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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긍정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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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4-07-22 16:10
조회
672
에세이 드라이브 60기 첫 번째 글

 

작은 글로 흔적을 남깁니다. 

 

“회원님 5개만 더 가볼게요. 다섯, 넷, 셋, “ 

 

어김없이 마지막 세트는 개수를 채우지 못하고 마무리한다. 이미 하체는 조져질 대로 조져져 일어서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PT 종료 후 유산소를 하기 위해 러닝머신에 올라선다. 올라서 있지만, 걷기도 힘든 상태로 봉에 기댄 채 조금씩 속도를 높여 간다.  

 주 2회 PT, 3회 이상 개인 운동은 퇴근 후 저녁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정이 되었다. 약속이 있는 날도 운동복과 운동화를 챙겨 집에 오는 길에 잠깐이라도 땀을 빼고 귀가 한다. 운동 생활은 어느덧 2개월 정도 되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에서 무너진 정신력을 세우기 위해 시작했다. 다이어트, 몸짱이 아닌 이 한 몸 건사하기 위한, 생존을 위해 시작했다.  

 

어떤 분이 그러셨다. “2, 30대의 운동은 저축이고, 40대 이후의 운동은 현상 유지”라고. 확실한 효과는 있다. 쓸데없는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졌고, 몸과의 대화가 많아져 조금 더 친밀감이 느껴졌다. 음식에서 신경을 쓰게 되면서 만성이었던 소화불량의 빈도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전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다양한 식재료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다. 

 최소 주 4회 이상은 운동을 하는 생활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장점은 당연히 건강 상태의 회복이다. 단점은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는 것. 퇴근 후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 운동하면, 시계는 10시를 지나고 있다. 책도 읽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지난주 찍은 사진을 고르고, 무한도전도 봐야 한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 이런 생활이 주는 단점은 시간 관리라는 장점으로 진화되기도 한다.  

 

흔들리는 버스와 지하철 속에서 소설 한 줄 더 읽으려 하고, 떠오르는 글감을 메모하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빨래를 돌려놓고,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며, 청소기를 돌리고, 내일 입을 옷 정리 등 한 치의 빈틈을 주지 않는다. 모든 일이 끝나면 비로소 나를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 비록 30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 시간은 전적으로 본인의 통제하에 제어된다. 대부분 유튜브나 음악 감상으로 지워지지만, 거친 야생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감성 에너지는 가득 채워줘야 한다.   

 일상에 운동이라는 블록 하나가 들어왔을 뿐인데, 하루를 마무리하는 감정은 사뭇 다르다. 주말 동안 하루 종일 침대와 한 몸이 되어도 운동하고 나면, 뿌듯함이 샘솟아 어깨 운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뽕이 차오른다. 운동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매일 주어지는 24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삭제되지만, 허무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만으로 아주 행복하다. 수없이 많이 들었지만, 행복은 별것이 아녔다. 열심히 운동하고 집안일을 끝내고 난 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어라? 나 긍정 에너지가 넘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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