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essay drive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5-11-29 01:32
조회
40
엄마 몸이 안 좋아서 집에 못 가겠다.
주말을 코앞에 둔 금요일 오후 엄마에게 전했다. 사실 부산행 SRT와 서울행 비행기는 지난주에 이미 취소한 상태였다. 올 설은 하노이로의 가족 여행, 추석은 서울 나들이로 올해는 부산 집에 한 번도 가지 않은 한 해가 될 듯하다.
이제는 집에 가는 것도, 가지 않는 것도 불편하다. 온전히 내탓이지만, 다른 핑계를 대며 회피한다. 참 핑계 하나는 잘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거짓말쟁이라는 말이다. 알고보니 속이려는 대상은 남이 아니라 나였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컨디션을 핑계로 주어진 주말이지만, 똑같은 루틴으로 시작한다. 병원 투어를 다녀온 후 헤드폰을 쓰고 의자에 앉아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다. 거장들의 터치는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던 눈물샘를 '톡' 하고 터트린다. 귀가하며 구매한 식빵를 맨입으로 오물오물하며, 이것이 눈물 젖은 빵이구나 하며.
기분 전환에는 청소가 최고다. 책상 정리를 하며 현상하지 않은 필름을 발견했다. 충격파에 물리치료를 받고 침까지 맞은 몸에 기력은 바닥이지만, 예전에 맡긴 필름도 찾을 겸해서 을지로의 고래사진관으로 향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 3층 계단을 힘겹게 올라 필름을 맡기고 셀프스캔을 시작했다. 부산 중앙동 일대를 다니며 찍은 부둣가와 해운대의 풍경이 담겨있다. 부산은 갔지만 집에는 가지 않은 불효자는 사진을 보정하며 눈물을 삼킨다. 이건 눈물 젖은 사진인가?
지난겨울 후지필름을 통해 참여했던 '천 개의 카메라 : 영등포' 전의 멤버들과 함께 셀프 사진전을 하기로 했다. 처음 선정된 테마는 "말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찍지 않았을 사진"이었는데, 높은 난이도 탓에 내가 제안한 'HOME'으로 변경되었다.
이미 초기 테마를 기준으로 작업 중이었기에 나의 제안으로 변경된 기쁨은 잠깐 오히려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최근에 만든 사진 웹사이트를 공개한 후 칭찬의 말씀을 여럿 수집했지만, 새로운 테마의 작업 기준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 비슷한 소재로 촬영한 사진은 있지만 꾸며낸 말로 끼워 맞추고 싶지는 않아 머리로는 계속 거부하고 있다.
분명 즐거운 고민이지만 집을 거부하고,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이 가득한 내가 'HOME'이라는 테마에 맞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었다. 현상된 사진을 보니 그곳에 답이 있었다. 수많은 배는 각자의 임무를 마치고 휴식과 점검을 위해 한 가닥 두꺼운 밧줄에 의지해 육지에 기대어 있다. 그곳이 그들의 집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파도에 군무를 추는 듯한 배들 뒤로 기억에 없는 오래된 우리 동네가 보인다. 일터 근처에 자리를 잡은 아버지는 엄마와 결혼하고 내가 태어났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육지로 올라온 후 지금의 동네로 이사 오셨다. 나의 동네라 부를 수 있는 곳. 어릴 적 친구들과 야구하고 술래잡기를 하던 골목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을이면 예쁜 단풍잎으로 물들인 마당이 있는 집도 아직 남아 있다. 이곳이 나의 동네이자 나의 집이다. 카메라가 향해야 할 곳을 찾았다.
추운 겨울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부산으로 향해야겠다. 가족들과 집 근처 북청 밀면집에 가야겠다. 친구를 불러 서면에서 소주 한잔을 해야겠다. 1인분에 3천 원이었던 삼겹살집은 이제 없지만, 만남의 광장이던 태화는 무신사가 자리 잡고 있지만, 여전히 서면은 서면이겠지. 결국 집으로 향한다.
주말을 코앞에 둔 금요일 오후 엄마에게 전했다. 사실 부산행 SRT와 서울행 비행기는 지난주에 이미 취소한 상태였다. 올 설은 하노이로의 가족 여행, 추석은 서울 나들이로 올해는 부산 집에 한 번도 가지 않은 한 해가 될 듯하다.
이제는 집에 가는 것도, 가지 않는 것도 불편하다. 온전히 내탓이지만, 다른 핑계를 대며 회피한다. 참 핑계 하나는 잘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거짓말쟁이라는 말이다. 알고보니 속이려는 대상은 남이 아니라 나였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컨디션을 핑계로 주어진 주말이지만, 똑같은 루틴으로 시작한다. 병원 투어를 다녀온 후 헤드폰을 쓰고 의자에 앉아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다. 거장들의 터치는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던 눈물샘를 '톡' 하고 터트린다. 귀가하며 구매한 식빵를 맨입으로 오물오물하며, 이것이 눈물 젖은 빵이구나 하며.
기분 전환에는 청소가 최고다. 책상 정리를 하며 현상하지 않은 필름을 발견했다. 충격파에 물리치료를 받고 침까지 맞은 몸에 기력은 바닥이지만, 예전에 맡긴 필름도 찾을 겸해서 을지로의 고래사진관으로 향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 3층 계단을 힘겹게 올라 필름을 맡기고 셀프스캔을 시작했다. 부산 중앙동 일대를 다니며 찍은 부둣가와 해운대의 풍경이 담겨있다. 부산은 갔지만 집에는 가지 않은 불효자는 사진을 보정하며 눈물을 삼킨다. 이건 눈물 젖은 사진인가?
지난겨울 후지필름을 통해 참여했던 '천 개의 카메라 : 영등포' 전의 멤버들과 함께 셀프 사진전을 하기로 했다. 처음 선정된 테마는 "말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찍지 않았을 사진"이었는데, 높은 난이도 탓에 내가 제안한 'HOME'으로 변경되었다.
이미 초기 테마를 기준으로 작업 중이었기에 나의 제안으로 변경된 기쁨은 잠깐 오히려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최근에 만든 사진 웹사이트를 공개한 후 칭찬의 말씀을 여럿 수집했지만, 새로운 테마의 작업 기준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 비슷한 소재로 촬영한 사진은 있지만 꾸며낸 말로 끼워 맞추고 싶지는 않아 머리로는 계속 거부하고 있다.
분명 즐거운 고민이지만 집을 거부하고,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이 가득한 내가 'HOME'이라는 테마에 맞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었다. 현상된 사진을 보니 그곳에 답이 있었다. 수많은 배는 각자의 임무를 마치고 휴식과 점검을 위해 한 가닥 두꺼운 밧줄에 의지해 육지에 기대어 있다. 그곳이 그들의 집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파도에 군무를 추는 듯한 배들 뒤로 기억에 없는 오래된 우리 동네가 보인다. 일터 근처에 자리를 잡은 아버지는 엄마와 결혼하고 내가 태어났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육지로 올라온 후 지금의 동네로 이사 오셨다. 나의 동네라 부를 수 있는 곳. 어릴 적 친구들과 야구하고 술래잡기를 하던 골목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을이면 예쁜 단풍잎으로 물들인 마당이 있는 집도 아직 남아 있다. 이곳이 나의 동네이자 나의 집이다. 카메라가 향해야 할 곳을 찾았다.
추운 겨울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부산으로 향해야겠다. 가족들과 집 근처 북청 밀면집에 가야겠다. 친구를 불러 서면에서 소주 한잔을 해야겠다. 1인분에 3천 원이었던 삼겹살집은 이제 없지만, 만남의 광장이던 태화는 무신사가 자리 잡고 있지만, 여전히 서면은 서면이겠지. 결국 집으로 향한다.
전체 0
전체 109
| 번호 | 제목 | 작성일 | 추천 |
| 109 |
원팀
디노
|
2026.01.09
|
추천 0
|
조회 15
|
2026.01.09 | 0 |
| 108 |
친구 같은 친구 같지 않은 그들
디노
|
2026.01.09
|
추천 0
|
조회 13
|
2026.01.09 | 0 |
| 107 |
하고 싶은 건 많지만, 하나씩
디노
|
2025.12.20
|
추천 1
|
조회 48
|
2025.12.20 | 1 |
| 106 |
너무 잘 알아서 탈이야
디노
|
2025.12.14
|
추천 0
|
조회 42
|
2025.12.14 | 0 |
| 105 |
나를 드러내는 유일한 방식
디노
|
2025.12.06
|
추천 0
|
조회 39
|
2025.12.06 | 0 |
| 104 |
HOME
디노
|
2025.11.29
|
추천 0
|
조회 40
|
2025.11.29 | 0 |
| 103 |
오랜만이야
디노
|
2025.11.22
|
추천 1
|
조회 112
|
2025.11.22 | 1 |
| 102 |
No body
디노
|
2025.11.17
|
추천 1
|
조회 112
|
2025.11.17 | 1 |
| 101 |
부자이긴 해요
디노
|
2025.11.10
|
추천 1
|
조회 156
|
2025.11.10 | 1 |
| 100 |
“… 스럽지 않네.”
디노
|
2025.10.20
|
추천 0
|
조회 231
|
2025.10.20 | 0 |
| 99 |
달릴 수 없으니, 쓴다.
디노
|
2025.10.13
|
추천 0
|
조회 179
|
2025.10.13 | 0 |
| 98 |
이적이 왜요?
디노
|
2025.10.06
|
추천 0
|
조회 189
|
2025.10.06 | 0 |
| 97 |
작가는 아닙니다만
디노
|
2025.09.29
|
추천 0
|
조회 174
|
2025.09.29 | 0 |
| 96 |
앗차 말차
디노
|
2025.09.15
|
추천 0
|
조회 283
|
2025.09.15 | 0 |
| 95 |
나누고 싶은 마음
디노
|
2025.09.08
|
추천 0
|
조회 280
|
2025.09.08 | 0 |
| 94 |
정말 원하는게 맞니?
디노
|
2025.09.01
|
추천 0
|
조회 274
|
2025.09.01 | 0 |
| 93 |
그래도 모르겠습니다.
디노
|
2025.08.24
|
추천 0
|
조회 239
|
2025.08.24 | 0 |
| 92 |
달리기 개근상
디노
|
2025.08.18
|
추천 0
|
조회 402
|
2025.08.18 | 0 |
| 91 |
그냥 해요
디노
|
2025.08.17
|
추천 0
|
조회 242
|
2025.08.17 | 0 |
| 90 |
어두운 텅빈 무대위의 또 다른 이야기
디노
|
2025.08.12
|
추천 0
|
조회 469
|
2025.08.12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