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자락에 Acquired 일곱 편을 정리해서 아카이브에 올렸다. 디즈니 두 편, 뱅가드, 페라리, NFL, 트레이더 조스, 그리고 포뮬러 원. 한 편이 서너 시간씩이라 정리하는 데도 꽤 걸렸다. 다 올리고 나서 목록을 한 번 훑어보는데, 서로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일곱 회사가 한 문장으로 묶이는 느낌이 들었다.
엔초 페라리의 말이다. 페라리는 언제나 시장 수요보다 한 대 적게 인도한다. 페라리는 1년에 1만 4천 대쯤 만든다. 도요타가 열 시간 만에 파는 숫자다. 신차의 81%는 이미 페라리를 가진 사람에게 간다. 1994년 이후로 재고 차량이 없고, 수요가 넘치는 SUV도 전체 출하의 20%에서 상한을 걸어 놨다. 그런데 시가총액은 포드보다, 폭스바겐보다 크다.
디즈니의 볼트도 같은 말을 다르게 한 것이다. 백설공주를 7년마다 다시 개봉하면서 월트는 7년마다 2,500만 명의 새로운 어린이 관객이 생긴다고 했다. 프린트 값만 들이고 300만 달러를 벌었다. 희소하게 보여줘야 값이 유지된다는 걸 디즈니는 1944년에 발견했고, 디즈니 플러스를 열면서 스스로 그 규칙을 깼다. 누적 130억 달러를 잃고 겨우 흑자로 돌아왔지만, 정리 문서는 스트리밍의 소방호스와 플라이휠의 희소성이 구조적으로 충돌한다고 적는다.
NFL은 아예 시청자가 늘지 않는다. 2002년 개막전이 2천만 명, 지난해도 2천만 명. 광고 슬롯도 그대로다. 그런데 중계권료만 폭증했다. 여러 인구집단을 한꺼번에 모으는 라이브 콘텐츠가 그것 하나뿐이어서다. 트레이더 조스는 슈퍼마켓이 5만 개 품목을 둘 때 4천 개만 둔다. 매주 필요한 걸 다 갖추지 않는다. 대신 갈 때마다 좋아할 게 하나는 있다. 한 대 덜, 한 편 덜, 한 품목 덜. 일곱 회사가 전부 이 쪽에 서 있었다.
두 번째 가닥은 반대로 보인다. 내 몫을 줄여서 파이를 키운 이야기다. 1959년 뉴욕 자이언츠의 TV 계약 수익은 20만 달러였고 그린베이 패커스는 5천 달러였다. 이 격차를 두고 NFL은 1961년에 중계권을 리그가 한꺼번에 팔고 모든 팀이 똑같이 나누기로 했다. 벤 길버트는 이걸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내 파이 조각을 더 크게 만드는 걸 포기해서 전체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것.
뱅가드는 한 발 더 나갔다. 펀드가 운용사를 소유하고 투자자가 펀드를 소유한다. 외부 주주가 없으니 이익을 돌려줄 곳이 수수료 인하밖에 없다. 1975년 0.66%였던 경비율이 지금은 0.06%다. 데이비드 로젠탈은 뱅가드가 수수료를 내릴 때마다 우리가 더 높은 실적을 보고했다고 읽으라고 했다. F1의 코스트 캡은 NFL이 백 년 전에 배운 걸 71년 만에 제도화한 것이고, 트레이더 조스는 공급자에게 납품 즉시 현금을 준다. 갑이 되는 대신 최고의 고객이 되는 쪽을 골랐다.
다만 두 진행자도 여기서 갈린다. 데이비드가 뱅가드의 상호소유를 NFL과 같은 일이라고 하자 벤은 아니라고 한다. NFL은 공동 협상이지 주주라는 당사자를 아예 없앤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몫을 나누는 것과 몫을 없애는 것은 다르다. 그래도 방향은 같다. 혼자 다 가지려는 쪽이 오래 못 갔다.
세 번째는 소유다. 디즈니의 모든 것은 1928년에 오스왈드를 통째로 빼앗긴 데서 시작한다. 배급사가 애니메이터까지 빼돌리고, 그 배신한 애니메이터들의 급여를 월트가 물게 했다. 그때 나온 원칙이 우리가 만드는 것은 우리가 소유한다는 것이었고, 이후 백 년 동안 디즈니는 어려울 때도 라이브러리를 판 적이 없다. F1은 반대 사례다. 1981년 콩코드 협정으로 TV 권리 전부가 버니 에클스톤 쪽으로 갔다. 그때는 아무 가치가 없어서 모두가 흔쾌히 넘겼다. 그가 45년 동안 빼간 현금이 30억 달러가 넘는다. 가치가 없을 때 누가 소유권을 챙기느냐가 나중에 다 갈랐다.
네 번째는 조금 슬픈 이야기다. 창업자는 회사를 만들지만 키우지는 못한다. 잭 보글은 1992년에 ETF를 걷어찼고 그 아이디어는 스테이트 스트리트로 갔다. 조 컬럼비가 1979년에 트레이더 조스를 팔 때 매장은 스무 개 남짓이었고 지금은 661개다. 엔초의 신화를 럭셔리 전략으로 바꾼 건 몬테제몰로였다. 그는 1991년에 4,500대였던 생산을 2년 만에 2,300대로 줄였고, 다시 4,500대를 넘는 데 15년이 걸렸다. 월트가 세상을 떠난 뒤인 1984년, 디즈니의 파크와 소비자 제품 이익은 2억 5천만 달러였는데 영화와 TV 이익은 220만 달러였다. 플라이휠의 핵이 부러져 있었다는 표현이 문서에 있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서 9월 초에 올린 글 하나가 자꾸 겹쳤다. 크리스틴 레머-웨버의 안목에 관한 짧은 에세이다. 스티브 잡스나 릭 루빈처럼 직접 만들지 않고도 산을 옮긴 사람들은 안목만 있었던 게 아니라, 평균에서 벗어난 실천가들을 고를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는 것. 큐레이션이 의미를 가지려면 선택지들이 서로 달라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실천가가 LLM이라면 당신이 고르는 것은 곧 평균이라는 것.
일곱 회사 중에 평균을 파는 회사는 하나도 없었다. NFL은 브라운스가 4년을 독주하자 경기가 지루해진 걸 보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자체를 상품으로 설계했다. 트레이더 조스의 자체 상품은 어디에도 등가물이 없어서 가격 비교가 성립하지 않는다. 선택지가 서로 달라야 큐레이션이 된다는 에세이의 말을 회사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안목이 실천에서만 온다는 대목도 그랬다. 피트 로젤은 램스의 PR 인턴 출신이었고, NFL 필름스를 만든 에드 세이블은 아들의 고등학교 경기를 찍던 아마추어였다. 지난 낙찰가가 2,500달러인 걸 알아내고 5,000달러를 써서 챔피언십 영화 제작권을 땄다. 1976년 개인 투자자를 위한 세계 최초의 인덱스 펀드는 목표액의 14분의 1밖에 못 모아서 S&P 500을 다 살 수도 없었고, 280개 종목만 샀다. 그중 80개를 고른 사람은 낮에는 남편 가구점에서 일한 파트타임 여성이었다. 안목 있는 사람이 고른 게 아니라, 고르는 안목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에세이의 결론은 계속 이상한 예술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트레이더 조스 편 본문의 첫 소제목이 모든 규칙을 어기는 가게였던 게 떠올랐다. 온라인도 배달도 세일도 쿠폰도 없고 주차장은 어딜 가나 끔찍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가게를 가장 좋아한다. 수요보다 한 대 덜 만드는 것과 계속 이상한 것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같은 문장의 앞뒤인지도 모르겠다.
정리한 문서들은 아카이브에 있다. 디즈니 1부, 디즈니 2부, 뱅가드, 페라리, NFL, 트레이더 조스, 포뮬러 원, 그리고 안목은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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