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찾아 등지는 행복
·by 디노
에세이 드라이브 54기 번째 글
나를 알고 싶어 매일 씁니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금요일 퇴근 10분 전, 가장 우울한 시간은 일요일 저녁 6시입니다. 아직 해가 짧은 요즘, 어스름한 새벽에 집을 나선다. 이른 출근인 것 같지만 지하철 의자에는 빈자리 하나 없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눈을 감고 있는 사람,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 정말 드물게 책을 보는 사람들이 행복을 얻기 위해 행복을 잠시 두고 먼 길을 떠난다. 집을 나서는 순간 견뎌야 하는 시간과 마주하지만 잠시라도 모른척하기 위해 짬이 날 때마다 사랑하는 일을 한다. 일이 바쁘지 않을 때는 모니터 한쪽 구석에 E-Book 앱을 열어놓고 한 문장 한 문장 놓치지 않기 위해 귀는 360 사방을 향해 쫑긋 세운다. 가끔 이런 월(급)도(둑)짓도 나쁘지 않다. 약간의 긴장감은 일상을 활기차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바람 쐬러 옥상에 올라가면 다른 회사 사람들이 음료수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멍때리거나, 2차 회의가 열리기도 하고, 다양한 잡담을 나눈다. 가끔 혼자 올라가 머릿속을 비우다가도 흥미로운 얘기가 들리면 그쪽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운다. 회사, 일 얘기를 듣다 보면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구나, 다들 애쓰며 살고 있다는 걸 느낄 때마다 안쓰럽기도 하다. 사실 그 감정의 방향은 내게로 향하고 있는 것인데도 애써 무시한다. 지금 회사 일은 대단히 힘들지는 않다. 행복한 편이다. 8시 출근, 5시 퇴근, 금요일은 1시간 30분의 점심시간과 1시간 이른 퇴근이 기다리고 있다. 덕분에 오후에는 1시간 30분만 버티면 집에 두고 온 행복을 마주할 수 이다. 설레는 금요일 오후지만 설렘의 양은 남들보다 더 크다. 시계를 보고 4시가 되면 총알처럼 뛰쳐나간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 먼저 갑니다.” 문을 나서면서 직업인 노 씨에서 나를 경영하는 노 씨로 변신한다. 사업의 목적은 무엇을 하며 놀 것인가다. 오늘은 넷플릭스의 F1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 새 시즌이 시작하는 날이다. 국내 진출 이후 한 번도 구독을 끊은 적 없지만 최근에는 1년에 많아야 한, 두 시리즈 정도만 시청하는 호구이지만 이것만은 놓칠 수 없다. 다음 주면 2024시즌이 시작하고 4월 초면 직관이 예정되어 있기에 슬슬 텐션을 높여야 할 때다. 최상의 컨디션과 아드레날린을 장착해야 클릭 몇 번에 회사원 1개월 경력을 순삭해버린 경기 티켓, 항공권, 숙박비가 아깝지 않을 테지. 그래도 지난달에 입금된 약간의 상여와 이번 달 가장 큰 기대작인 ‘2023 시즌 연말 정산’에 비어버린 월급 통장 채워주길 기대한다. 제로백이라는 이름의 통장은 이번 달 만큼이라도 그 속도가 퇴근길 올림픽대로를 기대하지만,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덕분에 부지런히 쌀을 씻고 반찬을 만들고 달래장을 만들게 된 건 오히려 좋아. 문득 행복이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퇴근을 시작으로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식사 후 커피 한잔 그리고 뻥튀기 몇 개는 집에서 보내는 금요일 저녁이지만 어떤 날 보다 최고의 시간을 선물해 준다. 내가 만든 행복이다.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한 마디를 내뱉고 애플TV 리모컨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