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의 추억 창고를 뒤져보면 텅 비어있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한 학급의 40여 명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내게 저장된 기억도 그리 많지 않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만 학교생활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달까.
그럼에도 그 시절이 그리운 건 아이들과 선생님께 다가가지 못한 나의 소심함이 숙제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공부하기 위해 모인 우리이지만 공부가 전부가 아님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게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때만 할 수 있는 생각, 행동을 공유하고 함께 한다면 더 기억에 남고 이후 각자의 삶에 약간이나마 영양분이 되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도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아이들이 있겠지? 보기에는 불편함이나 아쉬움 없이 지내고 있을 테지만 다가서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두려워하는 나 같은 아이들도 있겠지?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내어 한 명의 든든한 사회구성원 아니 온전한 한 사람으로서의 삶에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
누구보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알려주었으면 한다.
나는 그러지 못했기에 그럴 수 없었기에.
미디어를 통해 학교 내의 폭력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애써 잊고 있었던 아니 잊은척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의 외로움, 그때의 상처는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뀐 지금도 마음에 갈라진 틈을 시간으로 메꿔놓은 듯, 기억 속의 상처에서 새빨간 핏빛 속살이 드러나 따끔거린다. 물론 내일이면 다시 저 깊숙이 숨겠지만.
그때의 추억 창고가 텅 비어있었던 건 떠올리기 싫어 애써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