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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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
의자
좁은 집에 의자가 3개나 있다. 컴퓨터 및 독서 책상용 의자, 영화 감상용 의자, 옷방의 음악 감상용 의자. 위치나 나름의 용도가 있지만 다른 의자를 두게 된 건 좁은 공간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3개 모두 적당한 편안함은 있지만 재질이나 형태가 달라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 지루함이 싫었다. 신발도 여러 켤레, 안경도 여러 개다.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매일 변화를 주는 것이 일상의 재미다.
3월 16일 : 토요일
새벽에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 아차 지각이다! 하며 가슴이 철렁했고 멍하니 몇 초간 정지 상태로 있다가. 아.. 오늘 토요일이지.. 마음을 놓고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일어나 아침을 먹고 “여전히 달래장은 나의 식사를 책임진다” 커피 한잔 내려마시고 쉬다가 듄을 보러갔다. 주말 극장은 사람들로 한가득. 큰 스크린에 펼쳐지는 사막 이야기는 묵직하면서도 흥미롭다. 다만 인상적인 포인트가 별로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그녀의 작업실에서 조우하고 연희동의 피자집에서 식사를 했다. 치즈가 물컹물컹해서 식감이 좀 그랬지만 도우도 토핑도 준수했다. 오늘이 정식 오픈 첫날이라 사람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오픈 키친이라 눈 앞에서 조리하고, 화덕에 넣고 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눈도 즐거운 곳이다.
근처 보틀팩토리에서 커피 한잔을 했다. 이 동네를 또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이 카페는 매력적이다. 동네 사랑방 같고, 푸근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매력있다. 집앞에 이런 카페가 있으면 좋겠다. 밤 늦게까지 하면서 느긋하게 쉴 수 있게… 하지만 우리 동네에는 없지.
새로운 동네로의 여행은 흥미롭다. 많은 이들이 자주가는 연희동에서 언덕 하나를 넘으면 다른 분위기의 동네를 마주한다. 물은 더럽지만 홍제천은 좋은 산책로이다. 서울보다는 조금은 도시적인 느낌이 적어서 좋았던 곳이다. 다음 번에는 낮에 오고 싶다.
언덕 위의 구름 다리도 건더 보고 싶네.
3월 15일 : 금요일
오후 근무시간이 쏜쌀같이 지나가는 금요일이 좋다. 퇴근 후 오랜만에 책방에 들러 나의 작은 책들을 수령하고 다락방에서 독서를 했다. 금요일 저녁이다 보니 아무도 없어서 조용히, 편안히 있었지만 고양이가 올라오지 않아서 조금은 섭섭 했다. 오랜만에 편안한 공간에서 보낸 시간은 소중하다.
집에 오는 길에 다이소에 들러 이것저것 샀다. 특히 쌀 씻는 볼. 항상 밥솥에다 하다보니 씻은 물도 조금 남게 되고 무엇보다 솥의 손상이 염려되었다. 14년 쓴 거라 이미 다 망가졌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깔끔하게 쌀을 씻을 수 있게 되었다. 밥 맛의 차이는 없겠지만, 그냥 기분이 좋으니까.
그거면 된거지.
3월 17일 : 일요일
- 그녀의 가게 오픈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 감사합니다.
- 머핀플레이트와 딸기 에이드로 맛있고 든든하게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미뤄두었던 선글라스 렌즈 예약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소중한 일요일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17일
장롱
장롱 속 나프탈렌 냄새가 그리 싫지 않았다. 깨끗하게 세탁된 이불 속에 작은 몸을 구겨 넣고 느껴지는 약간의 압박감이 싫지 않았다. 그 속에 숨으면 아무도 찾을 것 같지 않았다. 문을 닫으면 틈새로 들어오는 미세한 빛이 보이는 장롱 속은 마치 우주 같았다.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많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우주 같은 것 말이다. 그곳은 나만의 세상이었다. 어둠만이 가능한 곳이었지만 그 어둠에 나의 상상으로 다양한 세상을 꿈꿀 수 있었다.
3월 16일 : 토요일
- 새벽에 기상 후 철렁했지만 토요일이었음에 감사합니다.
- 듄2를 재미나게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 연희동에서 맛있는 피자와 커피를 마실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16일
바닥 매트
맨바닥이 닿는 게 싫었다. 주로 생활하는 거실, 침실에는 러그나 담요를 깔아서 발의 촉감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발망치의 충격도 약간 감소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바닥이 상하지 않는 게 좋다. 가끔 소파에 앉아 음악을 틀어놓고 러그에 발을 비비는 걸 좋아한다. 마치 고양이들이 자기 털을 핥는 것 같은 행위다. 그럼 마음이 편안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세상과 떨어져 혼자 있는 느낌이다. 그때야말로 진정한 휴식이다.
3월 15일 : 금요일
- 퇴근 후 책방에서 독서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집밥을 먹으며 한주를 반추하고 마음을 다독일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15일
일기장
작년 1월 1일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그날의 감정, 경험을 쓴다. 사소한 일상이라도 기록하여 나중에 다시 보고 추억하기 위함이다. 대단한 목적은 없다. 오늘의 나를 기록하고 되돌아보며 내일을 살아갈 이유와 힘을 얻기 위함이다. 매일 쓸 필요도 없고, 밀려서 한 번에 써도 상관없다. 기록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나를 위한 글쓰기다. 펜이나 키보드를 잡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 쓸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다.
3월 14일 : 목요일
-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3월 14일 목요일
하루하루가 힘들다.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스트레스 받을 땐 먹어야 한다. 양꼬치 3개를 구웠다. 냄새가 어마어마하다. 공기청정기는 열일을 한다. 그만큼 나도 열심히 먹었다.
먹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그럼 되었다.
3월 14일
TV
TV를 켜는 일이 1년에 10번도 채 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볼 수 없는 방송이 있을 때 정도일까? 방송시간을 기다리며 채널 버튼을 누르다 보면 정말 볼 게 없다는 것을 느낀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영화를 볼까 했지만 잦은 광고와 불필요한 이미지들이 감상에 방해가 되어 그만 꺼버렸다. 요즘은 유튜브도 시청도 줄고 있는데, 반대로 독서하는 시간이 증가한 건 오히려 좋은 일이다. 세상사 모를수록 나에게는 득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3월 13일 수요일
수요일 사진 수업은 한 주의 전환점이 된다. 오늘은 이론 수업이었기에 조금은 지루했다.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 다음 주 부터는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기에 기대된다. 이번에는 어떤 기술과 영감을 받을 수 있을지. 결국 내가 열심히 해야겠지만.
수업이 끝나고 내려오는 길에 정독도서관 앞의 치킨집에는 회식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했다. 밤에는 조용한 북촌이지만 이곳 만큼은 시끌 벅적하다.
가끔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그럽다.
3월 13일 : 수요일
- 오늘도 좋은 사진수업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추웠음에도 걸어 내려오며 산책 속 명상을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13일
인형
몇 년째 비닐에 쌓인 빨간 SML 인형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한 SML은 피겨와 전시도 보러 갈 정도다. 정은 있지만 여전히 비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 아이가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제는 나와 피부를 맞대고 정을 나눌 시기인듯하다. 요즘 문득 외로움을 느낀다.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과는 별개의 한 인간으로서의 외로움이다. 내가 받아들여야 하고 견뎌야 하는 수많은 일들이 이제는 힘겹다. 가끔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힘을 내어 보지만, 힘이 든다.
3월 12일 : 화요일
- 퇴근 후 그녀와 함꼐 맛있는 파스타를 먹고 산책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 단골 카페에 들러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여의도역까지 바래다 주며 멋진 야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12일 : 화요일
퇴근 후 작업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가게는 쉬는 날임에도 열심히 일 한 그녀와 함께 경의선 숲길에서 파스타를 맛있게 먹고 오랜만에 경의선숲길을 걸었다. 아직은 공기가 차갑지만 봄이 다가옴을 느낀다. 산책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
조금 걷다가 우리의 단골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아도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힘든 세상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약간의 일을 돕고 여의도까지 바래다 준 덕분에 편하게 집으로 왔다. 조금이라도 함께하고픈 그녀의 마음이 예쁘다.
평일 저녁의 여의도는 여전히 북적였다. 퇴근 후 회식 등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흡연 구역에서 담배피는 사람들을 보며 사회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져본다.
3월 12일
머그컵
예비군도 민방위 훈련도 끝난 나이, 더 이상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이다. 연초부터 국가지원 간암 검사 문자가 날라와 얼마 전에 근처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 검사를 하고 피를 뽑았다. 주삿바늘에 큰 두려움은 없지만 바깥세상에 나온 나의 피를 보는 것이 이상해서 애써 시선을 돌린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검사 결과가 도착했다. 매우 건강한 간이라 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기에 안도하며 원두를 꺼내 커피를 내렸다. 오늘은 병원에서 받은 머그컵에 담아 마셔야겠다.
3월 11일 : 월요일
오랜만에 출근. 피곤했던 지난 며칠 덕분에 조금 시각을 했다. 아침에 지난 목금의 일들을 전해 들으며 오늘의 일과를 시작했다. 이번 주도 별반 다르지 않은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어렵기보다 귀찮은 일들이 더 힘이 들게 한다. 해야하는 일이지만 하고난 후의 뿌듯함은 없는… 그래도 결과물을 기대하며 애써 재미를 찾아 진행해 본다.
혼자 저녁을 먹으며 북적북적했던 날들을 기억해 본다.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아 얼른 밥을 머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정리한다. 그래도 이런 삶이 좋다.
3월 11일 : 월요일
-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외식의 욕구를 뿌리치고 집밥을 먹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11일
옷
무지성으로 구매하던 시절을 지나 입는 옷 보다 입지 않은 옷이 한쪽에 덩그러니 걸려있다. 버리기는 아깝고 팔수도 없는 옷을 어찌하나 찾아보다 기부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렇게 큰 봉투에 입지 않은 옷이 가득 담겼다. 하지만 여전히 방 한쪽 구석에 묵직하게 존재한다. 기부처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 귀찮아 몇 주째 그 상태로 멈춰있다. 옷을 잘 입고 못 입고에 의미 부여하지 않는 지금. 주인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은 또다시 버림받고 있다. 돈 낭비, 시간 낭비 그리고 지구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또다시 옷 구경을 한다. 이제는 구경만.
3월 10일 : 일요일
- 가족들이 부산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망원한강공원을 걸으며 좋은 사진도 찍고 산책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그녀의 마감 일을 돕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10일 : 일요일
7시에 부산으로 출발해야하는 지라 6시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준비를 시작했다. 짧지만 행복했던 시간이 이제 끝이 난다는 아쉬움에 가면서 먹으라고 크로플 4개를 구워주었다. 아마도 8월 가족 여행때나 다시 볼 것 같다. 작별인사를 하고 차가 출발하는 모습에 괜히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별은 언제나 아쉽고 슬픈 것.
집에 와서 빨래를 돌리고 집을 원복했다.잠을 제대로 자지 못 해서 누웠으나 30분 정도 밖에 잠이 들지 못 했다. 2시쯤 일어나서 가방에 카메라를 챙기고 합정역으로 향했다. 따뜻해진 날씨를 즐기기 위해 망원한강공원을 걸으며 오랜만에 사진을 찍었다.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하지만 오늘은 혼자다. 조금은 외로웠지만, 오히려 이 외로움이 반갑기도 했다.
운동장에는 축구, 야구, 농구하는 사람들과 응원 연습하는 학생들로 분주했다. 조금 더 걷다가 망원동으로 향했고 그녀의 가게에서 차와 커피를 마시며 마감을 기다렸다. 약간의 일을 도와주고 중국집에서 맛난 저녁식사를 하고 그녀와 함께 퇴근!
오늘도 긴 하루였다. 아쉬움, 따뜻함, 외로움, 반가움,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낀 하루다. 이번 주말이 오기를 기다리머 설레였던 마음은 다시 일상의 마음으로 전환되었다. 지나간 일은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을테지.
그 기억의 힘으로 내일을 살아가야지.
3월 10일
화장품
외모에 대한 부족한 자신감은 관리 소홀로 이어졌다. 지금도 로션 하나면 끝인 나이지만, 늙어가는 나이가 된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이제서야 관리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하고 하얀 피부의 사람들을 보면 어찌나 부러운지. 그래도 이런 얼굴도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이 정도면 전생의 독립운동가 정도였을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로션뿐만 아니라 보디로션도 바르는 사람이 되었다. 이 정도면 관리하는 남자 축에 속할지도? 내일은 올리브 영에 들러 팩을 하나 사야지. 하루라도 노화를 막고 싶다.
3월 9일 : 토요일
-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 부모님과 종묘, 청계천을 걸으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온가족이 모여 아버지 생신을 축하드리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9일 : 토요일
메인 이벤트 사촌 동생의 결혼식. 종로5가 근처에 있는 개신교 관련 건물에서 진행했다. 다는 사촌형과 함께 축의금 접수 임무를 맡아 결혼식은 식당에서 화면으로만 보았다. 그녀가 태어날 떄 삼촌과 병원에서 아침부터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나는 13살 초등하교 6학년이었는데, 벌써 결혼을 하다니 시간의 흐름이 이렇게나 빠른가.
친척들과 인사하고 잔소리도 들으며 결혼식 이벤트는 끝이 났다. 동생네는 부산까지 오느라 피곤한 탓인지 바로 집으로 갔고, 나와 부모님은 종묘와 청계천을 거쳐 어제와 같이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종묘는 가장 큰 건물이 수리 중이라 보지 못 한게 너무 아쉽다. 청계천은 춥긴 하지만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다. 아쉬운건 3월 초라 새싹이 돋아나지 않아 조금은 삭막한 풍경이었다는 것. 다음에는 좋은 계절에 오셔서 멋진 서울을 구경하셨으면 좋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동생네가 케익에 촛불을 켜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가 아버지 생신이셨기에 간단하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드리고 집 근처 막국수 집에서 식사를 했다. 그냥 동네 식당인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가족모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특히 조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은 오늘의 피로를 모두 삭제시켰다.
집에 와서 위스키도 마시고 케익과 과일을 먹으머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8월에 예정된 방콕여행을 확정 짓고 동생은 호텔을 벌써부터 예약해 버렸다. 8월이라 우기이기도 해서 걱정이긴 하지만 두 번째 가족여행이 기대된다.
3월 9일
거울
본래의 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나고 마주할 수 있어 거울을 싫어한다. 못 난 나의 모습, 웃음보다 무표정하거나 침울한 얼굴을 볼 때문 억지로 웃음 지어 보이지만 어설픔에 다시 입꼬리는 내려간다. 다른 조건보다 그 자체의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났음에도 나의 부족한 부분에 혼자 마음을 쓴다. 왜 스스로를 자신 있게 거울 앞에 내세우지 못하는 걸까? 나를 너무 잘 알아서라기 보다, 자신감, 자존감이 없어서 일 것이다. 내일은 꾸밈없는 나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며 한마디 해보자. “예쁘다. 너여서 예쁘다.”
3월 8일 : 금요일
- 부모님과 이곳 저곳 다니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8일 : 금요일
오늘은 하루 종일 돌아다닐 예정.
서대문 형무소를 거쳐 인왕산과 서촌을 돌아보는 여정이다. 체력 안배를 위해 서대문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다.
서대문 형무소는 작년인가. 3.1절에 다녀왔다. 나도 모르게 무거운 마음을 안고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우리에게는 잊지 말아야할 역사가 있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가 당한 것 만큼 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게 한이다. 아직까지 그들의 언행을 보면 거기에 더 해주고 싶을 정도.
인왕산은 서대문 형무고 근처에서 바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조금 추웠지만 맑은 날이라 따뜻한 햇살 덕에 트래킹하기 좋았다. 오랜만에 오른 산이라 기분이 좋았고, 엄마, 아버지와 함께여서 좋았다. 엄마가 부산에서 부터 챙겨온 간식들이 요긴하게 쓰였다. 역시 부모님 말씀은 듣고 봐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평일임에도 사람이 적지는 않아 가족 사진도 부탁해서 찍을 수 있었다. 인왕산 꼭데기까지 가기 힘들어 중간에 내려오자고 했는데, 지나고 보니 너무 아쉽네. 산 정상까지 함꼐 올라가는 경험을 했어야 했다. 오늘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애써 덮어본다.
서촌방향으로 내려와 통인 시장을 구경하고 근처 토속촌에서 삼계탕을 먹었다. 오골계 삼게탕은 살이 별로 없다며 불만이셨지만 그래도 잘 드셔서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잠시 경복궁에 들러 아버지는 사진을 찍고 나와 엄마는 주변 구경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광화문 광장을 거쳐 시청앞까지 걷고 602번을 타고 집으로 왔다. 부모님 덕에 어제 오늘 꽤나 많이 걷는다. 집에 오니 몸이 아파왔지만 멋진 하루였다.
3월 8일
휴지통
비워도 되는데 조금이라도 더 채우겠다고 꾹꾹 눌러 담는다. 그러다 넘쳐서 다시 담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이제는 절반만 차도 비닐을 묶고 쓰레기봉투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여기만은 더 많이 넣겠다고 봉투마다 한숨의 공기마저 없애겠다고 최대한 압축시킨다. 버리기 위해 들고 갈 때마다 무거운 질수록 알뜰하다는 뿌듯함이 있지만, 지구에게 미안함이 동시에 든다. 집에서 가장 바쁜 도구가 휴지통이 아닐까. 좁은 집에 3개나 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배가 불룩해져서 버려 달라고 아우성친다.
3월 7일 : 목요일
- 연차낸 휴일 여유로운 오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 부모님이 무사히 서울에 도착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내가 차린 밥상을 대접해 드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자주 걷던 길을 부모님과 산책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7일 : 목요일
부모님이 오시는 날. 아침부터 청소하고 정리하고, 대접할 점심 식사인 보쌈 고기와 된장찌개를 끓였다. 마중나오지 마시라길레 집에 있었는데, 버스를 잘 못 타서 예상보다 오래 걸어 오셨지만 힘든 기색은 하나도 없으셨다.
오자마자 복잡한 집을 보며 잔소리가 시작되었고, 얼른 점심 차려 드렸다. 그리고 안양천까지 산책을 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며 오랜만에 부모님과의 시간을 보냈다. 2일 더 함께해야 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건강하신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안심한 하루다.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있는 칼국수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다행이 입맛에 맞으신듯 했다. 집에 와서도 조금은 힘들었지만 내 손으로 처음 대접하는 식사에 혼자 뿌듯한 하루다.
3월 7일
스피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앰프와 스피커를 켠다. 나를 위한 위로의 의미로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재생시키며 아름다운 소리로 긴장했던 몸을 풀어준다. 어떤 때는 긍정적인 흥분, 어떤 때는 감동의 눈물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통해 경험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음악에 관심을 가진 이후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은 스피커들, 수많은 아이들을 통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고 오늘의 일상을 보낸다. 그 무엇보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욕심이 난다. 언젠가 꿈의 오디오를 갖게 될 날을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
3월 6일 : 수요일
- 새로운 사진 수업이 시작되어 감사합니다.
- 아직은 춥지만 오랜만에 북촌을 산책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6일 : 수요일
새로운 사진 수업이 시작되었다. 작년 보다는 조금더 심화된 커리큘럼이 기대가 된다. 대부분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이번 학기 기대가 된다.
좋은 분들과 많은 이야기,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기를…
3월 6일
베개
나의 상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베개다. 게으르다면 그곳에 스며든 냄새와 색이 불쾌할 것이고 부지런했다면 세탁 세제 혹은 아무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다. 하루를 마감하고 피곤한 몸을 의자에 던져놓고 쉰다. 너무 귀찮아 샤워조차 하기 싫을 때가 있지만 아침에 바른 포마드 때문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욕실로 항한다. 그대로 누우면 베개는 머리 냄새, 땀 냄새 그리고 포마드 냄새가 뒤 섞여 편안한 잠을 방해할 것이다. 내일은 부모님이 오신다. 뜯지 않은 새 베개와 세탁한 배게 하나를 드려야겠다. 쓰던 건 찝찝하니까.
3월 5일 : 화요일
- 오늘도 반찬을 만들어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4일 : 월요일
-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멍하니, 때로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지저분한 방이 정리되어 조금은 깔끔해 질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3일 : 일요일
- 내가 차린 밥상으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그녀와 함께 이태원에서 저녁을 먹고 산책하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5일 : 화요일
멍청하게 일하는 개발팀 덕분에 오늘도 조금은 짜증이 났다. 그 짜증이 대충 일하게 만든 요인이 된 것은 반성해야 한다. 남들이 개같이 일해도 나는 사람처럼 일하자. 다시 한 번 반성하고 다짐한다.
퇴근 길에 시장에 들러 아버지 생신 미역국을 위한 양지살과 보쌈 고기를 위한 삼겹살 및 반찬을 만들기 위한 채소와 과일을 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손으로 차린 밥상을 대접할 생각에 조금은 설렌다. 어떤 음식을 해드려야 할지 행복한 고민은 내일까지 이어질 듯.
3월 4일 : 월요일
3일만 출근하는 월요일 아침은 매우 가뿐하다.
하지만 출근하자마자 (아주 약간)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회사생활을 오래하다보니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3월초임에도 휴가를 많이 썼다. 이번 주 포함하면 3.5일. 4월 초에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면 7.5일 벌써 절반 가까이 소진한다. 6월이 되면 5일 휴가가 생기지만 사용 후 3개월 이전에 퇴사하면 돈이 까이기 때문에 신경은 쓰인다.
쨋든 날이 따뜻해 지고 있다. 아침에는 조금 춥기에 아직 조끼를 벗지 않았는데, 퇴근 길 9호선은 덥다. 하지만 아침엔 추운걸? 당분간 퇴근길에 땀 좀 흘려야 한다.
퇴근 후 밥을 먹고 옷방 정리를 했다. 혹시 몰라서 가지고 있던 박스의 대부분을 버렸더니 속이 시원하다. 여전히 잡다한 것들이 많은데, 언제 . 다 정리하지.
어제 잘 보낸 덕분에 나도 그녀도 오늘까지 좋은 기운이 이어졌다. 다행이다.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약간의 희생으로 그녀가 더 행복해진다면 감내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함께이겠지.
3월 5일
창문
7년을 살았던 서울의 첫 집이 생각난다. 오래된 낡은 다세대 주택이었지만 넓은 방에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햇살이 한가득 방안을 채우게 하는 큰 창문이 좋았다. 창 너머에는 오래된 1층 주택이 있어 겨울에도 따뜻한 햇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지금 집에는 창을 열면 답답함만을 느끼게 하지만 가끔 열어두고 환기를 시키면 참 기분이 좋다. 창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향긋한 커피 한잔할 수 있는 휴일은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이다.
3월 4일
충전기
집에는 멀티 충전기가 2개나 있다. 모두 강력한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전자 기기에 충전해 주는 일을 좋아한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기도 일부러 꺼내어 100%의 초록불이 켜지면 다시 전원을 끄고 서랍으로 넣는다. 배터리가 없어 연락도 못 하고 멋진 풍경을 담지 못한 일을 접한 후로 충전 중이 되었다. 디자인보다 더 빠른 충전 속도를 지원하는 기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클릭하게 된다. 무선 충전기도 2개나 있어서 한 번에 워치, 폰에게 밥을 준다. 아차 출근길에 보던 E-Book 리더기가 22%였다 퇴근 전에 완충해야지!
3월 3일 : 일요일
어제 해놓은 반찬과 미역국 그리고 오늘 급하게 만든 감자전으로 그녀의 생일 상을 차렸다. 어제 밤에 얘기해서 결정된 사안이지만 내가 해준 밥을 차려주고 싶은 마음을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12시 즈음해서 그녀가 도착하고 밥을 차려주었다. 좋아하는 그녀를 보며 그저 행복했다. 조금은 허름하고 잘나지 않은 밥상임에도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 모습이 귀여웠다. 식사 전에 아침에 스벅에서 사온 작은 케익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그녀는 맛있다며 칭찬해주었는데 그 모습마저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비운 그릇을 물리고 도쿄 여행에서 선물 해준 원두로 커피와 케익을 먹는 것으로 식사 끝. 어제 예약해 놓은 꽃을 전달하고 잠깐 쉬었다. 아침부터 부엌에거 식사를 준비하면서 긴장도 한 탓인지 낮잠이 솔솔 왔다.
저녁에는 예약해준 이태원의 태국 음식점에서 식사와 맥주 한잔을 했다. 풍경이 좋은 자리였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아쉬웠지만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도 잠깐이지만 일을 하는 그녀를 보면서 대견하기도 했다.
식사 후에는 이태원 산책을 했다. 대로변을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풍경 이야기를 하며 엔트라사이트에 자리 잡고 커피와 디저트로 마무리 했다. 2끼의 식사 2번의 커피 그리고 산책으로 그녀에게 행복함이 묻어나왔다. 덕분에 좋은 하루를 보냈다는 말에 감사함과 사랑이 더 커짐을 느낀다.
종종 식사를 대접해야지. 남을 위해 식사를 내놓는 일을 하는 그녀에게도 남이 해주는 밥이 그립다고 했다. 어쨋든 일이니까. 다음 번에는 어떤 반찬과 요리를 해줄지 연구를 해야겠다.
태어나줘서 고마운 그녀에게 오늘의 행복을 나눈다.
3월 3일
책
소지품 중에 책이 가장 많다. 완독한 것은 절반도 되지 않음에도 쌓여간다. 읽고 싶은 건 많지만 읽지 않는 아이러니는 몇 년째 계속된다. 며칠 전에는 2016년에 구매한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펼쳤다. 이렇게 좋은 글을 왜 지금까지 방치해 두었나 자책하며 책장을 검색한다. 지금 봐도 매력적인 제목과 목차가 나를 끌어당긴다. 머리 2개와 팔이 한 쌍씩 더 있는 괴물이 되어 한 번에 책을 두 권씩 읽고 싶다. 독서 괴물 말이다
3월 2일 : 토요일
적당히 청소와 정리를 하고 쉬었다가 오후부터 반찬 만들기에 돌입했다. 시장에 가서 여러 식재료를 사왔다.
달래장, 표고버섯꽈리고추 볶음, 콩나물미나리 무침, 고사리볶음이다.
달래장은 간단해서 쉽게 했지만 나머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는 음식들이었다. 모두 비교적 만족스런 맛이었지만 고사리 볶음은 간도 심심하고 나물이 축 쳐져서 쫄깃함이 없는게 아쉽다. 3, 4시간 정도 걸린듯 한데, 허리도 아프고 참 피곤하다. 하루 종일 주방에서 요리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드실지…
아침에 고기 구워 먹은 후 한 끼도 먹지 않았다. 단순히 배가 고프지 않아서인데, 뻥튀기 몇개로 2번째 끼니를 때웠다. 많이 움직여서 배고플만한데 신기한 하루다.
밤에는 f1을 볼 것이다. 올해도 어우막이 될 것인지… 왠지 그럴 것 같지만.
3월 2일 : 토요일
- 열심히 장보고 맛있는 반찬을 만들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재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기다렸던 F1 경기를 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3월 2일
조명
퇴근 후의 집은 깜깜하다. 혼자라는 사실은 좋았지만 어두운 집을 맞이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그렇게 찾았던 것이 스마트 전구다. 집 근처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켜져 집 안을 밝혀주며 나를 반긴다. 약간은 어두운 전구색이 좋았다. 편안하고 외롭지 않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듯했다. 얼마 전에 좋아하던 스탠드가 부서져 눈여겨 봐온 스탠드를 구매했다. 유려한 디자인은 바라보기만 해도 피로를 녹여버리는 듯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함께해 주는 빛이 좋다.
3월 1일 : 금요일
- 그녀에게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지만 나를 위해 웃어주는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 맛있는 브런치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추운 날임에도 서촌을 산책하고 그녀의 선물을 구매할 . 수있어 감사합니다.
3월 1일 : 금요일
그녀의 가게 가오픈 마지막 날의 시작을 함께 했다 이런 저런일을 도우다가 실수를 했다. 그 때문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는 모습에 그 동안 힘든 걸 많이 참아왔구나 싶어서 마음 아팠다.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들어간 가게, 티는 내지 않지만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다. 당장 엄청난 매출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그 힘든 마음이 조금씩 희석되었으면 좋겠다.
가녀린 몸이지만 강력한 추진력과 실행력 그리고 실력이 있으니 분명 잘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엇보다 제품이 좋기 때문이다.
아침에 손님이 3분 정도 오시고 나도 플레이트를 주문해서 먹었다. 역시 너무 맛있다. 브런치로 딱인 메뉴다. 신선한 재료와 모든 것을 직접 만든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누가 와도 만족할 것이다. 사진을 찍고 정리해서 보내주니 고맙다는 인사에 또 마음이 뭉클… 시간적 제한이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것이다. 사랑받는 것을 조금씩 나누고 싶다.
점심을 먹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나왔다. 서촌에 들러 그녀의 생일 선물 1을 구매하고 집으로~ 마음이 쓰인 오전이라 피곤했다.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휴식했다.
내일은 반찬을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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