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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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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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 ・ 2021. 11. 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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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은 항상 혹은 마지막까지 빈자리였다. 누군가로 채워지지 않았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나름 잘 지내고 학년마다 친했던 아이들은 있었다. 수학여행같이 버스를 타고 단체 이동해야 하는 경우 내 옆자리는 항상 비어있었고 미처 원하는 자리가 없었던 아이들의 차지였고, 이동 시에는 대부분 치묵만이 가득했다. 회사 생활하면서도 그랬다. 누군가가 옆에 있었지만 테잎을 되감아보면 내가 상급자였기에 발생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학교의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항상 집은 비어있었다. 부모님은 돈을 벌기 위해 나가셨고 동생과 함께 지내다가 저녁시간 즈음에 퇴근하시지만 식사 기간을 제외하고는 함께하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웅변학원을 다니던 시절에는 학원을 마치면 항상 엄마가 집에 계셨고, 지금도 기억나는 빨간색 방울이 달린 도시락 가방을 들고 ‘딸랑딸랑’하며 골목길에 접어들면 엄마는 내가 오는 것을 알아채셨다고 한다. 단칸방에 마루가 있는 집에서 학원을 마치고 오면 엄마는 집안일을 하시고 나는 마루에서 놀거나 숙제를 했던 기억이 있다. 항상 엄마가 옆에 있었다.

빈자리를 느낀다는 것이 외로움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때로는 좁은 방안이 강당으로 느껴지고 찬 공기로 가득 채워진 듯한 느낌이 들 때면 외로움이 슬며시 다가온다. 그렇다고 참지 못할 무언가는 아니었다.

이런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고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낀다. 함께할 일이 있으면 참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같이 할 것이 있으면 적극 돕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함께 하기 위함이다. 빈자리의 쓸쓸함을 겪어 보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빈자리를 억지로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자연스레 맺어진 관계를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을 깨닫고 필요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가 부족하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행동해야 한다. 그 누구도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노오오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꼰대 취급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 ‘노오오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다가가서 그 관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1회 성으로 끊어질 수도 있고 지속될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이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거대한 우주를 알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글이나 영상으로 배울 수 없는 것이 인간이며, 나를 희생해야 한다. 나의 철학을 고집한다면 인간관계가 아니라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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