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15년, 239번의 레이스 스타트 만의 첫 포디움

계속 흐른다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5-07-07 09:55
조회
691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즐기고 몰입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번째로 재미고, 두번째는 좋아하는 선수나 팀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응원하게 되는 마음, 세번째로 치열하고 잔인한 승부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감동이다.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승리를 따내는 선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언더독의 반란, 치열한 승부끝에 마지막 9회말 2아웃에서의 역전 그리고 꾸준함 속에 오랜 시간을 버티고 이겨내며 결국 포디움을 달성하는 일 등 스포츠 안에서도 다양한 순간이 존재했고, 현재도 이뤄지고 있다.

어제밤에 열린 F1의 2025시즌 12라운드 영국 GP에서는 그 감동의 순간이 펼쳐졌다. 시작 전부터 비가 내렸고 경기 도중에도 폭우가 쏟아지며 많은 드라이버가 사고로 경기를 포기했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수중 경기의 경우 그만큼 변수가 많이 발생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자주 목격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20대의 차량이 그리드에서 신호와 함께 출발할 때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2010년 데뷔 후 239번의 그리드에 섰지만 한 번도 포디움(3위 이내)에 서 본적이 없는 선수가 있다. 독일 출신 킥 자우버 팀의 '니코 훌켄버그'다. 데뷔 후 7번의 팀 이적, F1 경력 도중 팀을 찾지 못 해 약 2년간 타 카테고리에서 레이스를 펼쳤고, 3년 동안은 리저브 드라이버로서 서킷에서 제대로 달려보지도 못한 선수다. 그럼에도 15년간 최고의 자동차 레이스 경주인 F1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이 선수의 실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영국 그랑프리에서 그 실력을 증명했다. 출발 그리드의 순서를 정하는 퀄리파잉을 통해 19위로 시작한 그였다. 5명의 선수가 리타이어 하는 가운데, 날씨 변수를 이겨내고 오랜 경력다운 드라이빙으로 마침내 239경기 만에 3위를 차지하며 포디움에 올랐다. 결승선 통과 후 동료인 베르스타펜은 훌켄버그 옆에 나란히 달리며, 자신이 우승한 것 마낭 주먹을 불끈 쥐며 축하했고, 차에서 내린 후 팀 동료들과 축하 자리에서는 마치 월드 챔피언을 한 것처럼 흥분 그 자체였다.

영국에서만 9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14번의 포디움에 오른 루이스 해밀턴의 팬이지만, 훌켄버그와의 3위 싸움에서는 그를 응원했다. 아마도 F1을 사랑하는 거의 모든 팬이 응원하지 않았을까?

혹자는 비라는 변수 때문에 운이 좋았다,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F1을 꾸준히 보다 보면 운은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19위로 출발하더라도 트랙에서의 변수를 견뎌내고, 다른 차량과의 충돌을 피하며, 팀의 적절한 전략과 빠른 피트스톱(타이어 교체)이 모두 합쳐져야 그 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1위로 달리더라도 갑작스런 바람에 차량이 흔들려 트랙을 벗어나 벽과 충돌할 수도 있는 것이 F1이다.

37세로 현역 F1 드라이버 중 3번째로 고령인 그는 여전히 시속 300km 이상으로 서킷을 누빈다. 포디움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함을 보여준다면 언젠가는 좋은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맛에 스포츠를 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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