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body
essay drive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5-11-17 13:54
조회
43
병원 투어를 다녀온 후 온 숟가락 들 힘도 없어 의자에 스며들 듯 눕다시피 했다. 바깥 날씨는 참으로 좋았다. 가을의 끝자락임을 암시하듯 은행나무에는 절반가량의 노란 잎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나머지 절반은 인도에 카펫처럼 노랗게 깔려있다. 천천히 걸으면서 괜히 은행잎을 쓸 듯 걷는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2025년도 지나가겠네~ 하면서.
언제나 그렇든 쉽지 않은 한 해였다. 뇌가 멈춘 듯 일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권고사직 당해도 할 말 없을 정도), 큰 상처만 남기고 끝난 관계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괴롭힌다. 이에 더해 병원이라고는 치과밖에 몰랐던 내게, 거의 온 몸이 망가지는 경험을 하고나니, 말로 글로 표현하기 힘든 많은 생각이 들다가도 무념무상으로 이어졌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상태는 ‘0’이라기 보다 ‘Null’에 가깝다. 세상에 없는 존재랄까. 그 때문에 매주 같은 내용의 글이 반복되는 것은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의자의 스위치를 돌려 등받이를 다시 세우고, 발로 방향을 돌려 책상으로 시선을 돌린다. 내 마음과 머리속 만큼 아니 그 이상 복잡한 상태가 며칠째 유지되고 있다. 책상 상판의 색이 무엇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현재의 책상을 구입한 후 예전건 다리가 분해된 채 책장뒤에 있는듯 없는듯 숨죽이고 있다. 저 녀석을 꺼내서 독서 전용으로 만들고 복잡함을 절반으로 나눠보기로 한다. 결론적으로는 두 배가 되었지만, 시작은 언제나 처럼 창대했다.
두 개의 책상을 마주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적당히 크기였다. 벽이 있는 왼쪽에는 공간박스를 두어 사진집과 관련 서적의 자리를 만들었다. 가운데는 필기구와 만년필 잉크, 북스탠드, 안경 케이스 등 순서로 나열했다. 오른편에는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예정인 것들을 순서대로 쌓아놨다. 자 이제 완벽한 북데스크가 되었다. 근처 시장에서 쌀떡+밀떡 조합의 떡뽁이와 약간의 과일을 구입했다. 유튜브를 밥친구 삼아 매콤한 양념에 푹 담긴 떡뽁이를 쫀쫀하게 씹어 삼켰다. 얼른 치우고 사진집 하나를 꺼낸다. ‘Tokyo nobody’라는 제목의 책이다. 작가는 10여년 동안 사람이 없는 도쿄의 거리를 담았다. 주택가나 교외가 아닌 긴자, 시부야, 신주쿠 등 번화가의 모습임에도, 지나는 자동차나 사람의 모습은 그림자조차 찾을 수가 없다. 사진을 볼 떄 촬영 방법에 의문을 품었던 적은 없다. 허나 이 작품들은 어떻게 한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편으로는 분명 다른 의도가 있었을거라며 상상해보지만 도통 실마리는 잡지 못 하고 머리채만 잡다가 책을 덮었다.
복잡해진 머리를 운동으로 풀자며 어둑해진 노을을 바라보며 허벅지를 괴롭히고, 무릎은 배려하며 걸었다. 집에 들어서면 다른 성격의 두 책상이 마주 보는 풍경이 생경하다. 안개처럼 조금은 자욱하지만, 행복의 기운을 느끼는 공간을 마주한다. 우울한 기분, 텅빈 마음으로 휴일을 가득채울 뻔 했다.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며 흩어진 물건을 찾아 모으고, 필요가 사라진 것들을 눈 앞에서 치우니 큰 일을 해낸 듯 뿌듯함이 찾아왔다. 의자에 앉아 두 책상을 번갈아 바라본다. 내 공간은 비우기보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야 행복지수가 높아지는게 분명 하다. 적당한 조도 아래 글을 읽으며 보내는 일요일 밤, 너무 짧고 너무 빨리 흐르는 일요일 밤의 시간이 아쉬워, 내일의 컨디션은 생각하지 않고 새벽 2시까지 주변의 공기를 느낀다. 내일이 또 기다려 지기에 그만 느끼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월요일이 기다려 지는 이유는 함께 쓰는 동료 분들이 공유해 주시는 소중한 마음이 전해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월요병이 사라졌는데, 이게 다 ‘에세이 드라이브' 때문인 것 같다. 예전이면 키보드 누를 힘이 있을 때까지 쓰겠다고 다짐하겠지만, 요즘은 speech to text가 가능한 시대라 입만 살아 있어도 글을 쓸 수 있다. 아니 얼마 후면 think to text가 가능한 시대가 오겠지?
언제나 그렇든 쉽지 않은 한 해였다. 뇌가 멈춘 듯 일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권고사직 당해도 할 말 없을 정도), 큰 상처만 남기고 끝난 관계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괴롭힌다. 이에 더해 병원이라고는 치과밖에 몰랐던 내게, 거의 온 몸이 망가지는 경험을 하고나니, 말로 글로 표현하기 힘든 많은 생각이 들다가도 무념무상으로 이어졌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상태는 ‘0’이라기 보다 ‘Null’에 가깝다. 세상에 없는 존재랄까. 그 때문에 매주 같은 내용의 글이 반복되는 것은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의자의 스위치를 돌려 등받이를 다시 세우고, 발로 방향을 돌려 책상으로 시선을 돌린다. 내 마음과 머리속 만큼 아니 그 이상 복잡한 상태가 며칠째 유지되고 있다. 책상 상판의 색이 무엇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현재의 책상을 구입한 후 예전건 다리가 분해된 채 책장뒤에 있는듯 없는듯 숨죽이고 있다. 저 녀석을 꺼내서 독서 전용으로 만들고 복잡함을 절반으로 나눠보기로 한다. 결론적으로는 두 배가 되었지만, 시작은 언제나 처럼 창대했다.
두 개의 책상을 마주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적당히 크기였다. 벽이 있는 왼쪽에는 공간박스를 두어 사진집과 관련 서적의 자리를 만들었다. 가운데는 필기구와 만년필 잉크, 북스탠드, 안경 케이스 등 순서로 나열했다. 오른편에는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예정인 것들을 순서대로 쌓아놨다. 자 이제 완벽한 북데스크가 되었다. 근처 시장에서 쌀떡+밀떡 조합의 떡뽁이와 약간의 과일을 구입했다. 유튜브를 밥친구 삼아 매콤한 양념에 푹 담긴 떡뽁이를 쫀쫀하게 씹어 삼켰다. 얼른 치우고 사진집 하나를 꺼낸다. ‘Tokyo nobody’라는 제목의 책이다. 작가는 10여년 동안 사람이 없는 도쿄의 거리를 담았다. 주택가나 교외가 아닌 긴자, 시부야, 신주쿠 등 번화가의 모습임에도, 지나는 자동차나 사람의 모습은 그림자조차 찾을 수가 없다. 사진을 볼 떄 촬영 방법에 의문을 품었던 적은 없다. 허나 이 작품들은 어떻게 한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편으로는 분명 다른 의도가 있었을거라며 상상해보지만 도통 실마리는 잡지 못 하고 머리채만 잡다가 책을 덮었다.
복잡해진 머리를 운동으로 풀자며 어둑해진 노을을 바라보며 허벅지를 괴롭히고, 무릎은 배려하며 걸었다. 집에 들어서면 다른 성격의 두 책상이 마주 보는 풍경이 생경하다. 안개처럼 조금은 자욱하지만, 행복의 기운을 느끼는 공간을 마주한다. 우울한 기분, 텅빈 마음으로 휴일을 가득채울 뻔 했다.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며 흩어진 물건을 찾아 모으고, 필요가 사라진 것들을 눈 앞에서 치우니 큰 일을 해낸 듯 뿌듯함이 찾아왔다. 의자에 앉아 두 책상을 번갈아 바라본다. 내 공간은 비우기보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야 행복지수가 높아지는게 분명 하다. 적당한 조도 아래 글을 읽으며 보내는 일요일 밤, 너무 짧고 너무 빨리 흐르는 일요일 밤의 시간이 아쉬워, 내일의 컨디션은 생각하지 않고 새벽 2시까지 주변의 공기를 느낀다. 내일이 또 기다려 지기에 그만 느끼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월요일이 기다려 지는 이유는 함께 쓰는 동료 분들이 공유해 주시는 소중한 마음이 전해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월요병이 사라졌는데, 이게 다 ‘에세이 드라이브' 때문인 것 같다. 예전이면 키보드 누를 힘이 있을 때까지 쓰겠다고 다짐하겠지만, 요즘은 speech to text가 가능한 시대라 입만 살아 있어도 글을 쓸 수 있다. 아니 얼마 후면 think to text가 가능한 시대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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