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대영 고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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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yes24와 알라딘에서 주문한 물건이 도착했다. 퇴근 시간은 매번 기다려지지만 1인 가구 구성원으로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은 더 설레게 만든다.
쓸쓸히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녀석은 책 몇 권과 LP 한 장이다. 주문한 물건은 김상욱 교수의 신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에세이 드라이브에 참여 중이신 분이 쓰신 «엄마도 감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DG(도이치 그라모폰)125주년 시리즈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어제 야구 봤나?"
중학생 시절 수업 전 아이들과의 대화는 항상 야구로 시작해서 야구로 끝난다. 어제 있었던 경기 리뷰를 하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반마다 꼭 한 명씩 있는 스포츠신문 구매자가 오면 함께 전문가의 의견을 공유하며 아침을 마무리한다.
예나 지금이나 등교, 출근은 누구보다 빠르다. 요즘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책도 읽고, 짧은 글도 쓰는 등 이것저것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바쁘다.
프로야구를 보기 시작한 건 1992년 여름 이후로 기억한다. 그해 나의...
9번째 기획서를 전달하고 9번째 수정사항을 전달받았다. 주기적으로 하는 이벤트 기획서에 쓸데없이 문구 하나하나 검토해야 할 이유가 없다. 아니 내 선에서 정리해도 되는 일인데 너무 마이크로매니징하신다.
‘저 아저씨(이사) 오늘 기분이 안 좋은 건가? 어제 집에서 부부싸움 했나?
지난 회차까지는 바로 고쳐서 제출했지만, 이번에는 시간을 끌어 보기로 했다. 개발, 디자인팀에 전달할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그동안 제출했던 문구를 메모장에 써놓고 펼쳐보았다. 그중에 내가 마음에 드는 것과 검토 시간이...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이었다. 30분 이른 퇴근을 지시하신 대표님 덕분에 여유 있는 9호선 여행을 즐기며 집으로 왔다. 현관문을 여니 전기 먹는 생명체 노청(로봇청소기를 줄여 로청이라 하지만 나의 형제이기에 노청이라 명함)이가 오후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보통 집에 도착했을 때의 노청이는 이미 업무가 끝나고 식사하는 시간인데 30분 이른 퇴근 덕분에 오랜만에 그의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고용주 입장이지만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잠시 산책 겸 시장에 들러 식재료와 과일을...
그 녀석과의 첫 만남은 면접 자리에서였다. 3살 아래였지만 커다란 덩치와 성숙한 외모에 압도 당했다고 쓰고 졸았다고 읽는다. 적당히 본 면접 후 함께 일하기로 결정하고 며칠을 지켜본 결과 그는 생각보다 섬세하고 소심했다. 실수도 많았고.
그때의 나는 꼰대 중에서도 상꼰대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벌 것 아닌 실수였는데, 회의에서의 대화(?)는 1~ 2시간은 기본이었으니까. 지금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 마인드 덕분에 꼰대력은 거의 사라지고 0.1/10 정도 남은 상태다.
어쨌든, 그렇게 많은...
문득 해운대 바다가 보고 싶었다.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한강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도 했지만 넓디넓은 한강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비할 수 없었다.
새벽 산책 삼아 나왔지만, 어느새 선유도까지 가버린 발걸음을 다시 집으로 돌려 짐을 챙기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서울역은 오늘따라 한적했다. 다행히 20분 후 출발하는 부산행 KTX가 있었고 처음으로 앱이 아닌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바로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다 나의 KTX 여행 루틴 하나가...
"고기 반찬~ 고기 반찬~ 고기반찬이 나는 좋아~ … "
최고의 혼밥 친구는 유튜브다. 고민하기 싫어 첫화면의 예능 영상을 재생한다. 현실의 문제,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반찬과 밥그릇을 바삐 오간다. 출연자들은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을 하고 그들이 바라던 삼겹살을 획득하며 기뻐하는 모습에 웃음 짓다가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울적해졌다. 다들 어디선가 들어봤을 "고기 반찬~" 가사.
크라잉넛으로 입문한 인디 음악은 20대 초반 락, 메탈과 함께 음악적 취향의 가장 큰...
“그런건 니가 좀 찾아봐.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오늘도 사소한 질문을 하는 친구에게 답 대신에 짜증 섞인 말을 건넸다. ‘핑프’라는 말이 있다. 핑거 프린세스 혹은 핑거 프린스라고 한다. 자신의 궁금증을 스스로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손쉽게 답을 얻기 위해 질문만 하는 사람, 타인에게 의존하는 사람을 뜻한다. 가끔 그 내용들을 보면 나중에 죽어도 되냐고? 물어 볼 건가 싶을 때도 있다.
특정 분야의 게시판 몇 곳을 둘러보면 질문이...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썼다. 당시 쓰기의 목적은 '그냥'이었고, 그날의 생각, 일상, 어디선가 보고 들은 것들을 짧게 써 내려갔다.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몸에서 반응이 올 정도로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등 쓰기의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난 7월 4일 이후 쓰지 못하고 있다.
부케가 여라개인 듯 다양한 공간에서 매일 쓰고 있고, 네이버 블로그는 나름의 컨셉과 마음가짐을 설정해 놓고 있었다....
기차는 이곳 서울과 고향 부산을 이어주는 운송수단이자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단이다.
일상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노트북과 모니터가 놓인 회사로 출퇴근이 대부분인 일꾼을 생활.
비일상은 마냥 편하고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수 있는 집. 그곳에는 사랑하는 부모님과 동생부부 그리고 귀여운 조카가 있는 곳. 판타지 세계다. 그저 행복한 곳이다.
두 세계를 가르는 경계는 바로 한강. 한강을 건너면서 두 세계를 오고 간다.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고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전장으로 나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