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새벽감성1집 30일 미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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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주제에는 30개 답변, 1명 참여가 있으며 디노3 월, 4 주 전에 전에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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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49935
      디노
      키 마스터

         

      • #50015
        디노
        키 마스터

          3월 1일

           

          시계

           

          눈을 떴는데 이상하게 몸이 개운하다. 햇살이 비치는 창문을 보니 아차 싶다. 얼른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7시. 도착해야 할 시간에 일어나다니. 재빠르게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선다. 늦은 시간의 출근은 스트레스라 이른 출근을 선호하는데, 역시나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루의 시작부터 피곤하다. 회사 도착은 8시 30분. 그래도 출근자가 많이 없어서 출입기록을 보지 않는 한 나의 지각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지각 1번 추가는 허탈하지만.

        • #50016
          디노
          키 마스터

            3월 2일

             

            조명

             

            퇴근 후의 집은 깜깜하다. 혼자라는 사실은 좋았지만 어두운 집을 맞이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그렇게 찾았던 것이 스마트 전구다. 집 근처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켜져 집 안을 밝혀주며 나를 반긴다. 약간은 어두운 전구색이 좋았다. 편안하고 외롭지 않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듯했다. 얼마 전에 좋아하던 스탠드가 부서져 눈여겨 봐온 스탠드를 구매했다. 유려한 디자인은 바라보기만 해도 피로를 녹여버리는 듯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함께해 주는 빛이 좋다.

          • #50017
            디노
            키 마스터

              3월 3일

               

              소지품 중에 책이 가장 많다. 완독한 것은 절반도 되지 않음에도 쌓여간다. 읽고 싶은 건 많지만 읽지 않는 아이러니는 몇 년째 계속된다. 며칠 전에는 2016년에 구매한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펼쳤다. 이렇게 좋은 글을 왜 지금까지 방치해 두었나 자책하며 책장을 검색한다. 지금 봐도 매력적인 제목과 목차가 나를 끌어당긴다. 머리 2개와 팔이 한 쌍씩 더 있는 괴물이 되어 한 번에 책을 두 권씩 읽고 싶다. 독서 괴물 말이다

            • #50020
              디노
              키 마스터

                3월 4일

                 

                충전기

                 

                집에는 멀티 충전기가 2개나 있다. 모두 강력한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전자 기기에 충전해 주는 일을 좋아한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기도 일부러 꺼내어 100%의 초록불이 켜지면 다시 전원을 끄고 서랍으로 넣는다. 배터리가 없어 연락도 못 하고 멋진 풍경을 담지 못한 일을 접한 후로 충전 중이 되었다. 디자인보다 더 빠른 충전 속도를 지원하는 기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클릭하게 된다. 무선 충전기도 2개나 있어서 한 번에 워치, 폰에게 밥을 준다. 아차 출근길에 보던 E-Book 리더기가 22%였다 퇴근 전에 완충해야지!

              • #50022
                디노
                키 마스터

                  3월 5일

                   

                  창문

                  7년을 살았던 서울의 첫 집이 생각난다. 오래된 낡은 다세대 주택이었지만 넓은 방에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햇살이 한가득 방안을 채우게 하는 큰 창문이 좋았다. 창 너머에는 오래된 1층 주택이 있어 겨울에도 따뜻한 햇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지금 집에는 창을 열면 답답함만을 느끼게 하지만 가끔 열어두고 환기를 시키면 참 기분이 좋다. 창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향긋한 커피 한잔할 수 있는 휴일은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이다.

                • #50024
                  디노
                  키 마스터

                    3월 6일

                     

                    베개

                    나의 상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베개다. 게으르다면 그곳에 스며든 냄새와 색이 불쾌할 것이고 부지런했다면 세탁 세제 혹은 아무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다. 하루를 마감하고 피곤한 몸을 의자에 던져놓고 쉰다. 너무 귀찮아 샤워조차 하기 싫을 때가 있지만 아침에 바른 포마드 때문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욕실로 항한다. 그대로 누우면 베개는 머리 냄새, 땀 냄새 그리고 포마드 냄새가 뒤 섞여 편안한 잠을 방해할 것이다. 내일은 부모님이 오신다. 뜯지 않은 새 베개와 세탁한 배게 하나를 드려야겠다. 쓰던 건 찝찝하니까.

                  • #50025
                    디노
                    키 마스터

                      3월 7일

                       

                      스피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앰프와 스피커를 켠다. 나를 위한 위로의 의미로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재생시키며 아름다운 소리로 긴장했던 몸을 풀어준다. 어떤 때는 긍정적인 흥분, 어떤 때는 감동의 눈물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통해 경험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음악에 관심을 가진 이후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은 스피커들, 수많은 아이들을 통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고 오늘의 일상을 보낸다. 그 무엇보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욕심이 난다. 언젠가 꿈의 오디오를 갖게 될 날을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

                    • #50026
                      디노
                      키 마스터

                        3월 8일

                         

                        휴지통

                        비워도 되는데 조금이라도 더 채우겠다고 꾹꾹 눌러 담는다. 그러다 넘쳐서 다시 담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이제는 절반만 차도 비닐을 묶고 쓰레기봉투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여기만은 더 많이 넣겠다고 봉투마다 한숨의 공기마저 없애겠다고 최대한 압축시킨다. 버리기 위해 들고 갈 때마다 무거운 질수록 알뜰하다는 뿌듯함이 있지만, 지구에게 미안함이 동시에 든다. 집에서 가장 바쁜 도구가 휴지통이 아닐까. 좁은 집에 3개나 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배가 불룩해져서 버려 달라고 아우성친다.

                      • #50028
                        디노
                        키 마스터

                          3월 9일

                           

                          거울

                           

                          본래의 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나고 마주할 수 있어 거울을 싫어한다. 못 난 나의 모습, 웃음보다 무표정하거나 침울한 얼굴을 볼 때문 억지로 웃음 지어 보이지만 어설픔에 다시 입꼬리는 내려간다. 다른 조건보다 그 자체의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났음에도 나의 부족한 부분에 혼자 마음을 쓴다. 왜 스스로를 자신 있게 거울 앞에 내세우지 못하는 걸까? 나를 너무 잘 알아서라기 보다, 자신감, 자존감이 없어서 일 것이다. 내일은 꾸밈없는 나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며 한마디 해보자. “예쁘다. 너여서 예쁘다.”

                        • #50029
                          디노
                          키 마스터

                            3월 10일

                             

                            화장품

                            외모에 대한 부족한 자신감은 관리 소홀로 이어졌다. 지금도 로션 하나면 끝인 나이지만, 늙어가는 나이가 된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이제서야 관리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하고 하얀 피부의 사람들을 보면 어찌나 부러운지. 그래도 이런 얼굴도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이 정도면 전생의 독립운동가 정도였을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로션뿐만 아니라 보디로션도 바르는 사람이 되었다. 이 정도면 관리하는 남자 축에 속할지도? 내일은 올리브 영에 들러 팩을 하나 사야지. 하루라도 노화를 막고 싶다.

                          • #50030
                            디노
                            키 마스터

                              3월 11일

                               

                               

                              무지성으로 구매하던 시절을 지나 입는 옷 보다 입지 않은 옷이 한쪽에 덩그러니 걸려있다. 버리기는 아깝고 팔수도 없는 옷을 어찌하나 찾아보다 기부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렇게 큰 봉투에 입지 않은 옷이 가득 담겼다. 하지만 여전히 방 한쪽 구석에 묵직하게 존재한다. 기부처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 귀찮아 몇 주째 그 상태로 멈춰있다. 옷을 잘 입고 못 입고에 의미 부여하지 않는 지금. 주인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은 또다시 버림받고 있다. 돈 낭비, 시간 낭비 그리고 지구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또다시 옷 구경을 한다. 이제는 구경만.

                            • #50031
                              디노
                              키 마스터

                                3월 12일

                                 

                                머그컵

                                예비군도 민방위 훈련도 끝난 나이, 더 이상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이다. 연초부터 국가지원 간암 검사 문자가 날라와 얼마 전에 근처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 검사를 하고 피를 뽑았다. 주삿바늘에 큰 두려움은 없지만 바깥세상에 나온 나의 피를 보는 것이 이상해서 애써 시선을 돌린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검사 결과가 도착했다. 매우 건강한 간이라 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기에 안도하며 원두를 꺼내 커피를 내렸다. 오늘은 병원에서 받은 머그컵에 담아 마셔야겠다.

                              • #50032
                                디노
                                키 마스터

                                  3월 13일

                                   

                                  인형

                                   

                                  몇 년째 비닐에 쌓인 빨간 SML 인형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한 SML은 피겨와 전시도 보러 갈 정도다. 정은 있지만 여전히 비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 아이가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제는 나와 피부를 맞대고 정을 나눌 시기인듯하다. 요즘 문득 외로움을 느낀다.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과는 별개의 한 인간으로서의 외로움이다. 내가 받아들여야 하고 견뎌야 하는 수많은 일들이 이제는 힘겹다. 가끔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힘을 내어 보지만, 힘이 든다.

                                • #50034
                                  디노
                                  키 마스터

                                    3월 14일

                                     

                                    TV

                                     

                                    TV를 켜는 일이 1년에 10번도 채 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볼 수 없는 방송이 있을 때 정도일까? 방송시간을 기다리며 채널 버튼을 누르다 보면 정말 볼 게 없다는 것을 느낀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영화를 볼까 했지만 잦은 광고와 불필요한 이미지들이 감상에 방해가 되어 그만 꺼버렸다. 요즘은 유튜브도 시청도 줄고 있는데, 반대로 독서하는 시간이 증가한 건 오히려 좋은 일이다. 세상사 모를수록 나에게는 득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 #50035
                                    디노
                                    키 마스터

                                      3월 15일

                                       

                                      일기장

                                       

                                      작년 1월 1일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그날의 감정, 경험을 쓴다. 사소한 일상이라도 기록하여 나중에 다시 보고 추억하기 위함이다. 대단한 목적은 없다. 오늘의 나를 기록하고 되돌아보며 내일을 살아갈 이유와 힘을 얻기 위함이다. 매일 쓸 필요도 없고, 밀려서 한 번에 써도 상관없다. 기록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나를 위한 글쓰기다. 펜이나 키보드를 잡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 쓸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다.

                                       

                                       

                                       

                                    • #50036
                                      디노
                                      키 마스터

                                        3월 16일

                                         

                                        바닥 매트

                                         

                                        맨바닥이 닿는 게 싫었다. 주로 생활하는 거실, 침실에는 러그나 담요를 깔아서 발의 촉감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발망치의 충격도 약간 감소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바닥이 상하지 않는 게 좋다. 가끔 소파에 앉아 음악을 틀어놓고 러그에 발을 비비는 걸 좋아한다. 마치 고양이들이 자기 털을 핥는 것 같은 행위다. 그럼 마음이 편안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세상과 떨어져 혼자 있는 느낌이다. 그때야말로 진정한 휴식이다.

                                         

                                         

                                         

                                         

                                      • #50037
                                        디노
                                        키 마스터

                                          3월 17일

                                           

                                          장롱

                                           

                                          장롱 속 나프탈렌 냄새가 그리 싫지 않았다. 깨끗하게 세탁된 이불 속에 작은 몸을 구겨 넣고 느껴지는 약간의 압박감이 싫지 않았다. 그 속에 숨으면 아무도 찾을 것 같지 않았다. 문을 닫으면 틈새로 들어오는 미세한 빛이 보이는 장롱 속은 마치 우주 같았다.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많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우주 같은 것 말이다. 그곳은 나만의 세상이었다. 어둠만이 가능한 곳이었지만 그 어둠에 나의 상상으로 다양한 세상을 꿈꿀 수 있었다.

                                           

                                           

                                        • #50038
                                          디노
                                          키 마스터

                                            3월 18일

                                             

                                            의자

                                             

                                            좁은 집에 의자가 3개나 있다. 컴퓨터 및 독서 책상용 의자, 영화 감상용 의자, 옷방의 음악 감상용 의자. 위치나 나름의 용도가 있지만 다른 의자를 두게 된 건 좁은 공간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3개 모두 적당한 편안함은 있지만 재질이나 형태가 달라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 지루함이 싫었다. 신발도 여러 켤레, 안경도 여러 개다.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매일 변화를 주는 것이 일상의 재미다.

                                             

                                             

                                             

                                          • #50039
                                            디노
                                            키 마스터

                                              3월 19일

                                               

                                              서랍

                                               

                                              많은 것이 있지만 정작 필요한 건 얼마 없다. 비어있기보다 항상 가득 차 있어 무엇 하나 찾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꽤나 자주 정리하지만 변화는 크지 않다. 서랍이 있어서 가득 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서랍을 버려볼까 생각도 했다. 그 속의 것들은 나름의 생태계를 갖추고 언젠가 필요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생각난 김에 집에 가서 쓰지 않는 것들을 처리해야겠다. 오랜만에 당근 해볼까?

                                               

                                               

                                               

                                            • #50040
                                              디노
                                              키 마스터

                                                3월 20일

                                                 

                                                꽃병

                                                 

                                                매달 셋째 주가 되면 꽃이 배달된다. 좋은 곳에 기부하고 그곳에서 일하시는 장애인 플로리스트 분들께서 만들어 주신 꽃이다. 3주간 비어있던 꽃병이 일할 시간이다. 꽃을 받고 병에 물을 채운 후 꽃을 담아두면 며칠간은 행복하다. 쓸쓸한 방에 새로운 생명이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마음 편하고 안심되는지 몰랐다. 곧 이번 달 꽃이 배송될 예정이다. 셋째 주 월요일이 되면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어떤 꽃을 만날까?

                                                 

                                                 

                                              • #50041
                                                디노
                                                키 마스터

                                                  3월 21일

                                                   

                                                  책상

                                                   

                                                  가장 좋아하는 가구이다. 공간을 계획할 때 책상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책상과 주변에는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는 멈출 줄 모른다. 취침을 제외한 모든 행위를 한다. 이곳이 사라진다면 존재의 의미가 사라질 정도이다. 그렇기에 매우 지저분하다. 정리해도 하루를 채 넘기지 않는다. 깔끔한 책상을 보면 부럽기는 하지만 일부러 따라가지는 않는다. 내가 편해야 하니까. 나만의 스타일이 있으니까.

                                                   

                                                   

                                                   

                                                • #50042
                                                  디노
                                                  키 마스터

                                                    3월 22일

                                                     

                                                    달력

                                                     

                                                    날짜가 있는 달력 2개, 사진에 월만 적힌, 사실상 사진력 1개. 하지만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보지는 않는다. 그것들에 담긴 사진, 그림 그리고 이야기를 보기 위해 펼쳐본다. 각 월마다 제작자의 고심이 담긴 콘텐츠를 볼 때마다 나라면 이 달에는 어떤 사진과 글을 담을지 고민해 본다. 고민만 한다. 내년에는 직접 만들어 볼까? 매일 세상을 담고, 생각을 담은 것들을 모아볼까? 그리고 선물하는 거야. 그래! 해보자.

                                                     

                                                     

                                                     

                                                  • #50043
                                                    디노
                                                    키 마스터

                                                      3월 23일

                                                       

                                                      사진

                                                       

                                                      내 것의 카메라를 손에 쥔지 20년도 넘었다. 그동안 많은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나의 시선을 담았다. 작년부터 수업을 들으며 결과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밝고 넓게 담는 것이 이전의 방식이었다. 지금은 피사체를 조금 더 세심하게 바라보고 매력적인 부분에 따라 더 밝게 혹은 어둡게 담아 나만의 개성을 담는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작품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나만의 작품을 남긴다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나를 작가로 칭하며 진지하게 대한다.

                                                       

                                                       

                                                    • #50044
                                                      디노
                                                      키 마스터

                                                        3월 24일

                                                         

                                                        청소기

                                                         

                                                        매일 청소기를 돌리기 보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스위치를 누른다. 보이지 않는 먼지보다 눈과 발에 밝히는 무언가가 있을 때 함께하면 결과물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집안일은 장비 빨이라는데, 먼지와 함께 깨끗한 바닥으로 변모시켜주는 물걸레 청소기가 갖고 싶다. 공간이 넓지 않음에도 좋은 거, 아니 비싼 걸 찾아보다 금세 창을 닫는다. 의자를 밀고 일어서 충전 중인 녀석을 꺼내어 집안을 여행한다. 그래, 내겐 이 정도면 충분해. 로봇 따위.

                                                         

                                                         

                                                         

                                                      • #50045
                                                        디노
                                                        키 마스터

                                                          3월 25일

                                                           

                                                          소파

                                                           

                                                          단 하나 있는 소파는 오직 나를 위한 의자다. 음악이나 영상을 보기 좋은 위치에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을 때면 찾는다. 하지만 오래 함께 할 수는 없다. 허리가 아파지고 몸이 불편함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5, 6년 정도 사용한 의자임에도 오염 방지를 위해 담요를 덮어두고 있어서 깨끗하다. 약간의 쿠션감은 죽었을지 몰라도 첫 만남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랫동안 나의 쉼을 함께했으면 한다. 부서져서 내 손으로 버릴 때까지.

                                                           

                                                           

                                                        • #50046
                                                          디노
                                                          키 마스터

                                                            3월 26일

                                                             

                                                            침대

                                                             

                                                            딱딱한 침대가 좋다. 여행에서 멋진 호텔에서의 숙박은 좋은 경험을 선사해 주지만, 너무 푹신한 침대는 수면의 질을 현격히 저하시킨다. 누웠을 때 매트리스에 변화가 없는 정도의 딱딱함이 좋다. 오랫동안 바닥 생활의 익숙함인 줄 알았지만 푹신한 의자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보니 몸의 성질이 그러한 것이었다. 잠깐 편안한 럭셔리보다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실용적인 물건이 좋다. 저렴하지만 어느 곳 보다 편안한 나의 침대가 좋다.

                                                             

                                                             

                                                             

                                                          • #50047
                                                            디노
                                                            키 마스터

                                                              3월 27일

                                                               

                                                               

                                                              나와 만나는 유일한 시간. 빗질하는 시간이다. 아침에 머리를 감고 말린 후 포마드 바르기 전 빗으로 쓱싹쓱싹 단정하게 만든다. 그때는 나와 가장 오랜 시간 마주한다. 하지만 눈보다는 머리에 시선을 던지고 얼굴은 보지 않으려 한다. 외모가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지만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한창이라 생각하지만. 중년이 되어가는 지금 더 열심히 빗질해야겠다. 깔끔함은 노력으로도 가능하니까.

                                                               

                                                               

                                                            • #50048
                                                              디노
                                                              키 마스터

                                                                3월 28일

                                                                 

                                                                비상상비약

                                                                 

                                                                갑자기 머리가 아파진다.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 하며 참아보지만 좀처럼 가라앉지가 않는다. 약통을 꺼내어 뒤져보지만 타이레놀 상자가 보이지 않는다. 통에 든 것을 모두 꺼내어 뒤져보니 한 알이 툭 떨어진다. 냉큼 주워 물과 함께 삼키고 상비약을 정리한다. 소화제든 두통약이든 이제는 다 떨어지고 각종 연고도 사용기간이 지난 상태였다. 예전에는 약 쓸 일이 없었지만 점점 필요한 상황이 잦아진다. 약국에 가서 오랜만에 쇼핑을 해야겠어.

                                                                 

                                                              • #50049
                                                                디노
                                                                키 마스터

                                                                  3월 29일

                                                                   

                                                                  커튼

                                                                   

                                                                  창 너머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하얀 커튼 사이로 햇살이 나를 향해 비추고 더 이상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다. 자는 척하려 했지만 햇살은 가만두지 않는다. 얼른 일어나 커튼을 걷어 정면으로 마주한다. 잠시 조우한 후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고 밖으로 나가 온몸으로 해와 바람을 만난다. 산책하며 때로는 뛰면서 상쾌하게 오늘을 시작한다. 암막 커튼을 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안 그럼 대낮까지 밤인 줄 알았겠지.

                                                                   

                                                                   

                                                                • #50050
                                                                  디노
                                                                  키 마스터

                                                                    3월 30일

                                                                     

                                                                    잠옷

                                                                     

                                                                    계획은 잘 때 입겠다고 편안하고 예쁜 걸로 구매하지만 언제나처럼 홈웨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연인의 방문을 대비해 구비해 놓은 잠옷도 시간이 지나면 환복의 귀찮음에 방치되고 버려진다. 잠옷으로 갈아입는다는 건 온전히 그 행위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모드 전환의 명확성은 흐지부지되는 일상에 루틴을 만들어주고 계획적인 생활로 만들어 줄 수 있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잠옷으로의 환복과 함께 디지털 기기와 안녕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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