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해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으나 실패한 것이 있다. 운동이다. 집에서 팔 운동이라도 하자며, 구매한 아령은 10년도 넘게 함께 했지만, 아마 100번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한쪽 구석에서 먼지만 먹으며며, 청소할 때 눈에 띄면 닦아주는 정도의 애정만 있다.
가까운 뒷산을 한 달에 2번은 가자며 등산화를 구매했었다. 진짜 구매 이유는 한라산 등반이긴 했지만, 자주 가기는 힘들어 동네 뒷산으로 대안을 마련했다. 달이 아니라 1년에 5, 6번 정도는 가는 듯하다. 주말에 일찍 일어나 산 한 바퀴를 돌고 내려올 때면, 기분은 참 좋다. 상쾌한 바람, 흙과 나무 냄새, 상쾌한 새소리를 들으며 다음 주에도 오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다음 계절에나 오게 된다.
헬스장을 다닌 지는 1년이 조금 지났다. 최소 일주일에 2번 이상 출석 도장을 찍으며, 열심히 땀을 흘렸다. 2번도 쉽지 않지만, 효과를 보기 어려운 루틴이다. 올 봄부터 시간이 많이 생겼다. 할 거 없으니, 운동이나 하자며 매일 같이 드나들었고, 최소 주 5일은 방문한다. 최근 7일 기준이다. 만약 7일 이내에 쉰 날이 2일이라면 자연스럽게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현관문을 나선다.
8년 전 첫 회사를 그만둔 후 백수 시절 처음으로 헬스장 문을 두드렸다. 열심히 해보자며 PT까지 신청했지만 3개월을 넘지 못했다. 뛰는 것도 힘들어서 걷는 걸로 유산소를 대체했다. 그런 내가 지금은 운동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이제는 욕심이 생겨 벌크업을 위한 식단을 시작해 적응 기간을 거치고 있다.
금요일 퇴근길, 한 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보통 수, 금요일에 운동을 쉬는데, 오늘은 왠지 땀을 흘리고 싶었다. 심지어 운동복으로 환복한 채로 소파에 앉아 휴식 겸 긴장을 풀기 위해 명상을 했다. 명상과 잠 사이에는 기름종이만큼의 간격이 있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잠깐 졸다 깨어났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지금이라도 열심히 달려가면 된다. 짧은 꿈나라 여행에서 온 힘을 다 쏟았는지 내 몸 같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심심한 입을 달래기 위해 냉장고에서 복숭아 하나를 꺼낸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마저 쉬기로 한다.
여행을 제외하면 매주 5일은 운동을 했으니, 오늘 쉬는 건 반복된 루틴에 따르는 것뿐이다. 그리고 아무도 뭐라할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다.
‘솔직히 주 6일은 좀 빡세긴 하지?’
복숭아를 하나 더 꺼내며 자문한다. 그렇게 3개를 꺼내 먹고 소화도 시키지 않은 채로 침대에 누웠다. 금요일 저녁은 내 맘대로 좀 하자며, 농땡이 부리면서, 내일은 영혼의 땀까지 쫙 빼고 올 거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운동도 글쓰기도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나 성장세가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는 건, ‘그냥’ 하기 때문이 아닐까. 철저한 계획하에 반드시 달성할 목표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해야 할 운동을 하고, 이번 주 써야 할 글을 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언가를 더 해야 하고, 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다. 욕심만 한가득하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한 범위는 정해져 있다.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것도 충분히 멋진 일상이다. 비교 병에 걸려 자신을 어두운 동굴 속으로 밀어 넣지만, 그냥 해보자며 멱살 잡고 끄집어낸다. 옷을 입히고 물통을 챙겨서 집 밖으로 밀어버린다. 러닝하면서 글감을 생각해 오라며 숙제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