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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드러내는 유일한 방식

essay drive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5-12-06 18:34
조회
40
체감은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다가온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새 옷을 장만하기로 했다. 몸은 추위를 느끼고 있었지만, 생각이 많아 변화를 감지하지는 못한 듯 하다. 날씨를 많이 타는 편이라 겨울도 힘겹게 보낼 게 뻔하지만 겨울옷의 업데이트는 최근 2, 3년간은 없었다. 

 

첫 번째 타켓은 니트. 몇 년 전 무신사에서 구매한 블랙의 캐시미어 니트가 있지만 그새 운동 좀 했다고 넓어진 어깨와 재질 특성상 조금 줄어든 듯한 느낌 때문에 큰 사이즈로 구매하고 싶어졌다. 상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기장이다. 셔츠든 니트든 티셔츠든 엉덩이가 드러나면 심기가 불편하다. 큰 고민을 하고 싶지 않아 언제나처럼 무신사에 접속했다. 색상의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아 검색 필터에 블랙을 선택한다. 막상 눈앞에 여러 벌의 블랙 니트가 나열되어 있지만, 쉽게 장바구니에 담지 못한다. 괜히 네이비도 눌러보고, 과감하게 체크의 세계로도 발을 담가본다. 오래전부터 고민’만’했던 겨울스러운 노르딕(?) 스타일도 살펴보지만 이건 소화할 수 없다는 판단에 바로 뒤로가기를 누른다. 

 

옷을 구매할 때마다 고민한다. 스티브 잡스나, 저커버그처럼 옷에 신경 쓰지 않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과감한 도전을 하기도 한다. 옷걸이에 걸린 옷을 보면 보라색 스웨트셔츠, 빨간 체크의 셔츠, 블랙/그린 체크무늬의 코트 등 의외로 다채롭다. 색상에 특별한 취향이 없었다는 의미다.

 

어렸을 적부터 특별히 좋아하는 색이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골라 달라고 한다면 잠깐 고민하다가 자연의 색을 선택한다. 숲의 초록, 화창한 하늘의 파랑, 봄의 전령 개나리의 노랑 등등 많이도 꺼내놓는다. 사실 좋아하는 색이 없다기보다 싫어하는 색이 없다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집에서 쓰는 키보드의 키캡이 심지어 핑크색이기도 하니까. 처음 핑크 키캡을 구매했을 때는 다른 색의 재고가 없어서가 이유였다. 의외로 블랙 키보드에 핑크 키캡은 각자의 색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 10년 넘게 잘 쓰고 있다. 그 키보드는 취직 후 다음 달 월급으로 구매했다. 그러니까 벌써 십ㅇ.. 년. 

 

그럼에도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 초록이다. 땀이 많아 힘든 여름이지만 극강의 초록을 내뿜는 계절인 여름을 가장 사랑한다. 파란 하늘 아래 푸르른 활엽수는 보기만 해도 행복함이 느껴진다. 그때야말로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순간이랄까. 초록이 좋아 골목을 다니며 각자의 작은 정원을 사진으로 담기도 했으니, 최애 색깔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요즘은 낡음의 상징인 누런색이 눈에 들어온다. 최근 대부분의 촬영이 필름이기 때문이다. 필름 색감이 감성적이라며 여러 카메라 브랜드에서는 필름다운 필터를 제공하고 있다. 실물 필름 특유의 색감과 노이즈(필름 그레인)는 중독성이 있다. 대충 찍어도 풍부한 감성이 들기 때문에 잘 찍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추워지면 위에서 언급한 블랙/그린 체크의 코트를 꺼낸다. 이 녀석을 입고 나가면 가끔 긍정 한 스푼이 담긴 말 한마디씩 하는 사람들이 있는다. 덕분에 패션 감각이 있는 사람인인 양 착각에 빠지기 쉽게 만드는 옷이다. 이 옷이 좋은 이유는 같은 코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캐시미어처럼 고급은 아니지만 온몸을 착!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다. 브랜드 밸류가 구매했을 당시인 2019년보다 위상이 높아져서 좋다. 그들의 성장에 한, 두 방울 정도는 기여한 것 같아서. 좋은 브랜드, 뜨는 브랜드를 보는 눈이 있다고 증명하는 듯해서 좋다. 지금도 여전한지는 모르겠다. 

 

알록달록 예쁜 표지의 책이었지만 수년이 지나면 본래의 색을 잃어간다.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경험과 변하는 주변 상황에 따라 생각의 방향이나 깊이, 심지어 인상도 변한다. 변화를 거부할 생각은 없지만, 외부의 영향에 쉽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사진을 찍다 보면 많은 사람이 분위기를 이야기한다. 자신만의 일관된 분위기다. 남들과 비슷할 수는 있지만 절대 같지 않은 자기만의 색이 있다는 것, 그것을 글과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존재함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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