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아
·by 디노
에세이 드라이브 51기 첫 번째 글
내일을 상상하기 보다 어제를 돌아보고 추억합니다.
10월 초이지만 반팔을 입을 정도로 따뜻한 날, 서울이 아닌 교토다. 이곳에서 대학 생활을 보낸 여자친구의 취향과 나의 요구사항이 합쳐진 이번 여행은 도장 찍기보다는 산책이다. 낯선 곳에 내디딘 발걸음은 바삐 움직이는 눈길과는 다르게 느릿한 속도로 내딛는다. 평소에도 걷는 것을 좋아하고 다양한 곳에 시선을 두며 일상도 여행이라 생각하며 도시를 느끼는 내게 다른 나라, 교토의 산책은 마냥 행복하다. 도심보다 골목길과 강변을 걷다 보면 그들의 일상에 들어가 그들의 풍경을 꾸며주는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무슨 옷을 입고 산책하는지, 다 같이 모여 하는 게임은 무엇인지, 마당은 어떻게 꾸며놓고 사는지 지켜보며 나의 일상과 비교한다. 언어가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르고 환경도 다르지만 인상적인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짝꿍의 20대 초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그녀의 추억 한 페이지를 듣는다. 저 멀리 왁자지껄 즐겁게 노는 한 무리를 바라본다. 그녀도 나도 저런 시간이 있었지. 즐거웠지, 행복했지. 여행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간으로 돌아가 보기도 한다. 평지의 대학 교정은 오래된 건물과 주차장에 가득한 자전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업의 풍경과 따뜻한 햇살이 더해져 아름다운 일상이 되었다. 정문 앞 본관 건물을 찍기 위해 카메라 렌즈를 향하니 지나가던 학생들의 브이가 눈에 들어온다. 그들의 웃음에 미소로 화답하지만 아쉽게도 너희들은 사진에 담기지 않았어. 건물만 줌으로 당겼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