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사랑할 때
4주차
신비한 자연 현상에 관한 기억 두가지.
자주 오르지는 않지만 산을 좋아한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이 들어 좋아한다. 자주가진 못 하지만 항상 그곳을 동경하고 함께하고싶어 한다. 자연스레 본능에 이끌렸다기 보다 강제성이 있었겠지만 사랑하니까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남겨진 기록으로 추정하건대 6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동생과 함께 금정산에 올랐다. 부산에서 가장 높지만 약 800미터밖에 되지 않은 산이다. 산성이 있는 능선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여 부산 시내와 바다까지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언젠가 비가 오는 날, 우비를 입고 산행을 나선 적이 있었다. 아버지 말씀에 따라 선택지가 없었기에 따라나섰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때의 우중 산행은 아직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비가 오니 덥지도 않았고, 걷기에 불편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과 나누는 인사는 여느 때와 다른 반가움이 있었다.
우리 가족의 금정산 코스는 동래에서 올라가 남문을 통과해 북문까지였다. 남문 통과 후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이다. 나무가 없어 시야도 마음도 시원하다. 가끔은 넓은 공터에서 패러글라이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힘차게 땅을 박차고 올라 하늘을 유영하듯 날아가는 모습을 멍하니 처다본 기억이 있다. 언젠가 하늘의 품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30년도 지난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했지만, 버킷리스트에서 빠진적은 없다.
그날은 흙바닥을 흠뻑 적실 정도로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보이지 않고 온통 구름으로 덮인회색빛의 도시를 관찰했다. 마치 한 겨울 두꺼운 이불을 덥은 아이 같은 풍경이었다. 옅어진 구름 사이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마치 얼굴만 빼꼼 장난스런 표정의 아이 같기도 했다. 산행 중 숨을 고르기 위해 잠깐 쉬는 도중, 저 멀리 도심 한 곳에 희미한 햇살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 서있는 이곳에서는 햇님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 처음 마주하는 신기한 현상에 한동안 바라만 보았다. 왜 저곳에만 햇살이 비치는 거지? 저곳을 덮었던 구름은 어디로 간 거지? 어린 마음에 다양한 상상을 했다. 처음 본 신기한 날씨였고, 누군가 그렸을 그림 같기도 했다.
지난 4월 나고야에 다녀왔다. 나고야보다는 여행의 목적인 F1을 보기 위해 스즈카에 머문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곳까지 기차 여행을 하며 일본의 시골 풍경을 감상했다. 첫날 돌아오는 열차의 좌석은 좌측이었다. 차창 너머로는 시골 마을과 논밭, 멀리 산맥이 있었다. 다음 날은 흐린 날이 예상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높은 산 위에 구름의 모습이 보였다. 이불 속 솜뭉치들이 물위를 흐르듯 넘어오고 있었다. 카펫처럼 얇게 깔린 모습이라 한참이나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일상을 벗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 중에는 새로운 자연 풍경도 있다. 바다를 건넜음에도 다른 모양의 나무들과 구름, 공기의 느낌은 생경하지만, 신선하다. 무념무상으로 차창 너머 풍경을 보니, 금정산 우중 산행 때의 장면이 떠 올랐다.
시간이 많이 흘러 좋은 기억으로 남은 우중 산행을 다시 느끼고 싶어졌다. 이제는 장마가 끝나고, 뜨거운 햇살이 연이어 내리쬘 듯하지만, 비가 오지 않아도 숲속을 걷고 싶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흙과 풀 냄새, 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내는 나뭇잎 소리, 그리고 야생 동물의 일상을 보고, 듣고 느끼고 싶다. 일단 동네 뒷산부터 올라서 보자. 오랜만에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자.
좋은 점 :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호기심 감정들을 어른이 되어 어떤 순간에 다시 되돌아 느낀다는 점에서 글을 읽는데, 나의 잃어버린 감정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소재나 주제를 잘 잡은 것이 장점인 글이었습니다.
-4문단에서 산 위의 구름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깊었고 좋았어요. 솜뭉치, 카펫~ 이런 감성적인 표현들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쉬운 점 :
-시작 부분이 좀 아쉬웠어요. 금정산에 올랐던 어떤 기억을 회상하는 부분인데, 금정산을 떠올리기까지 아무 사건없이 그냥 옛날에 기억이 인상적이다는 말만 나와서 서론이 주는 호기심을 가져다 주지 못했어요. 수정한다면, 아예 첫 문단을 1~2줄로 간단히 적고, 2문단으로 곧바로 시작하거나, 혹은 ~~~ 사건을 토대로 갑자기 금정산을 올랐던 순간이 떠올랐다고, 아예 더 덧붙이는 시작을 추가하면 어떨까 합니다.
-어떤 순간들을 상상하는 글에서는 설명에 덧붙여지는 묘사가 많아야만 독자도 함께 상상할 수 있는데, 글에서 3문단의 이야기가 어떤 느낌이었는지 상상이 되지 않아요. 좀 더 객관적인 설명과 주관적인 감정이 덧붙여진 묘사가 더 많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