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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마음

essay drive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5-09-08 22:19
조회
227
좁은 집에 의자가 3개나 있다. 4개지만 밥먹는 용도니 빼고. 거실에만 2개, 방에 1개가 자리잡고 있다. 책상 의자, 책상을 바라보는 1인 쇼파, 방에서 콘텐츠 감상용 캠핑의자가 있다. 큰 틀에서 휴식을 위한 용도지만, 나름의 역할이 존재한다. 1인 쇼파는 잠을 제외하고 가장 편하게 쉬고 싶을 때 사용한다. 몸도 마음도 피곤할 때 적당히 푹신한 의자에 앉아 스툴에 발을 얹고 있으면 세상 편하다. 눕는 것 빼고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3개의 의자는 각기 다른 크기의 책장이 존재한다. 소파 옆에는 사진집과 다양한 장르의 책이 꽃혀있거나 쌓여있다. 메인 책장이다. 컴퓨터 책상에는 읽기 어렵거나 벽돌책이 자리해 있다. 조금 긴장한 상태로 읽어야 하는 책들이기도 하지만, 책상에 놓여있으면 가장 폼이 날 것 같아서다. 캠핑 의자 옆에는 아트북과 영화, F1 관련 서적이 자리해 있어, 생각 날때마다 꺼내서 정보 습득 및 기분 전환을 시도한다. 

 

의자에 따라 읽는 책도 다른 것 같지만 딱히 구분 짓지는 않는다. 다만 의자 옆에는 읽다면 책이 쌓여있는건 공통사항이다. 현재 진행형이지만 마지막으로 읽은지 1년이나 넘은 것도 있는데, 여태까지 읽은 분량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으니 책갈피를 빼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집중력 저하로 한권을 끝까지 읽지 못 한다. 조금만 지루하거나, 이해되지 않는문장이 이어지면 금새 다른 책으로 옮겨간다. 영상도 끝까지 보지 않고 바로 다음으로 넘긴다고들 하는데, 책의 숏폼화인가 싶어 조금은 걱정이다. 그러면서 지난 주에는 교보문고에 들러 또 책을 구매했다. 흥미로운 제목과 내용,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은 끝없이 나온다. 백수가 되어 하루 20시간 독서를 해도 다 읽지 못 할 것이다. AI한테 시켜 인터넷에 널부러진 책의 정보 수집을 부탁하거나 유튜브의 요약을 볼 수도 있다. 적어도 책은 그러고 싶지 않아서, 가능한 읽고 싶은 건 구입하거나 밀리를 통해 조금씩 읽고 있다.  

 

어찌보면 책, 독서에 집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35살 이전에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많아야 1년에 3권 정도였다. 이어폰과 동급 수준으로 항상 가방에 챙겨 다녔지만 읽는 날은 없었다. 우연히 알게된 온라인 독서 모임을 통해 매일 자신이 읽은 책을 인증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의 읽은 흔적에서 자극이 되어, 읽기 시작한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뒤늦게 시작된 독서 생활의 집착은 수집욕으로 전환되어 버렸다.  

 

독서는 본질적인 행위로 시작해서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된다. 독후감을 쓴다던지, 좋은 문장을 수집 및 기록, 모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까지. 독서 그 이상으로 뻣어나가지 못 하는 지금, 아쉬운 것도 많지만, 관심있는 분야, 흥미있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남들이 하니까 다 해보려는 마음은 본질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럼에도 글을 읽고 느낀 점, 아름다운 문장은 나누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을 넘기며 끝맺음을 하기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즐기고 공유하고 싶다. 

 

앞으로도 한 권 진득하게 읽기보다, 이 책, 저 저책 돌아가며 읽을 것이다. 머릿글 이상 나아가지 못 한 책이 쌓여있더도, 서점 방문을 멈추지는 않겠지. 나란히 등을 대고 서있는 책장, 무관심하게 쌓여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책탑을 바라본다. 이 또한 기록의 한 종류이며, 한 사람의 취향 모음집이다. 조건이 허락한다면 이 취향을, 이 풍경을 공유하고 싶다. 자칭 ‘대영서가’를 공유하고 싶다. 최근 신월동에 오픈한 사진책카페 ‘사진서가’라는 곳을 방문한 후 꿈이 되었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중요한 지금 꿈이라는게 생겼다. ‘사진서가’는 완벽한 이상향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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