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이름을 가지고 있다. 거대한 산과 바다부터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기체까지. 이름은 나를 나타내는 첫번째 무언가이고 누군가에게 불리우는 첫번째 무언가이다. (사람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우기도 하니까) 나는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이름은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는데, 장손이라 나름 고심해서 지어주셨을 테고 이름의 뜻에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한가지다. 이름에 힘이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언제 처음 느꼈냐면 군대 훈련소에 입소했을 때였는데, 군대는 상급자가 부르면 관등성명을 대는 것이 원칙이다. 내 이름은 대부분 비슷하게 3글자로 이루어져있는데, 3개의 글자 어느 곳에서 엑센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름이 너무 부드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일부러 강조하지 않아도 남들에게 이름이 잘 들리는 반면 나는 3글자 각각에 힘을 주어 발성을 해야했고 그것이 은근히 스트레스 였다.
이름에서 악센트가 느껴지지 않는게 무슨 불만이냐 할 수 있겠지만, 인생을 달다보니 실제로 만나는 사람이나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사람과 그의 이름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름과 그 사람의 행실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경우를 많이 느꼈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예측이 가능하고 꽤나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 짓는 일은 한 사람의 삶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그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가끔 개명을 해야 한다면 어떤 이름이 좋을지 고민한다. 막상 생각해 보면 마땅히 내가 마음에 드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결론은 이름 지어주신 할아버지께 감사드리면서 그런 상상은 종료된다. 이름 때문에 지금의 내가 이렇다는 핑게를 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만든 것이고,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가 만드는 것이다.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하면서 흐트러진 마음속의 블럭을 정리하고 다시 쌓아가기 위함이라고 스스로에게 채찍질 한다.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못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서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환경?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분명히 존재 한다는 것,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