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만나서 노는 것보다 집에 혼자서 카세트로 라디오나 음악을 듣던 10대부터 20대를 지나 30대 후반을 넘어서는 나의 감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가수가 몇 있다. 여전히 그들은 지금도 그 시절 음악으로 혹은 새로운 내 마음을 울리고 있고 힘들고 어려운 사회 생활, 타지 생활에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음악은 그런 것이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 하는 나에게 유일한 안식처.
그 뮤지션 중 하나인 김동률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오래된 뮤지션이지만 여전히 티켓파워는 막강해서 음악 스타일과 전혀 다른 전쟁같은 티켓팅을 성공하고 첫공과 막공 두번다녀왔다. 김동률 콘서트는 2013년, 2014년, 2015년에 이어 세번째 이지만 이전 공연은 하루만 다녀와서 많이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엔 작정하고 예매해서 어렵지 않게 좋은 자리를 예매하게 되었다.
칼퇴 후 바로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다행이 몇일 전 9호선이 연장 개통되어서 아주 편하게 다녀 왔다.
체조경기장도 리뉴얼해서 일단 외형은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내부는 크게 변화된게 없어서 그냥 걷만 번지르르하게 변했다는 생각이 좀 씁쓸했다. 요즘은 스포츠 경기보다 공연이 더 많이 치뤄질텐데 그런 부분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썻으면 어땟을까.
항상 음악뿐만 아니라 공연 연출에서도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는 그의 공연답게 무대 장치부터 눈에 띄었다.
첫날 금요일의 자리는 다행이 1층 플로어에 자리를 잡았는데 애초에 앞자리보다 사운드가 좋은 가운데 자리를 잡았는데 참 좋은 선택이었다.
공연은 역시나 불이 꺼지면서 동시에 The Concert의 ‘불이 꺼지고~~’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되었다. 공연 초반의 셋 리스트는 사실 예상한대로 흘러갔다. 대중적인 히트곡 중 대부분을 불러서 공연의 흥을 돋우고 본인도 이제 아는 노래는 다 나왔을거라면서 농담을 하기는 했지만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부를 정도로 좋아하는 곡들로 구성되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셋리스트>
–1부-
1. The Concert (불이 꺼지고) + 2. Grand Opening
3. Moonlight
4. 사랑한다는 말 + 5.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멘트)
6. 그럴수밖에
7. 내 사람
(멘트)
8. 오래된 노래
9. 오늘
(멘트)
10. 배려
11. 연극
(멘트)
12. 청춘
(멘트)
13. 그게 나야
– Intermission ‘인터뷰 영상’ –
-2부-
14. 꿈속에서
15. J’s bar
(멘트)
16. 사랑한다 말해도
17. 새
18. 하늘 높이
19. 고별
(멘트)
20. Requiem (with. 포레스텔라)
21. prayer (with. 포레스텔라)
22. 새로운 시작 (with. 포레스텔라)
(멘트)
23. Contact
(멘트)
24. 답장
(멘트)
25. 그 노래
(멘트)
26. 기억의 습작
—
(Encore)
27. 노래
3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상당한 양의 노래를 불렀고 좋아하는 노래도 많았다.
새롭게 편곡한 곡도 있었고 ‘포레스텔라’라는 4명으로 구성된 보컬그룹과 함께한 곡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닥 감흥이 없었다. 오리지널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김동률 본인이 부르는걸 가장 좋아하고 피쳐링의 경우 해당 가수가 직접 불러주는게 원곡에서 느꼈던 감정이 더 플러스되어 감동이되어 다가오는 것을 기존의 공연에서 너무나 많이 좋게 느꼈기 때문인데, 김동률 본인은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나는 그닥 만족스럽진 못 했다. (아이유가 안 나와서 그런건 아님)
이번 공연에서 특히나 좋았던 것은 역시나 신곡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발매 당시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답장’은 자주 듣고 있는데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주는 느낌이 아직까지 내 마음을 울리고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여전히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내가 바라는 상황.
첫날의 경우 NG가 있었는데 노래를 부르고 리프트를 타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던 상황에서 잘 못 발을 더뎌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다행이 웃으면서 농담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몇번의 공연을 보면서 실수를 본적이 없는데 그만큼 노래에 몰입하고 긴장한듯한 모습이어서 조금은 안타깝긴 했지만 별일 아니었던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첫공이라 그런가 사진을 찍는 사람도 너무 많았고, 찍는거야 그렇다쳐도 플래시를 터트리는 무식한 놈들은 무슨 생각인지 참 궁금하다. 지 밖에 모르는 인간들… 그리고 공연 후반에 1,2,3층 관객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는 행위를 하였는데 보자마자 ‘아 이거 나가린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마지막날에 그런 행위는 자제해 달라며 직접 멘트하셨다.
극장이든 공연장이든 이기적인 인간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참 짜증나고 힘들다.
어쨋든.
공연은 사운드, 조명, 무대연출 완벽했다. 사운드도 오케스트라와 밴드, 브라스 사운드가 균형있게 셋팅이되서 너무나 만족했다. 가끔 밸런스가 맞지않아 일부 악기의 소리를 듣기가 힘든 경우가 있는데 노래에 맞게 너무나 조화롭고 완벽한 사운드가 더 큰 감동을 주는 공연이었다.
두번째 날은 1층 왼쪽 사이드 쪽에 앉았는데 무대랑 조금더 가까워서 김동률의 노래부르는 모습과 밴드들의 연주를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단점은 사운드인데 한쪽 스피커의 소리가 중심이되어 나오다보니 반대편의 사운드는 경기장 한바퀴를 돌고 울려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이전에 항상 한번의 공연만 봐서 아쉬웠는데 이번엔 작정하고 두번의 공연을 봤는데 똑같은 셋리스트지만 그 감동은 두배가 아니라 세배, 네배로 받게 되어 유난히 힘들었던 올해의 마무리를 너무나 아름답게 하게된듯 하다.
오랫동안 항상 노래로 감동을 받고 자주는 아니지만 이렇게 공연으로 더 큰 감동과 힘을 받는데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본인도 음악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데 결국엔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 팬들과 많은 사람들이 더 사랑해주지 않을까 싶다.
모르겠고 오랫동안 음악 해줬으면 좋겠다.
어느새 나도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는 시점인데 어렸을적부터 좋아했던 가수의 음악을 지금도 듣고 공연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요즘들어 많이 느끼고 있다.
오래오래 좋은 음악 들으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