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당근!”
이사 전 짐을 줄이기 위해 읽은 책과 비워진 책장을 판매했다. 크기도 크고 조립이 필요해 프레임에서 책장을 분리하는데도 힘들었다. 오래 쓰기도 했고 튼튼한 녀석이라 보내는 게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 두 개 쓰던 책상도 하나는 팔아버렸다. 모니터도 1개로 줄었으니 굳이 큰 공간이 필요치 않았다.
잘 쓰던 물건을 보내는 일은 어렵다. 사람만큼이나 오래 사용한 물건에 애정을 주지만, 죽어서 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군가는 죽어서도 같이 묻어 달라고 하는데, 화장이 대세인 요즘 내 물건도 같이 태웠을 때 발생하는 탄소가 어마어마할 것 같으니,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다른 이의 품으로 보내는 것 현명한 것 같다.
이사를 했다. 그럼에도 짐이 많아 커다란 트럭에 가득 찼고 옮기는 데만 꽤 오래 걸렸다. 괜히 미안해서 이사업체 직원분들에게 식사하시라고 따로 돈을 챙겨 드렸다.
글을 쓰면서 주변을 돌아본다.
“ㅋㅋㅋㅋ”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 전보다 짐이 더 많아졌다. 책은 이북으로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듣자고 정리했지만, 어제도 6권이 배송되었다. 가방에는 무겁게 책을 가지고 다니며 혼잡한 지하철에서 읽는다.
소비에서 만큼은 삶의 철학이 적용되지 않는다. 물건에 대한 욕심은 어디서 기원했는지 알 수가 없다. 본능인가? 자발적으로 원룸에 1년 정도는 살아야 정리가 될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며 미루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열심히 운동해서 좋은 몸을 만드는 사람을 보면 존경심이 먼저 드는 이유는 주변의 수많은 욕구를 억누르고 업적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이제는 이런 나를 인정하려 한다. 내 스타일대로 살려 한다. 나는 욕구와 욕심을 억누를 만큼의 단단함이 없으니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며 애써 위로한다. 굳이 남들처럼 좋은 몸, 깔끔한 공간에서 살기보다 조금은 어지럽지만, 나만의 규칙으로 일상을 즐기는 것이 정답이라며 애써 위로해 본다.
샤워하기 전에 스트레칭과 맨손 운동을 하며 일부러 땀을 흠뻑 흘려 본다. 육신에서 다이어트는 필요하지 않다. 출근 전 가방을 챙기고 들어 본다. 나이 먹으니 10분 이상 서 있는 것도 힘들어서 가방 속 짐이라도 줄여야 할 텐데. 그러면서 “혹시~?”하며 이것저것 쑤셔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