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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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직장 생활 15년 차… 어우 어떻게 버텼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어? 가만 보자 그럼 내 나이는… 세는 것도 귀찮아. 아니 이제는 몇 살 먹었는지도 혼란스럽다. 누군가 나이를 물어보면 태어난 연도를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중2쯤에 피시통신을 처음 접했다. 나우누리로 시작해서 친구 아이디를 빌려 하이텔도 했고, 무료로 제공되던 에듀넷도 잠깐 했었다. 이미 인터넷이 대중화된 고3 때까지 파란 화면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북적북적했던 그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점차 멀어져갔다. 몇 년이 지난 후 서비스 종료 공지는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만큼이나 아쉬움이 컸다. 그때부터 사람보다 오랜 시간 함께한 것들에 애착을 가지기 시작했다.

 

모뎀의 PC 통신에서 광케이블의 인터넷으로의 전환은 매우 빨랐고 그 속도만큼 빠져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재미있는 도구였다. 누가 제작한 건지 모를 웹페이지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키보드와 화면에서 주고받는 편지에도 사랑과 정이 담길 수 있음을 알았다. 다양한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클릭 몇 번만으로 상품을 구매하게 되었다. 2002년 월드컵에 열광할 즈음 주 소비는 음악 CD였다 지금은 사라진 ‘상아레코드’와 ‘향뮤직’이라는 웹사이트였다. 상아레코드는 오래전에 사라졌고, 향뮤직은 네이버로 옮겨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당시에 접한 정치, 사회, 문화적 지식과 관점은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도구는 바뀌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 인터넷 초창기에도 개인 공간에 대한 유행이 있었고, 개인 홈페이지 제작 서비스들이 많았다. 진지한 친구들은 나모 웹 에디터로 직접 HTML 코드를 작성해서 만들기도 했다. 물론 지금처럼 대단한 기능은 없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취향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은 더 발전된 형태의 소셜미디어와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인터넷 산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인터넷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직업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 보니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등의 직무가 있었고, 최초의 선택은 프로그래머였다. 어쩌다 보니 첫 직무는 운영 업무로 시작했고, 지금까지 서비스와 제품의 전면에서 일하게 되었다.

 

6, 7년 차까지 정말 열심히 일했다. 유난한 성과는 없었지만, 자신의 판단 믿고 증명해 가며 쌓인 경험 덕에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개인 사업을 해서 사업가보다는 리더의 옆에서 2인자로 보필하여 성공을 돕고 싶었다. 예나 지금이나 메타인지가 높았기도 했고 그 일만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꿈이 하나 있었다. 내 이름이 네이버에 걸리는 것이었다. 리더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15년 차인 지금의 나는 직업적 소명 의식 많이 축소되었지만, 책임감만큼은 절대 잊지 않는다. 이용자에게 행복을 주기 위한 서비스가 오히려 불행을 안겨준다면 참여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중견급 직업인으로서는 일과 사생활 모드 전환이 확실해졌다. 퇴근하면 업무 생각은 머릿속에서 모두 지워버린다. 예전에는 샤워 중에도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 때문에 샤워기의 물줄기를 멈추지 않은 채로 나와 메모해 놓던 시절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대신 다른 일에 관심을 쏟는다. 그중 하나가 글쓰기다. 직장 생활을 하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연차’였다. 연차가 능력으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었다. 글쓰기 ‘연차’로 보면 초보 티는 벗은 것 같지만, 자신 있게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글을 쓸 것 같지만 남들에게 내놓기에 남사스럽고(부끄럽고)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다른 점은 부족함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란에 두 번째 칸이 있다면 글 쓰는 작가라고 할 만큼의 의식도 생겼다.

 

여전히 네이버에 내 이름이 나오는 것이 꿈이다. 이제는 다른 프로필 내용은 필요 없다. 이것 한 줄이면 된다.

 

| 작품 : 도서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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