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치검치
퇴근 후 장충체육관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동대입구 역에 내렸다. 셔츠 안에는 재작년 공연에서 구매한 트래블러스 앨범 자켓이 그려진 셔츠를 입었다. 소심한 응원이다. 지하철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가 오는 날임에도 길게 이어진 사람들의 모습에서 설렘이 느껴진다.
스탠딩 구역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객의 머리만 둥둥 떠다니고, 지정석에는 의자 색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사람들로 가득하다. 생각보다 거대한 무대, 수많은 조명은 화려하게 자신을 태우면서 흥분과 환희 그리고 감동을 선사해 준다. 그 속에는 나와 우리 그리고 검정치마가 있다.
다른 이들처럼 소리를 지르고 뛰지는 못 하지만 가볍게 몸을 흔든다. 내면에서는 미친듯이 뛰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따라부른다. 소심한 응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누구보다 팬심은 충만하다.
공연에 가면 뮤지션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퍼포먼스를 보는 다른 관객들에 눈길이 간다.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번 라이브 공연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데뷔 20년 차를 바라보는 밴드가 여전히 수많은 관객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홀리고, 여전히 젊은 팬들이 유입될까? 밴드 음악 불모지인 한국에서 검정치마처럼 지속성과 성장세가 뚜렷한 뮤지션은 그리 많지 않다.
단순히 음악이 좋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검정치마만의 '트랜디'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행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스타일을 고집하지만, 꼰대스러움은 전혀 없다. 2데뷔 앨범<201>이나 최근 작 <TEEN TROUBLES>에는 14년의 차이가 있지만 시간에 따른 신선함이나 낡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요탑텐 시절의 음악이 요즘 세대에 소구되는 것과는 다르다. 검정치마는 자신만의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간이 갈 수록 음반의 퀄리티는 높아가고, 공연에서 퍼포먼스는 더 단단해 지고 있다.
초기부터 봐온 아티스트, 브랜드를 지켜보는 것은 꽤나 기분 좋은 일이다. 좋은 것을 일찍 알아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좋아하고 응원하는 브랜드가 지속하고 성장하는 모습에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넉넉하지 않음에도 그들에게 기꺼이 내 카드를 내미는 것에 의미를 굳이 찾지 않는다. 그들을 통해 일상에 조금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