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백년의 인생이 모이는 백 년 한옥
5주차
전남 순창에는 한 번밖에 가지 않았음에도 마치 고향 같은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버스 터미널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다. 덕분에 작디작은 순창읍 시내를 구경할 기회를 준다. 가장 큰 번화가인 사거리의 메가커피와 슈퍼를 지나치면 작은 피자가게와 교회가 보인다. 그럼, 도착이다. 작은 골목길을 들어서면, 족히 3, 40년은 되어 보이는 낡은 간판이 맞이한다. 낡은 듯하지만 주인장께서 열심히 가꾸신 덕에 개성 있는 게스트 하우스가 맞이한다. 입구 우측에는 라운지 마냥 작은 마당이 있고, 대문을 지나치면 꽤 큰 중정이 보인다. 돌로 쌓은 하단에는 많은 꽃과 풀 그리고 큰 나무가 있었다. 이를 보호하듯 오래된 한옥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부엌과 거실 그리고 대청마루가 있는 집과 1인에서 2인까지 묵을 수 있는 방이 이어진다. 100년이라는 세월은 낡음보다는 포근함을 선사해 준다.
그녀와 첫 여행이자 두 번째 방문한 게스트 하우스는 그대로였다. 다만 큰 나무가 사라졌기에 아쉬웠다. 그럼에도 시골 할머니 집 같은 편안함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점심때 도착하다 보니 손님과 사장님은 식사하러 나가셨는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사랑방이자 주방이 있는 사랑채의 마루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장님을 뵙고, 예약한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중정의 전체 모습이나 나무 마루도 좋지만, 방 입구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아한다. 비가 오면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아름답다. 바닥에 떨어지거나 큰 항아리에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들으면 도시 생활의 기억은 온 데 간 데 잊혀 오롯이 나만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음 날 점심을 먹고 사장님과 다른 손님들과 함께 미지의 세계로 떠났다. 첫 방문 때도 갔던 숲이었다. 그곳은 개인 소유지라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만, 사장님 기회로 가능한 곳이다.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마을에서 30분가량 걸어간다. 가는 동안이나 목적지나 너무 아름답다. 속세의 기계는 찾아볼 수 없이 완전히 자연의 품속이다.
도착한 곳은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계곡이다. 그곳에는 작은 시냇물이 있는데, 조금만 내려가면 바위 바닥에 납작이 흐르는 큰 폭의 물줄기가 있다. 그곳에서는 더위를 느낄 수 없다. 땀은 흐르고 습도는 높지만, 너무 시원하다. 괜히 바위 바닥에 앉아 엉덩이까지 시원한 물로 적시고 싶어진다. 아니 누워서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하루하루가 힘겹고 버티느라 진이 빠지지만 가끔 즐기는 여행, 이런 방식의 여행이라면 살아볼 만한 인생이라 생각이 든다.
자연과 함께 조금 친해진 손님들과 사랑채의 탁자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눈다. 각자의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다. 피자, 족발 등 적당히 먹을 것과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에 약간의 장을 봐온 채소들로 전을 부쳐 먹는다. 술은 막걸리! 다양한 곳에서 이곳 순창으로 온 사람들 모두 좋은 분들이었다. 이곳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하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시한부 친분을 쌓는다. 이 시간만큼은 서로에게 다정하고 배려하고 위로하고, 함께 웃는다. 해가 지고 조용해진 마을에 대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은 이곳뿐이다. 옆집에 피해주지 않을 만큼의 데시벨은 귀를 즐겁게 하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유명 관광지도 아니고 평범한 시골 마을이지만, 짧은 시간에 쌓인 경험과 만난 사람들은 어느 여행지보다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다. 혼자, 그리고 함께 방문한 순창은 다시 찾아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준비 없이 당장이라도 떠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 없이 순창행 버스를 탈 것이다. 편안하고 행복이 가득한 곳으로. 유명하고 멋진 곳이 아니라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언제나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곳이라면 고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점 :
-흔히 만날 수 있는 여행지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서 특색있고 좋았습니다! 작가님의 이야기는 주로 이런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찾는 느낌이 장점인 것 같아요.
-상상할 수 있는 주변 풍경 묘사도 좋았고, 그곳에서 일어난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어요. 거기에다 작가님의 인생관도 엿볼 수 있어서 여행 이야기지만 그냥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 :
-첫 문단이 좀 아쉬웠어요. <어림잡아 100년 된 한옥이다. 버스 터미널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다.> 이 두 문장을 문단 뒤로 빼고, 게스트 하우스로 가는 길을 쭉 안내하며 순창읍 시내 구경을 독자들에게 안내하고, 그 다음에 100년된 한옥이다는 말로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마지막 부분에서 <유명하고 멋진 곳이 아니라도 뭐 어때.> 문체가 갑자기 바뀐 것이 좀 아쉬웠어요. 문체를 통일하거나 혹은 따옴표로 처리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