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통을 가지고 다니는 40대 남자
국민학교 시절 용돈은 하루 300원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먹을 것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는 떡뽁이는 방과 후에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한 주가 끝나는 토요일에는 설탕과 빨간 케첩이 뿌려진 핫도그 하나를 작은 손에 쥐고 집으로 오는 것이 루틴이었다.하지만 대부분의 용돈은 문구류 구매에 썻던 기억이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데도 필통에는 샤프, 볼펜, 형광펜이 가득했다. 다이어리가 유행했을 때는 취향으로 가득채우기도 했다.
30년도 지난 지금 전기먹는 기계를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노트와 필통이 'out my bag'이 었던 적은 없다. 일주일 동안 두어번 꺼내어 메모할 지라도,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지라도 빼먹지 않는다. 왜 아직도 필기구와 문구류를 좋아하는 걸까. 물건을 좋아하고 소유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것의 활용 빈도와는 큰 상관이 없다. 만년필을 꺼내 노트에 한 줄을 쓰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감정이 잉크에 노트에 스며들어 기록이 된다. 한 줄이 한 페이지가 되고 한권의 노트가 된다. 그동안 컨버터의 잉크는 과거의 나의 모습으로 노트에 남겨진다. 다시 잉크를 채우면서 새로운 경험과 감정을 담으려는 설렘도 채워진다.
쓸말이 없을 때는 괜히 낙서를 한다. 표현할 수 없는, 표현하기 힘든 문장은 선으로 남긴다. 그렇게 오늘의 나는 감추어 본다. 솔직한 모습을 마주하는게 두렵기 때문이다. 피하는 것이다. 아니 아껴두는 것일 수도 있다.
도쿄 여행에서 새로운 만년필과 아름다운 잉크를 만났다. 오랜만에 가게를 다니며 펜을 고르는 모습에서 어렸을 적 학교 앞 문방구를 드나들던 나를 만났다. 변하지 않는 취향에 웃음 짓는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공간에 있어 짓는 웃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