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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차 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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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5-09-15 21:20
조회
227
도쿄에 다녀온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가려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예전 드라이빙에서 언급했던 러닝도 하나의 이유다. 이전 여행에서는 목적지에 당도하기기 위한 이동과 목적지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기에 여유를 즐기지는 못 했다. 목적지에서는 원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의 휴식과 안정, 행복을 손에 쥐었다. 이번에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기 위해 가기로 한다. 최단 시간 이동을 위한 구글맵보다는 조금은 헤메더라도 그곳 사람의 일상에 한 발자국 더 들어가 보려 한다. 보통의 골목 걷기, 오피스 상권의 점심시간 즐기기, 오래된 재즈킷사 방문 등 하고 싶은게 쌓여간다. 쌓일 수록 똑같이 바쁘게 다닐텐데, ‘무엇이든 맥시멀리스트로서 줄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귀국 전날 비가 많이 내렸다. 굳은 날씨였음에도 마지막으로 어딜갈까 고민하다 긴자 근처에 있는 <하마리큐 은사정원>으로 향했다. 비가 많이 와서 불편하긴 했지만, 그건 발이 감당할 일이다. 비에 졎은 땅에서는 흙 냄새가 올라온다. 빗물을 머금은 너무와 다양한 식물들은 자신의 향기를 바람에 날려 보내고 있다. 사방에서 풍겨오는 자연의 냄새는 온 몸을 훑고, 입을 통해 속까지 상쾌하게 만드는 듯 했다. 고층 빌딩이 둘러싼 공원은 고즈넉함을 넘어 을씨년스럽기까지했지만, 간혹 지나치는 사람들덕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공원은 괘나 넓었다. 하늘을 숨겨버린 울창한 숲은 흐린 날을 밤으로 만들었고, 오래된 목조건물 처마 밑에는 빗방울이 풍경을 타고 떨어지는 소리가 ‘띵. 띵. 띵. 띵’ 하고 귀를 울렸다. 잠깐 앉아 쉴려고 했지만 새까만 까마귀가 건물 주변을 맴돈다. 망토가 날아다니는 것 처럼 여러마리가 무리지어 다니니 이때는 진짜 무서워서 밝은 곳으로 도망쳤다. 공원의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수백년의 세월을 지나오고 있었다. 공원의 동쪽 끝으로 가면 바닷가가 나온다. 주변에 수산시장이나 회센터(?)가 없어서 그런가 약간의 짭쪼름한 냄새가 파도를 터고 넘어왔다.  

 

저 멀리 큰 호수가 보였다. 가운데에 집이 한 채 보이는데, 저기가 말차를 파는 티 하우스였다. 다리로 관광객들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여기가 만남의 장소인가 싶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찻집은 따뜻하고 편안했다. 다다미로 된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았지만 불편한건 사실, 마음 같아서는 눕고 싶을 정도로 편안한 공기가 말차향과 함께했다. 국그릇보다 큰 말챠는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맛없다는게 아니라, 분별력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진한 말차향은 창밖에 보이는 공원과 참으로 잘 어울렸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오기 전에 킷사에서 편안히 커피를 마시며 재즈를 듣겠다며, 수많은 곳을 북마크 해놓았지만, 무계획으로 들어간 현대식 킷사 한 곳 뿐이었다. 그곳도 멋진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음악과 향기로운 커피는 완벽했다. 다음 번에는 조금은 낡았지만 자신만의 향을 풍기는 킷사에 가겠노라 다짐하며, 킷사로그를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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