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1. 00:01 시작 · 30개 글
이번 겨울에 처음으로 “겨울이다”라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난 크리스마스는 어떤 하루였나요?
이번 겨울, 유독 춥다고 느꼈던 날엔 무엇을 했나요?
겨울은 어떤 색과 닮았나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나는 어떤 아이였나요?
1월 6일
겨울에 반복적으로 듣는 노래는 무엇이며,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눈이 많이 오지 않은 겨울이다. 더욱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러브레터. 마음의 안정과 영화의 여러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러브레터 OST를 자주 듣는다. 특정 트랙보다 앨범 전체를 듣고 있다. 족히 일주일에 2, 3번은 듣는다.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기도 하지만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이왕이면 눈이 오는 날 듣고 싶은데, 아직은 그런 날이 오지 않았다. 눈 오는 아침 러브레터 음악을 듣는 날을 기다린다.
겨울에 들은 가장 따뜻한 말은 무엇이었나요?
추운 날 밖에서 집으로 들어왔을 때 몸이 녹는 그 찰나의 기분은 어떤가요?
겨울에만 허락되는 나만의 사치가 있다면?
1월 10일
가장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엇이었나요?
1월 11일
크리스마스를 ‘하루’가 아닌 ‘감정’으로 정의한다면?
한 해를 마무리하기 전 준비운동 같은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막상 전날인 24일에 대부분 이루어지고, 25일은 쉬는 시간으로 느껴지고 실제로도 그런 하루를 보냈다. 쉬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기 전 올해를 돌아보는 시간이랄까? 어떤 일을 하든 당일보다는 전날까지 느껴지는 설렘과 긴장으로 살아간다. 실행하는 날은 그 행위에 집중하며, 시간이 지난 후에 정리되고 편집된 감정만이 남아있다. 크리스마스는 지금까지 그래 왔다. 특별한 날이라는 감정은 점점 희미해진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슈가 명확하게 남아있게 된다. 하지만 모든 시간은 점점 빨리 가며, 기록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모양의 기억으로 빚어진다.
1월 12일
크리스마스에 유독 생각난 사람은 누구였나요?
일어나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온몸이 아픈 병자로서 휴일에 진료하는 병원은 소중하다. 크리스마스인데도 2, 30분의 대기 후에 진료받고 치료를 진행했다. 충격파는 아프고, 또 아프고, 계속 아팠지만 앓는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속으로 꾹 참는다. 아프다고 티 내고 싶지 않았다. 치료해도 크게 호전되지 않는 게 문제지만. 문득 40살 전의 내가 생각났다. 치과 치료 외에는 전혀 아픈 적이 없었다. 감기도 1년에 한 번 정도? 나름 건강한 몸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운동을 하면서 몸이 고장 나니 정신적으로도 힘이 든다. 과거도 돌아간다면 그때부터 운동하리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니까. 그럼, 지금도?
1월 13일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물건 하나를 고른다면?
한때 크리스마스이브에 밤을 삶아서 까먹는 풍습이 있었다. 나만의 풍습이다. 별미를 찾아 추운 거리를 헤매기 보다, 따뜻한 집에서 신문지 깔고 숟가락으로 퍼먹으며 영화를 보면 그것이 행복이었다. 대부분 혼자 해서 조금은 외롭긴 했지만, 그것보다 손이 아픈 게 더 큰 이슈. 밤 까기를 못 한지 혹시 5년은 된 듯하다. 주말에 날을 잡아 지겹도록 까고 싶다.
1월 16일
붕어빵이나 호떡 등 겨울 간식, 무엇을 좋아하나요?
집 근처 시장에 호떡집이 새로 생겼다. 단골로 가던 젊은 사장님 호떡이 사라진 지 2, 3년은 된 듯하다. 넓은 팬에 10개가 넘은 호떡이 반죽한 족족 달궈지고 있었다. 옆집에서 통닭을 사기 위해 왔지만, 달궈진 기름 소리와 냄새 그리고 종이컵에 담긴 호떡을 먹으며 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참지 못했다. 호떡도 붕어빵도 좋지만, 한파에는 역시 호떡이지. 반죽 속 뜨거운 설탕물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맛.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먹거리 호떡. 주말에 장 보러 가서 3개는 사 와야지. 하나는 집에 가면서 먹고, 하나는 쉬면서 먹고, 또 먹고. 군침돈다.
1월 17일
버리고 싶었지만 결국 버리지 못하고 새해까지 가져온 습관이 있나요?
영상이 주는 도파민을 피할 수 없다. 독서, 까지는 아니라도 멍하니 명상이라도 하는 것이 쉼에 도움이 될터, 눈을 괴롭히고, 귀를 바쁘게 하는 영상에 쉽게 홀린다. 언제쯤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결국 본인의 의지와 환경이 중요하다. 올 해는 반드시 버릴거야!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안되면 그냥 이대로 좋지 않은 습관을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자신을 자책하겠지. 매번 반복된다. 내년에도 같은 다짐을 할 것이다. 분명!
1월 18일
겨울에만 찾게 되는 공간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추운 바람을 뚫고 삼청동으로 향하는 길은 힘겹다. 길의 끝자락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미술관은 외형도, 전시도 여유가 느껴진다. 매번 다른 전시임에도 비슷한 결의 작품이 걸린 하얀 벽마저 빌 공의 예술을 보여주는 듯하다. 따스한 공기 속에서 작품을 바라보며, 액자의 유리에 비친 나를 흘겨 본다. 그 속의 나는 어떤 모습인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다. 겨울이라는 계절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이 비친다. 슬픔이 비친다. 그럼에도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작품이 만든 세계로 들어간다.
1월 19일
겨울 밤하늘의 별이 유독 차갑게 빛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공기마저 얼어붙을 것 같은 덕유산의 대피소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둑어둑한 하늘 끝에 빨간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서쪽 하늘은 여전히 까만 우주가 보인다. 반짝이는 별빛을 바라보며 일출을 기다린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는 춥지만 상쾌한 느낌을 준다. 공기 중의 이물질을 강한 바람으로 날려보냈는지 유난히 별빛은 반짝이고 하얗게 빛이 난다. 깨끗한 하늘을 통과하다 보니 별빛의 온도가 높지 않은 듯하다. 햇살이 비치면 그들은 잠시 눈앞에서 사라진다. 여전히 자신만의 빛을 내뿜으면서.
1월 20일
첫눈이 올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누구였나요?
어린 시절 어쩌다 알게 된 친구 하나가 있었다. 이성이었다. 여자아이 앞에서는 제대로 말도 못 하던 시절에 친구였으니 알 수 없는 인연이다. 청소년의 옷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마시지도 못하는 술도 함께하고 노래방도 함께 다니던 친구였다. 시간이 흘러 각자의 길을 갈 때가 되었다. 둘 다 고향을 벗어나고픈 생각이 있었고, 언젠가 큰 곳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끝으로 그 아이는 너무나 큰 대륙으로 떠났고, 7년 후 나는 서울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 약속에는 더 큰 어른 30살이 된 후에 다시 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곳에 정착하여 돌아오지 않았다. 각자의 일상이 바빠 연락이 끊어진 지 10년도 지났다. 이젠 연결 고리 하나 남지 않아 생사조차 알지 못한다. 영화 러브레터를 본 후부터 눈 오는 날이면 그 아이가 떠오른다. 그때 선을 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 상상한다. 항상 내 마음 한구석은 그 아이가 자리 잡고 있다. 소설 같지만, 영화 같은 유일한 추억이다.
1월 21일
뜨거운 차 한 잔이 식어가는 과정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아요.
지퍼백의 원두를 몇 숟갈 건져 올려 20g으로 맞춘다. 코만단테에 넣고 힘차게 돌린다. 달리는 느낌이 좋아서 가끔은 많이 넣고 돌리고 싶은 욕구가 생길 지경이다. 94도에 끓인 물로 커피 필터를 적신 후 곱게 갈린 원두를 담고 조금씩 물을 흘려보낸다. 구매한 지 오래된 원두라 커피 빵은 생기지 않지만, 향이 좋지는 않지만, 고운 가루와 만나고 섞여 검은 물이 되어 컵에 뚝뚝 떨어진다. 향이 적어 이번에는 물을 많이 넣어 250g을 맞춘다. 이제야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발가락 사이를 뽀닥뽀닥 씻는다. 그제야 날씨만큼이나 빠르게 식어버린 커피 한 모금을 삼킨다. 더운 여름보다 추운 겨울의 시간이 더 빠른 듯하다. 공기 중에 날아가버리는 열만큼 말이지. 다음에는 시간의 흐름을 붙잡기 위해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봐야지. 그리곤 날아가는 열기를 느끼며 향을 즐겨야지. 최소한의 움직임은 여유를 주고, 여유는 시간의 속도를 붙잡는다.
1월 24일
겨울 햇살이 비치는 카페 창가 자리에 앉은 노인의 뒷모습은 어떨까요?
흰머리가 조금씩 보이는 노인의 허리는 굽어있지 않았다. 억지로 허리와 어깨를 편 듯한 자세를 하고 있다. 애써 바른 자세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등만 보이는 그는 이 카페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힐끗 쳐다보았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e-book 리더기로 책을 읽으며 노트에 만년필로 필기하고 있었다. 약간 의외의 풍경이었다. 노인 혼자서 카페에 앉아 있는 것도 흔치 않은데, 왠지 모르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의 얼굴은 편안했고, 행복해 보였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골목길과 마주한 카페에서 노인의 모습은 훗날 나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