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만 멀쩡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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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에(?) 퍼지는 이야기가 있다. 권투선수 타이슨이 했다느니 누가 했다느니 하지만 중요한 건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거다. 한 때 연말이면 내년에 해야 할 것을 적어보고 반드시 이뤄보자고 다짐하지만 첫날 부터 깨지기 마련이다. 첫 번째가 독서이고, 두 번째가 글쓰기였다. 웃기게도 이제는 독서와 글쓰기 그 자체만을 목표로 세우지 않게 되었다. 뭐든 읽고 쓰는 습관이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이전과 다른 것이 끼어들면 잔잔한 듯 하지만 나중에는 큰 파도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영상보다 글이라는 매체가 일상의 점유율을 높여갈 때 변하기 시작했다. 실행력은 여전히 빵점이지만 생각하는 방식, 사람과 상황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물론 180도 달라지지는 않는다. 기본값으로 정의된 스펙 시트가 있으니까.

요즘 일상의 키워드는 그냥이다. 무엇을 하든 멋진 목표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냥 한다. 건강을 위해 그냥 걷거나 뛰고, 좋아하는 사진 찍기나 글쓰기는 그냥 한다. 그러다 보니 더 좋아하게 되고 조금은 ‘나 잘하나?’라는 착각이 들게 되지만 기분 좋음으로 착각은 묻어준다.

하지만 2024년은 달리 생각해 보기로 한다. 몇 개월 전에 구매한 요가 매트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는다. 조용한 말투만으로 마음에 안정을 주는 ‘요가소년’님의 영상 하나를 재생시킨다. 요즘 요가가 좋아졌다. 몸과 마음에 평안을 주는 몇 안 되는 행위다. 지난 번 글감인 호흡 이후에 또다시 언급되는 이유가 있다.

그의 호흡과 움직임을 따라 하며 올해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빚을지 생각한다. 새해 인사차 연락드린 부모님과의 통화에서 역시나 잔소리를 끝맺은 후의 스트레스를 빨리 날려 버려야 한다.

오늘은 일부러 힘든 요가 동작을 따라 해 본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이마에는 땀이 흘러 요가 매트를 적시기 시작한다. 힘든 와중에 문득 감사함이 온몸에 느껴진다. 후들거리지만 이 두 다리를 바닥에 단단히 지지할 수 있다는 것. 이 다리가 튼튼하다면 뭔들 못 할까 싶은 생각이 갑자기 솟아나 처음과는 달리 열정적으로 요가를 마무리했다.

열정이 식기 전, 약간의 흥분 상태에서 올해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1월 1일이 월요일이라 다행이다. 에세이 드라이브 마감일이기도 하고, 한 주의 시작이 올해의 시작이라 계획을 세우고 다짐하기 좋은 날.

노트에 한 줄씩 써내려가 보지만 자신은 없다. 그래서 마지막 줄에 자신감 찾기를 써놓는다. 다른 건 실행하거나 완수하지 못해도 자신감만 가진다면 성공한 한 해라며 가슴을 두어 번 두드려 본다.

흐린 기억 속의 생활기록부에 적힌 문구가 떠오르며 그때와는 다른 나를 꿈꾼다. 1년 정도는 힘 바짝 주고 열심히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며. 아니 열심히 살아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면 좋겠다.

요가를 할 수 있고, 러닝과 등산을 할 수 있는 이 두 다리만 있다면 뭐든 하지 않겠냐며.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더 이상 하체 힘을 줄 수 없더라도 일상은 계속 이어질 테니까. 뭐든 하며 살아 내보자. 에세이보다는 일기에 가까운 글이지만 시작하는 첫날. 스스로와 약속해 본다. 작년에 후회할 짓을 10번 했다면 이번에는 5번만 해보자. 특히 안 해서 후회하는 일은 없길.

중구난방 글인만큼 올해도 적잖이 방황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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