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0일
오랜만에 삼청동에서 사진수업을 받았다.
제주 혹은 한강 출사때 사진을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전히 보이는 것을 찍는데 보는 것을 찍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항상 어딘가에 가서 찍으려 하지말고 지금 보고 있는 장소에서 넓게 보되 좁게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무슨 말이냐면 전체를 보지만 각 부분별로 쪼개서 보는 것이다. 풍경을 보더라도 전체보다는 햇살이 비치는 나뭇잎, 나무의 뿌리, 뻣어나가는 가지의 모습 등을 답는 것이다.
전부를 담으면 많은 요소들이 있어 메시지를 찾기도 알리기도 힘들다. 그 곳에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장면만을 캐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렵다. 어렵기에 많이 찍어 봐야한다. 이번 주말에는 나가보자. 어디로든
사진수업 전에 다시 그 떡뽁이 집에 갔다. 저번에는 메뉴판을 보지 않고 주문했기에 이번에는 어떤 메뉴가 있는지 보았는데... 띠딩! 메뉴명 '부산식 쌈장 순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쌈장이라니... !! 쌈장!!!
서울에 쌈장순대를 본 적이 없기에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떡뽁이와 순대 1인분을 주문했고, 약간의 기다림 끝에 눈앞에 나타났다. 맞다. 그 쌈장이다. 바로 순대를 쌈장에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아 그래 이맞이야. 순대는 소금이 아니라 쌈장에 찍어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감동의 눈물이 마음속의 벽을 타고 내렸다.
떡볶이는 역시나 맛있다. 거기에 쌈장 순대라니...이건 귀하다. 너무 귀하다. 서울 분식집 원탑으로 꼽겠다. 볼일이 없어도 안국역에 자주 가야겠어. 아니 이 집에 가는게 볼일이 되겠지.
2023년 5월 31일
어느덧 5월이 끝났다. 많은 일이 있었고 즐겁고 행복한 5월이었다.
월초에는 제주 출사와 순창에 다녀왔고, 탁구를 다시 치고 영화도 보고 전시도 보고... 4, 5월을 즐겁게 보냈기에 다음 달은 조금 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마침 이번 학기 사진 수업도 6월 중순이면 종료리기도 하니... 나름의 6월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짜본다.
퇴근 후 연희동으로 향했다.
목적은 책바에서 한 잔의 술과 한 권의 책과 함께 하는 것.
호천식당
그 전에 저녁식사로 호찬식당에서 비밈메면과 양념 돼지고기 구이 그리고 들깨메밀막국수를 시켰다. 너무 맛있었다. 비빔보다는 들깨가 내 취향에 맞다.
식당의 공간도 정겹다. 2층 단독주택을 개조했는데, 게단 몇개를 오르면 넓은 정원과 큰 창으로 식당 내부가 보인다. 정겹다. 이렇게 큰 집에 살아보진 못 했지만 마당이 있고 테이블 간격이 넓은 식당은 오랜만이다. 저녁식사 시간대이지만 손님도 많지 않아 조용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했다.
더운 여름에 생각이 많이 날듯 하다. 연희동이라 겸사겸사 식사하기도 좋은 곳.
유어마인드 책방
책바를 가기 전에 유어마인드라는 서점에 들렀다.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방문은 처음. 여기도 호찬식당처럼 큰 2층 저택을 개조한 곳에 있었다. 한 공간에 4개의 상점이 있었고 유어마인드는 2층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멋진 노을과 하늘도 볼 수 있었다.
유어마인드는 작은 독립책방이지만 특색있는 책들이 많았다. 유명한(독립출판물 중에서도)책보다는 주인장님의 큐레이션이 돋보였다. 특히 안쪽 책장에는 작은 책장별로 짧은 문장과 함께 모여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책바
지도에 북마크 해놓은디지 몇년은 되었으나 한번도 가보지 못 한 책바를 이번에 다녀왔다. 연희동 골목 구석 깊숙한 곳에 아늑하게 자리한 책바는 위스키, 칵테일 등의 다양한 술과 책이 공존하는 곳이다. 2인이 있을 수 있는 2개의 테이블과 1인석의 바테이블 등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공간은 조용해서 무언가에 집중하기 좋은 공간이다.
바 내부에는 다양한 책과 멘트들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읽을 책도, 판매하는 책도 있어서 빈손으로 가도 무언가 가득채우고 나올 수 있는 공간.
2인실은 가로로 긴 구석 공간 끝에 1자리씩 배치되어 있다. 하나의 책상에 두개의 의자가 있어 함께 때론 따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 책상에는 다양한 책들이 읽어주길 기다리는 듯 나란히 서있다.
각자 읽을 책을 꺼내고 드라이 마티니, 압생트 마티니 그리고 금귤 보드카 토닉을 마신다.
압생트는 특이한 향 (양약의 향)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드라이 마티니와 금귤 보드카 토닉은 특유의 좋은 향이 입안을 가득채우고 오랫동안 머물게 했다. 2시간의 제한된 시간 속에서 이 공간을 제대로 즐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내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곧 망원동으로 이전하기에 이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다행이 방문할 수 있게 되어 행운이다. 새로운 곳은 물리적 공간부터 다방면으로 확장된다고 하니 지금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오픈하면 빠른 시일내에 방문해 보는 것으로...
그리고 경의선숲길을 걷는다. 날은 시원하지만 무거운 백팩과 1시간 반 가량의 산책이 몸을 달구고 땀을 흘리게 한다. 그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