠다.
수많은 대화가 이어졌고, 사진과 글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공고룝게 가장 오래된 사진도 2006년이고,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다. 수십만 장의 사진, 수천 개의 글을 모아서 전시하자는 결정을 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매주 글을 쓰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가 아니기에 편한 마음을 먹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물론 전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아닌 몇몇의 지인 정도만 오겠지만, 그들에게조차 공개하지 않은 나의 정보이기에 벌써 긴장이 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꿈꿔온 일이고, 이제 스타트를 끊었다는 생각에 용기를 가지기로 한다.
글과 사진으로 더 솔직한 감정과 경험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의 첫걸음을 사진전이라는 (나름의) 큰 행사로 시작한다는 것이 나쁘지 않다.
얼마 전 전시할 공간을 방문해서 실제 내 자신을 사진을 걸 영역을 확인했다. 가로 4미터가량이지만 엄청나게 큰 벽으로 느껴졌다. 이곳에 내 방의 모습을 건다는 게 맞는 건지. 이런 사진을 걸어도 되는 건지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되물었다. 멤버 중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거장이다”라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관객들을 대하라고. 이 사진을 선택한 분명한 목적이 있기에, 충분히 공감할 것임을 믿으라고. 대충 준비하지 않았지만, 전시가 벌겨냐! 나는 매주 글도 쓰는 사람이다! 20년 동안의 나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2026년을 회복의 해로 삼았다.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나아가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가끔은 후회에서 얻어지는 것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