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알고 싶어 너의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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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거나 읽는 것에 흥미 있는 사람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쓰고 읽는 행위에 매력을 느껴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인데, 경험상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에게 있어 좋은 사람의 기준은 자신보다 타인의 눈과 입에 더 관심이 많은 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이, SNS의 이미지나 영상보다 오감을 자극하는 실물 창작물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다.

일상에서 그런 사람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다들 스마트폰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하거나 그럴 의지가 없다. 그럼 너는 다르냐? 라고 할 수 있지만, 틈나면 활자를 읽으려고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과거 30여 년간 활자와 전혀 친하지 않았기에 책을 좋아하는 보통 사람에 비하면 그 경력이나 깊이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시간을 메우기 위해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노력으로 나는 변했고 변화하고 있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조금 더 여유로워지며 타인에게 ‘꼰대질’할 수 있는 소재가 많아졌다. 어쨌든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물론 100퍼센트는 아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봄까지 오랜만에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얻었던 통찰력과 멤버들과의 대화를 통해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독서 모임은 사적인 모임으로 확장되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다들 평소에 좋아하는 책은 무엇이고, 어떤 문화생활을 즐기는지를 공유하며 나와 비슷한 이들에게는 동질감을, 다른 이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접하며, 흥미로운 주제는 공유하고 메모해 놓는다. 물론 다시 들여다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곳에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좋은 행사의 동행을 시작으로 여러 번의 만남을 통해 각자의 역사와 취향을 조심스럽지만 섬세하게 파고들었고,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그녀의 집에 방문하게 되었고, 그녀의 세계를 탐험할 기회를 얻었다. 입구, 주방을 거쳐 침대와 테이블이 있는 공간은 매우 깔끔했다. 테이블과 선반에는 지금 읽고 있는 듯한 여러 권의 책이 놓여있고, 책장에는 더 많은 책이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서있었는데 자연스레 눈긴, 손길이 갔다.

선반에는 인테리어 관련 잡지가, 테이블에는 업무 관련 서적과 에세이, 소설, 문화 관련 책들이 쌓여있고, 여러 페이지에 자리 잡은 형형색색의 포스트잇 플래그가 눈에 들어온다.

허가를 얻은 후 책을 열어 본다. 목차를 보고 어떤 문장에 플래그를 붙여놓았는지 훑어본다.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이 많은 책은 목차를 읽어보고 머릿속의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책에 대한 감상을 물어보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그녀의 언어에서 나와 공통된 생각이나 경험을 머릿속에서 헤집어 펼쳐놓으면서 거리감을 좁힌다. 하지만 허세는 부리지 않는다.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서로의 취향을 더 빨리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공간에는 책, LP, CD로 가득하다. 다소 극단적이면서도 대중적이고 매니악한 취향을 가진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이다. 그만큼 취향과 관심의 폭은 넓지만, 호불호는 명확한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도 궁금하다. 보여주기 위한 인테리어 따위는 없는 지극히 내 위주의 공간에서 (다른 말로는 지저분한) 나를 보여주고 싶어졌다.

나는 즐기면서 사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사람이라고. 불확실함에 모든 것을 걸고 매일 차트를 보며 벌벌 떠는 사람은 아니라고. 내일보다는 오늘을 위해 사는 사람이라고.

그런 내가 좋다면 너의 책장에 내 취향의 책을 넣어 두고 싶다는 고백 한다. 그 책을 읽기 위해 너의 집으로 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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