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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건 많지만,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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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5-12-20 16:35
조회
206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기 시작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몸과 건강에 민감해 지고 있다. 그 전까지는 운동이라고 해봐야 매일 1만보 걷는 수준이었다. 식단 조절 전혀 하지 않고 걷기 만으로 1달에 1kg은 감량되는 엄청난 성과가 있었지만, 꾸준하지 못 했다. 근력운동을 하면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운동에도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르고 있었다. 몇 년 전 잠깐 배웠던 탁구를 다시 해볼까? 수영을 해볼까? 등산을 해볼까? 수영을 제외하고는 익숙한 활동이다. 등산은 6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최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부산의 금정산을 자주 다닌 몸이다. 못 간 지 몇 년은 되었지만, 거짓말 많이 보태서 눈감고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지금 사는 곳 근처에 야트막한 산이 있지만 3개월에 한 번 오르는 수준이다. 서울에 살게 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고작 인왕산 두 번 가본 게 전부다. 그래, 다시 등산을 해보는 거야!

 

겨울이면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눈꽃 산행’ 눈이 내린 산을 운행하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춥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눈앞에 펼쳐질 상상을 하니 당장 뛰어서라도 오르고 싶다. 일단 이번 주말에 덕유산 곤돌라와 향적봉 대피소를 예약했다. 오후에 올라가 능선을 따라 운행하고, 일몰과 일출을 보기 위함이다. 지금 덕유산은 따뜻한 날씨에 눈이 많이 녹은 상태다. 일기 예보를 보니 다음 주 중순부터 눈 예보가 있다. ‘앗싸!’ 

 

한 겨울 등산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운행하다 보면 춥지만 더운 상태가 반복되어서 적절한 보온과 환기가 필요하다. 유튜브를 통해 한 겨울 덕유산의 모습을 예습하고, 필요한 장비를 체크한다. 일단 눈이 올 테니 아이젠은 필수. 추위를 많이 타지만 땀도 많이 흘리는 까다로운 몸을 위해 땀 흡수와 보온 그리고 통풍이 되는 옷들을 준비한다. 정상에 올라 풍경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려면 활동량이 줄어들기에 패딩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 처음에는 버너를 가져갈 생각이었지만 겨울 1박 산행은 처음이라 전투 식량으로 변경하고 주문했다.

 

군대에서도 전투식량류는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두어 개 여유 있게 주문해서 테스트 겸 맛보기를 했다. 한, 두 끼 정도는 충분히 때울만한 양과 맛이었다. 차가운 물만 부어도 발열제가 부풀어 오르며 열기를 내 뿜는 모습이 신기했다. 어렸을 물만 넣어도 움직이는 엔진이 발명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지만, 배터리로 차가 움직이는 세상이 되었다. 

 

새롭게 세팅한 의류를 테스트하기 위해 휴일 아침 7시 뒷산으로 향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산은 어두컴컴했지만, 휴대폰 플래시에 의지해서 걷다 보니 금세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첫 코스부터 수십 개의 계단을 오르니 땀이 차기 시작했지만, 얼굴은 찬바람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보온과 땀 흡수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둔 등산용 목토시와 헤드밴드를 착용했다. 추운 날에 땀을 흘리면 얼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군대 시절 혹한기 행군 때 얼어버린 머리가 헬멧에 붙어버린 경험이 있어서 겨울에 땀은 어떻게든 빨리 제거해야 한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1시간 30분 정도 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마쳤다. 병원에서는 큰 문제는 없다고 했지만, 무릎에서 통증이 살짝 올라왔다. 꾸준한 등산을 계획하고 있는데 몸 상태 이슈로 하지 못한다면 또 한 번의 좌절을 겪을 텐데, 당장 월요일에 진료 예약을 해야지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꾸준히 몸을 움직이니 좋은 점은 계속 다른 활동을 찾고 시도해 보는 것이다. 수영이 가장 하고 싶지만, 인기가 좋은 지 몇 개월이나 밀려 있어서 쉽지 않다. 내년 여름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면서, 근력 운동, 등산, 달리기 등으로 몸을 지키고 있어야겠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보다는 땀을 흘리는 활동 자체가 좋다. 일상에서 다양한 감정과 복잡한 생각을 잠시 비워두는 것이다. 이제는 채우기보다 비워야 하는 시점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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