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좀 빼봐. 그럼 달라질 거야
관계의 어려움은 일상의 불편함 중 큰 영역을 차지한다. 재미있지 않아서, 똑똑하지 않아서, 라는 스킬이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왔다. 사실 그런 스킬이 없지는 않다. 표현하지 않고, 알리지 않기 때문이 더 크다. 내가 하지 않아도 채워주는 이가 있다면 굳이 나서지 않는다. 똑똑함, 앎의 기준 또한 타인과 비교해서 낮은 레벨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사실을 중요시하기에 애매한 부분은 크로스체크의 과정이 필수로 들어가야 하기에, 진지하지 않은 자리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긴 하다. 진지충으로 욕먹을 까봐 스마트폰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지만, 부정확한 사실로 이어지는 대화는 매우 불편하다.
자신보다 타인의 언어에 더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분위기의 모임을 좋아한다. 발언의 기회를 적절하게 나누는 사람이 있는 모임을 좋아한다. 말이 많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도하는 분위기는 지속해서 참여하기 어렵다.
요즘 회사에서는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여전히 레거시 마냥 특정 부서 간에는 여전히 날이 서 있고, 책임 회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크지도 않은 조직에서 이런 상황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번아웃이 자주 온다. 내 문제가 아니기가 더 답답하다. 어쩌다 보니 그 두 조직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빈번한 조직 개편 덕에 두 팀 모두 속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제시하는 의견에 크게 반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봐주는 점은 감사하다.
그 외 팀 사람과도 나쁘지 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업무 중에는 철저히 공적인 마인드로, 감정을 배재하고 대하지만, 결과를 마주하거나, 도움받을 때에는 매우 사적인 마음으로 감사함을 전한다. 탕비실에서 만나면 괜히 말 한마디 건네고, 회사 물품이 도착하면 사무실 안으로 옮겨주고,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쌓여 회사 전체 동료들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런 사람 또한 몇 명 되지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장점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먼저 웃음으로 인사해 주는 사람에겐 최대한 기쁜 표정으로, 사탕 하나 주는 이에게는 일부러 편의점에 들러 달달구리 하나를 더 챙긴다.
좋은 관계의 결과는 피부로 체감된다. 조금 더 편안하게 막 대하기 시작하고, (오히려 좋아), 웃음의 농도가 진해졌다. 먼저 제안해 줘서 업무의 부담이 줄어들기도 한다. 그만큼 도움을 주고, 괜히 자리로 가서 한마디라도 관심을 더 가져주고, 챙겨주는 효과인가? 철저한 기브엔테이크를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이렇게 보니 관계라는 게 대단히 어려운 것도 아닌 것 같다. 왜 과거에는 그러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은 들지만, 금세 현실에 집중한다.
과거의 모습을 돌아보면 표정은 타인이 보았을 때 말 걸기 부담스러울 정도고, 회사에서는 공적인 마인드를 벗어날 수 없었다. 아니,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개인 생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중요한 건 겉으로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다른 이도 아닌 나와의 대화에서 많은 걸 느끼고, 깨달았다.
일도 재미없고, 의욕도 기력도 없는 상태였지만, 다행히 올해 들어서는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될 듯해서,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다시 사진 아카데미에 등록해서 스스로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그 속에서도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음에 감사해하지만, 선생님과 사진 크리틱을 하면 무진장 깨지고, 다시 붙이고, 또 깨지는 반복을 무한히 하고 있다. 수업을 통해서는 사진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솔직해지기, 다정해지기.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
봄이다. 자신에게 미션을 하나 주었다. 몸과 마음에 힘 빼기. 물리적인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 유연해진 나를 만들기. 완벽해질 수도 없으면서 추구하지 않기. 실패에 익숙해지기를. 올봄에는 바라고, 이루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