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1일
포스트잇
책상머리에 다닥다닥 포스트잇.
다 똑같은 네모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본다.
하나씩 기억을 더듬어 본다.
가만, 저 노란색은 누구지?
색 바랜 이름. 색 바랜 전화번호.
저 자리에서 저 모습으로 1년.
질긴 접착력. 끈질긴 생명력.
그래, 휴대폰에 가둬 두고 누르지 않는 이름보다
포스트잇에 붙어 가끔 눈에 스치는 이름이 행복한 건지도 몰라.
한 사람 이름을 인생에서 떼어 내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누군가의 책상머리에 내 이름이 붙어 있다면
오늘 하루도 무사하기를.
각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다.
나는 그 안에 피난처를 두었다.
Each book was a world unto itself,
and in it I took refuge.
– 알베르토 망구엘, 작가, 1948 ~
분명한 표현
아무리 재치 있는 문구나 미사여구라도
분명하게 표현된 뚜럿한 생각 옆에 놓인 콩 한쪽만 못하다.
The niftiest turn of pharse, the most elegant flight of rhetorical fancy,
isn’t worth beans next to a clear thought clearly expressed.
– 제프 그린플드
덕을 닦으면서 사업과 명예를 뜻을 둔다면
결코 진정한 조에에 이르지 못하고
책을 읽으면서풍월을 읊는데 흥을 붙인다면
결코 정신을 깊이 쏟을 수 없다.
– 홍자성 <채근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