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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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앞에 있던 문방구
모교 앞에 있던 문방구

 
국민학교를 다니면서 하루에 용돈을 받아서 쓰기 시작했다. 내 기억에는 300원으로 시작해서 초등학교(15년에 변경) 고학년에는 500원까지 올려주셨던 것 같다.
한창 클떄의 보통의 아이들은 대부분 군것질이나 뽑기 같은 곳에 대부분의 용돈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물론 그 시절에 유행했던 프로야구 스티커를 모으는데 돈을 쓰기도 했는데 어렸을적 부터 지금까지 뽑기류에 소비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 듯 하다. 최근까지 유행했던 인형뽑기도 살면서 내 돈주고 한번도 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때 당시에 300원이면 군것질 한 번이면 끝나는 돈이어서 자주 하지는 않았고, 필기구를 샀던 기억이 난다. 볼펜이나 샤프, 지우개 같은 아이템에 관심이 있어서 필통에는 다양한 필기구들이 써달라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더랬지.
그렇다고 글씨를 잘 쓰는 편도 아니었고, 글을 많이 쓰는 편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최근에 공부를 좀 해보겠다고 다시 필통과 필기구를 구입했는데, 당시에만 조금 쓰고 역시 지금은 사용 빈도가 거의 없어서 책상에 방치되고 있다. 구입한 돈이 아까워서라도 뭐라도 적어야 할텐데, 이렇게 키보드로만 끄적거릴게 아니라.
그렇게 필기구를 좋아했던 어렸을 적 처음으로 ‘우리집이 이랬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 한건 ‘문방구’였다. 요즘에는 거의 사라졌지만 그때 당시에는 학교앞에는 무조건 문방구가 최소 3곳 큰 학교는 더 많은 가게가 있었다.
등교할 때는 준비물, 하교할 때는 군것질 거리와 뽑기, 오락기 같은 놀거리도 있어서 종합 마트 같은 느낌이 었다. 문방사우(오랜만에 쓰는 단어 ㅎㅎ) 뿐만 아니라 장난감 그리고 축구, 농구공, 글러브 등 스포츠 용품도 팔았으니, 그리 크지 않은 가게들이었는데 정말 많은 상품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고 갖고 싶은 물건은 문방구에 다 있었으니.
그렇게 나는 문방구 집 아들이 되고 싶었나 보다.
아직 문구류에 대한 흥미는 가지고 있다. 공부할 때도 필요하지만 나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필요한 물건이다. 단순히 키보드로 디지털 활자를 쳐내는 것도 좋지만 한자 한자 나의 생각을 종이에 담아내는 것 또한 소중한 시간이고 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만큼 아날로그 향수가 더 그리워지는 것과 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한다는 행위에 필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디지털을 벗어나 아날로그로 돌아갔으면 한다. 그러면 나와 내 주변의 사람, 정치, 경제, 문화 같은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도 인간으로 변해가고 결국에는 나를 위함이 아닌 우리를 위한 세상을 만드는데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 생각에 지금도 문방구를 하고 싶다.
단순한 도구지만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생겨나는 결과물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다양한 연필과 종이를 통해 느껴지는 냄새, 촉감만으로 새로운 감정과 감성이 생겨나고 좋은, 위로하는, 세상을 바꾸는 글들이 나온다면 천원짜리 연필을 팔더라도 마음은 행복해 지지 않을까?
내가 가게를 한다면? 이라는 글을 쓸려고 마음 먹었던 것은 그 가게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었다.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대단한 정치가나 천재가 아니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문방구는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시작점이다. 그래서 문방구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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