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참을 수 없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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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는 사용하지도 않은 앱들이 셀 수 없을 만큼 쌓여서 유영하고 있다. 가끔 불필요한 아이들을 삭제해서 심정적으로 가벼운 폰을 만들고자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한 달 아니 일 년에 한두 번 켜볼까 싶은데도 말이다. 광고나 리텐션을 위해 보내는 알림이 울리면 그제야 깨닫고 잠들어 있던 앱을 깨운 후 저 멀리 날려버린다.

일주일에 한 번은 앱스토어에 들어간다. 새로운 앱이 없는지 살펴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앱의 업데이트. 보유한 기기의 소프트웨어는 항상 최신으로 유지해야 하는 강박이 있다. 당장 하지 않아도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말이다. 가끔 이런 나를 보며 이유를 찾고자 하지만 알 수가 없다. 그냥 이렇게 태어났나 보다.

메일함을 열어 본다. 반드시 읽어야 할 것, 나중에 읽어도 될 것, 스팸함으로 이동해야 할 것을 고르고, 스팸성 메일은 꼭 들어가서 unsubscribe 버튼을 누른다. 다음번에는 메일함의 숫자가 줄어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모임 날이었다. 각자의 근황과 모임의 주제 토론을 하다가 문득 옆자리 멤버의 휴대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에 보고 내려놓은 듯 화면이 켜저 있었는데, 각종 앱의 머리에 수십, 수백의 숫자가 리본 마냥 떠있었다. 편한 사이라 궁금해서 질문을 던졌다.

“앱에 안 읽은 알림이 많은 거 같은데, 신경 안 쓰이나요?”

그의 대답은 나와 마찬가지로 딱히 이유가 없었다. 그냥 신경 쓰지 않고 눈에 밟히지도 않는단다. 신기하다. 1도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와는 정반대이지만 그대로 두는 그분이나 나나 딱히 이유가 없다.

문득 스마트폰 관리와 관련한 심리가 궁금해졌다. 궁금함은 못 참으니 구글 아니 chatGPT에 물었더니 알림 처리와 관련해서 이런 답변이 왔다.

‘즉각적인 대응, 미루기, 정리 정돈, 스트레스 관리, 보안 및 개인 정보’

정리 정돈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네, 나는 정리 정돈을 좋아하지~ 책이나 음반은 반드시 아티스트 별로, 발매일 순으로 모아두고 옷이나 신발도 같은 카테고리별로 두는 것을 선호한다. 회사 책상을 보면 항상 깔끔하며, 파일명도 상세하고 정확하게 써 두어서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가방이나 웃옷의 주머니마다 주인이 있어 눈 감고도 물건을 찾을 수 있다. 간혹 다른 곳에 넣어두면 혼돈의 카오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알림의 숫자가 많은 사람 중에도 과도하게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도 있으니까. 각자가 집중해야 할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교적 깔끔한 이미지라고 다들 생각하는 나조차도 글 쓰는 지금 키보드 옆은 엉망이니 말이다. 너무 많은 곳에 신경을 쓰면서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메일 앱을 열어 읽음 처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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