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는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했을 거고 하늘나라에서도 고마워할 거야. 힘내!! ^^.”
오랫동안 함께한 흰둥이가 하늘나라로 떠난 후 힘내라는 의미로 보낸 문자가 화근이었다. 그녀는 웃음 짓는 문자에 화가 나서 지금 웃을 때냐? 라며 내게 화를 내기 시작했고, 그것이 우리의 인연은 끝맺음을 지었다.
문자 말미에 넣은 ‘^^’. 당연하게도 소시오패스처럼 나도 좋아서 쓴 게 아녔다. 힘내라는 의미였지만 나는 파렴치한 사람이 되어 있었고 요단강을 건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버린 사람이 되었다.
그 후 꽤 오랫동안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이나 기호를 쓰지 않았다. 죄책감이었다.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고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정말 잘 못 한 건지 의문을 품었지만, 의미 없는 짓이기에 처음부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글자로만 대화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돌이켜 보면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고,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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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헤어져”
야근하던 어느 날 도착한 문자. 그즈음 우리 사이의 공기는 습기 하나 없이 메마른 상태였고, 조금의 불꽃이라도 튀면 큰불이 날 것 같은 분위기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었다.
이미 어두워져 앞 건물 사무실에 켜진 조명만이 비치는 사무실 테라스로 나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술을 마시고 있는지 수화기 건너편에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BGM으로 깔리고 “여보세요?”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어왔다. 내 입에서는 거두절미하고 세 마디만 건넸다.
“헤어지고 싶어? 헤어지고 싶어? 헤어지고 싶어?”
“응.”
“뚝…”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상하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슬프지도 마음 아프지도 않았다. 3개월가량의 뜨거웠던 연애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1시가 넘어.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지난 통화에서 나의 반응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갔다고 느꼈는지 아까의 응답과는 다른 분위기의 문자였다. 그제야 나는 화가 나서 답장도 없이 차단해 버렸고 우리는 거기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