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던 벨트의 크롬이 흐려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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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외출을 위해 옷을 꺼내 든다. 아직은 더우니까 흰색 반소매 티셔츠, 바지는 뭐로 할지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청바지를 꺼낸다. 어제 입었던 바지에서 벨트를 꺼내 끼우려니 벨트가 두꺼워 들어가지 않아 걸려있던 다른 벨트를 고른다. 무심결에 고른 벨트의 버클은 몽블랑. 유일한 메이커(?) 벨트다. 당연히 내가 사지 않았고, 당시 팀장으로 있던 시절에 팀원 녀석들에게 생일선물로 받았다.

대략 6년 전에 받은 벨트다 보니 가죽끈은 2번이나 교체했지만 버클에는 세월의 흔적만 있을 뿐 제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버클을 보니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중에 한두 명은 가끔 연락하지만, 대부분은 퇴사 후 인연의 끈은 잘려 나가 소식조차 듣지 않는 관계다.

그때의 나는 팀을 잘 이끌기 위해 노력했고, 무엇보다 팀원 각자의 성장이 고민했다. 그들에게 작은 성공의 경험을 안겨주고 싶었다. 지나고 보니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고, 그들에게는 꼰대 짓일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꼰대스러움의 극치를 달리는 나였다. 상사들의 영향이 있었다 할지라도 꼰대질의 방향성은 분명히 달랐다고 자신했지만, 그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나 보다.

첫 회사였던 그곳을 나오고 나의 일상은 큰 변화가 찾아왔다. 주말 출근을 안 하게 되었고, 칼퇴근이라는 것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가방에 항상 책은 있었지만, 한 달에 10페이지로 읽지 않았던 내가 매일 글을 읽고 독서 모임에 나가 멤버들과 토론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집의 반복이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아니 진짜 세상 들어갔달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각자의 일상과 삶을 공유하면서 현재와 미래의 나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지나간 시간의 후회와 나의 언행에 채찍질하게 되었다.

인연의 끈이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다. 같은 선상에서 함께 가야 하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하고 싶은 것, 그들의 꿈에 대해 들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것이었다. 오만했던 당시의 내가 안타깝다.

생일 선물로 받은 벨트 버클의 크롬은 시간의 흐름만큼 흠집으로 반짝임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내 몸을 단단히 조여주고 있다. 선물한 것도 잊었을 테지만, 그 녀석들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겠지만 가끔 꼰대력 충만했던 회사 생활, 종각에서 양꼬치를 먹던 추억을 쥐포를 뜯으며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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