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달린다. 지하철 출입구 위에 있는 전광판에서 2정거장 전에 빨간색 급행열차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열차를 놓치면 다음번까지 기다려야 하고 지금의 5분 딜레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니까. 지금 뛰지 않아도 일반 열차를 타더라도 지각하지는 않지만 기다림이 싫다. 그렇게 새벽부터 달린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외롭지는 않다. 겨우 탑승한 열차에서 안도의 호흡을 내쉰다. 같이 달린 사람과 함께.
양재역에 내려 2번 출구로 향하는 길목에 빵집이 있다. 대기업 제빵회사의 빵을 대량 매입해서 판매하는지 개당 1천 원에 판매한다. 바쁘게 지나가느라 무슨 빵이 있는지 구경하지는 않지만 스쳐 가는 시선 속에는 2, 3명의 사람들이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거둬들인 시선에서 계단으로 올라가기 전 청년 한 명이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한 손에는 그 곳에서 구매한 듯한 빵을 먹고 있다. 바깥세상은 인정사정없이 불어닥치는 차가운 바람에 숨쉬기조차 힘들기에 많은 이들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각자의 길을 가는 그 곳에 서서 아침을 해결하고 있다.
그는 추위를 피해 그곳에 멈춰 섰을까. 고른 숨의 패턴을 망가뜨리지 않고 천 원짜리 빵 하나로 아침을 해결하고자 했던 것일까. 회사까지 걸어오며 생각해 본다. 바쁜 출근길에 멈추어 설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그가 부러웠다.
행복을 위해 희생하기 위해 매일 아침을 달리고, 행복이 있는 집을 위해 매일 저녁을 달린다. 달리지 않으면 답답해하고 짜증이 난다. 버스 밖에 정체된 도로에서 무자비하게 울리는 경적이 운전자의 짜증을 대신 내뿜는다. 그렇게 달려간 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아무런 일정 없이 집콕이었다. 눈이 소복하게 내린 아침을 즐기기 위해 산책을 나섰다. 이른 시간에도 학교 운동장에는 조기 축구회 회원들의 열띤 호흡이 하늘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 멀리 산에는 하얀 눈이 마치 슈톨렌 위의 슈가파우더처럼 달콤하게 뿌려져 있다. 그곳은 달릴 수 없다. 한 호흡, 한 호흡 조심스레 한 발을 내디디며 새하얀 눈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는다. 달리지 않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지만 다음 주가 되면. 또다시 버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달리겠지.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얼음이 되어 발목의 움직임에 제약을 두지만 당장의 위험에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보다 나중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면서 동작하세요.”
저녁을 배부르게 먹은 후 요가로 몸을 풀어준다. 요가 영상에 빠지지 않는 단어 호흡. 느긋하게 영상의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금세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충분하다. 오늘의 피로를 땀방울 방울마다 정성스레 담아 내보낸다. 마지막 호흡을 하면서 내일은 여유롭게 시작해야지 다짐하지만, 또 달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