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동굴에서 빠져나오기.

창밖은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6-01-19 10:06
조회
27

집-회사-헬스장-병원, 이 영역 밖으로 나가 본 지도 몇 개월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최근 동굴 탈출을 감행한 건 2번 동네 뒷산, 한강 산책이 전부다. 모임을 위해 시내 구경(강남) 2번도 있구나. 주말이면 사진을 찍거나, 아이쇼핑, 문화생활 등으로 바쁘게 지내 온 것도 1년 전이다. 필요에 의한 외출만 존재한다. 탈출을 위한 계획을 여러 번 세웠지만, 귀찮음, 건강상 이슈 등으로 미뤄지고 미뤄지고 있다.

지난 주말은 과감하게 서울을 탈출하여 덕유산 눈꽃 산행을 계획했다. 계획은 계획일 뿐, 운동 중 부상으로 왼쪽 갈비뼈에 실금이 생겼다. 신경은 쓰이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의 통증이 생겼다. 걷기에 불편하지 않지만, 등산의 특성상 불규칙적이고 평탄하지 않은 길을 걷기에는 부담 아니 겁이 난다. 더 심하게 지쳐서 운동 자체를 못 하거나 걷는 게 힘들어지면, 심하게 오버해서 한강 다리를 찾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지난주도 캄캄한 동굴 속에 지내다가 땀 빼러 헬스장 2번 간 것이 외출의 전부였다. 날씨를 보니 이번 주도 쉬는 게 좋은 선택이었다. 토요일은 무려 영하 11도, 덕유산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가는 한파였다. 이런 몸을 이끌고 갔다가는 갈비뼈가 문제가 아니라 얼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바닥을 뜨끈하게 데워두고, 산행 유튜브를 재생시켜 대리만족을 하며 주말을 보냈다.

아차 토요일 아침 산책도 했구나. 일출을 보기 위해 안양천을 따라 한강으로 향했다. 꽁꽁 싸매고 나갔지만 빈틈으로 들어오는 참을 수 없는 한기는 걸음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다. 하늘공원이 마주 보이는 안양천 합수부에 잠시 앉아 쉬면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게 꾹꾹 눌렀다. 2025년이 가는 올해는 어쩠느니, 2026년에는 어떻게 살 것이니 하는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냥 이 상태, 춥지만 상쾌한 아침을 온몸으로, 눈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생각이 많아 스스로 나락으로 보내는 짓은 가급적 하지 말기로. 몸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하기로 한다. 한의원에 다닌 후부터는 몸 전체의 혈액 순환이 잘 되고 있다. 여전히 목 뒤는 단단하다. 나도 모르게 힘을 주고 있다. 걸으면서 일부러 팔을 쭉 늘어뜨리며 걷는다.

최근 좋아하는 평론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과 무서움이 동시에 다가왔다. 11월 중순 경에 뒷목이 올라와 정말 잠깐 어지러웠던 적이 있었다. 조금만 심했으면 쓰러졌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죽는 게 두렵지는 않다. 하지만 미련은 한 가득이다. 아침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불 밖으로 나오는 건 어제의 미련을 오늘 채우기 위함이다.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미련이 뭐라고, 결국 똑같은 오늘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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