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차
유난히 습하고 더운 여름이 지나간다. 아직 태양 빛을 마주하면 목뒤가 뜨끈하지만, 뜨거운 시선을 벗어나면 시원한 바람이 티셔츠의 빈틈을 따라 온몸을 쓸고 지나간다. 이제 걸을 수 있겠다. 7, 8월 내내 실내에만 있지는 않았다. 더운 만큼 뜨거운 태양은 세상을 환히 비추었기에, 그 모습을 눈과 코로 여름 풍경과 향기를 담고 싶었다. 갑갑한 여름 날씨는 5분만 걸어도 땀 한 바가지를 흘리기 때문에 바람과 달리 여름 거리를 만끽하기는 어려웠다.
지난주 가족과 함께 방콕을 다녀온 후 서울은 이전과는 다른 날씨였다. 특히 이번 주는 파란 하늘과 입체적인 뭉게구름 때문에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출퇴근 길에 가끔 하늘을 바라본다. 멋진 구름을 발견하면 이런 상상은 한다. 구름 위에는 다른 세상이 있지 않을까? 우리와 다른 이들이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지는 않을까? 그들도 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나를 보고 있지는 않을까?
사막 속에 신기루처럼 보이는 오아시스를 도심 속 하늘의 구름에서 찾는다. 이 땅을 떠나 저 구름 속으로 날아가고 싶다. 구름을 모자 삼아 걸어보려 한다. 일단 집 근처 우리 동네부터 시작해, 좋아하는 다리 건너 강북으로 향할 것이다. 매년 초가 되면 버킷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서울 둘레길을 걸어볼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있지만, 당장 실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야지.
그럼, 무엇이 하고 싶은가? 내일부터 한, 두 달의 시간이 주어지면, 스페인행 비행기 티켓부터 구매할 것이다. 목적은 단 하나,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마침, 구독 중인 사진 유튜버가 순례길을 걸으며 찍은 사진과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비행기 탑승부터 시작하는 그의 영상은 설렘과 시샘을 동시에 발생시킨다. 후지 카메라 카페에도 다녀온 분의 후기가 올라왔다. 분명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작당모에 의한 것 같다. 이러면 더 가고 싶어져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마련할 수는 없다. 아니 방법은 있다. 그것은 퇴사하는 것이다. 한 달의 유급 아니 무급 휴가조차 주지 않을 회사니까. 포기하기는 아쉬우니 대안을 찾은 것이 둘레길 산책이다. 도심과 산을 걸으며 이곳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생각하고 걸어보려 한다. 실전 대비반이라 생각하고 말이다.
길을 나서기 전에 여행 전과 똑같은 마음가짐과 과정을 거쳐본다.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만들고, 그것들을 넣기 위한 가방을 골라 차곡차곡 채워 넣는다. 차가운 얼음이 가득한 보온병과, 땀과 손을 닦기 위한 손수건은 필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보안업체 요원처럼 나를 지키기 위한 물품을 닿기 쉬운 주머니에 넣어본다. 한번 둘러메 보니 꽤 무겁다. 이걸 메고 3, 4시간을 걸을 수 있을까? 다양한 풍경을 찍기 위한 카메라 장비만 해도 무게가 꽤 된다. 수십 킬로미터를 걷는 것이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짐은 다 뺀다.
가방을 정리하기 전에 걷기 위한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한다. 그저 좋아서인지, 사진을 찍기 위함인지, 별다른 생각 없이 마냥 걷고 싶은 것인지 말이다. 그로 인해 무엇을 느끼고 싶은지가 우선인 것 같다. 복잡한 생각을 알시 정지하고 이어폰과 스마트폰만을 챙긴 채 뒷산으로 향했다. 1시간 정도 걸린 산행으로 시원하게 흘린 땀은 시원한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돌아오는 길에서 상쾌함을 느꼈다. 가볍게 나간 발걸음이지만 마음이 든든해졌다. 동네 뒷산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것은 없구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구나. 대단한 발견이다.
-이번 이야기는 아무말대잔치처럼 이야기가 의식의 흐름대로 흐르는 것 같은데 술술 흘러가서 좋았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괜찮은 것 같아요! 이런 느낌으로 계속 나아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떠나고 싶지만 멀리 떠날 수 없어서, 결국 일상 속에서 여행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한다는 느낌의 서사가 좋았어요. 일상을 여행처럼! 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점 :
-<그의 시선을 벗어나면> 처음에 ‘그’라고 태양 빛을 의인화한 부분이 나오는데, 좀 어색했어요. 의인화가 이 부분만 나오는 것 때문에 더 그런것 같아요. 아예 담백하게 의인화 없이 흘러가면 좋겠습니다.
-둘레길을 걷는 것 -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 - 둘레길을 걷는 것 계속 교차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부분을 좀 정돈하여주면 좋겠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먼저 쓰고, 아쉬우니 둘레길로 흘러가는 정도면 어땠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