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야구 봤나?”
중학생 시절 수업 전 아이들과의 대화는 항상 야구로 시작해서 야구로 끝난다. 어제 있었던 경기 리뷰를 하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반마다 꼭 한 명씩 있는 스포츠신문 구매자가 오면 함께 전문가의 의견을 공유하며 아침을 마무리한다.
예나 지금이나 등교, 출근은 누구보다 빠르다. 요즘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책도 읽고, 짧은 글도 쓰는 등 이것저것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바쁘다.
프로야구를 보기 시작한 건 1992년 여름 이후로 기억한다. 그해 나의 팀 롯데 자이언츠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진출 후 우승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한다. 그리고 2023년 기준 마지막 우승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야구 원년에 창단되었지만, 하위권이 익숙한 팀이다. 최근 몇 년간 팀 성적뿐만 아니라 선수를 대하는 구단의 태도, 한국프로야구 최대의 주적인 심판의 판정 문제로 관심을 끊고 Formula 1에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올해 4월, 10여 년 만에 1위까지 하는 모습에 감동하여 다시 지켜보았다. 하지만 김재박 감독의 명언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TD : Down team is down)’의 원조팀답게 1위를 찍은 후 꾸준한 하락세로 지금은 7위로 가을야구의 꿈은 사실상 날아갔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는다. 4년 연속 꼴찌 한 이후로 롯데 야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은 롯데의 야구처럼 일상을 돌아보니 행복한 순간보다 아쉬움의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좋은 플레이와 어쩌다 이기는 하루, 팀 성적과 관계없이 성장하는 선수를 위해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반복되는 일상을 멈추지 않는 나를 보는 듯하다.
언젠가 홈으로 들어올 수 있게 안타와 도루, 때로는 아웃되더라도 다시 안타를 반복하는 일상을 내일도 지속하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어차피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니까 어깨에 힘을 빼고 출루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