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초 울트라 급 뒷북 – 원조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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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절이었나?

암튼 몇년전에 본 글인데

떠돌다가 다시 발견..

재미있기도 하고

사실이든 픽션이든 저 남자가 부럽기도하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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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시작된 것은 그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의 놀이터 벤치에서다…

< 고 1 – 일곱 살 >

“아저씨 여기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저씨 울고 있었어?”

“아… 아니야…”

“피… 거짓말…”

“아니라니깐…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런 거야”

“알았어. 안 울었다고 해”

“진짜 안 울었다니깐…”

“알았다니깐”

.

.

.

.

.

.

.

.

[#M_더 보기|End…|

“……”

“……”

“…근데 꼬마야… 너는 어디 사니?”

“705동에 살아. 아저씬 어디 살아?”

“난 706동에 살아. 근데 꼬마야…”

“왜?”

“나 아저씨 아니거던. 나 이제 고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되었거던”

“그럼 오빠야야?”

“그렇지. 난 오빠야지”

“아냐. 오빠야들은 교복 입고 다녀. 아저씨는 교복 안 입었으니까 아저씨야”

“저녁에 집에 와서는 교복 안 입어. 그니까 오빠야라고 불러라 꼬마야”

“근데 아저씨”

“왜?”

“나 꼬마 아니거던. 나 일곱 살이거던”

“……”

“왜 말이 없어?”

“할 말이 없거던”

“……”

“……”

“아저씨, 내가 아이스크림 사 줄까?”

“아이스크림?”

“응. 나 아이스크림 사 먹으려고 밖에 나온 거거든”

“너처럼 꼬마한테 무슨 아이스크림씩이나 얻어 먹냐”

“그럼 안 먹을거야?”

“구구콘으로 사 와라”

“알겠어”

“아저씨, 구구콘이 없대. 그래서 브라보콘으로 사 왔어”

“월드콘도 없대니?”

“그걸로 바꿔다 줄까?”

“아냐. 그냥 먹을께”

“내가 까줄께 아저씨”

“^o^. 이런 건 남자들이 까 주는 거야. 내가 까 줄테니까 줘 봐”

“알겠어”

“근데 아저씨”

“왜?”

“아까 왜 울고 있었어?”

“아까?”

“응”

“아까… 안 울었어”

“자꾸 거짓말 하면 나쁜 어린이라고 부를 거다”

“아저씨보단 나쁜 어린애가 차라리 낫겠다”

“좋아. 그럼 앞으로 아저씨보고 나쁜 어린이 라고 부를거다. 평생 그렇게 부른다”

“평생?”

“그래. 내가 죽을 때까지 아저씨보고 나쁜 어린이라고 부를 거야”

“……”

“나쁜 어린이는 되기 싫지?”

“응… 나쁜 어린이는 싫어…”

“그럼 말해 봐. 아까 왜 울었어?”

“…엄마하고 아빠하고 싸웠어…”

“아빠가 엄마 막 때렸어?”

“……”

“다 그래. 우리집도 아빠가 엄마 막 때려”

“너네집도 그래?”

“응. 막 집어 던지고 싸우고 그래”

“우리집도 그래…”

“전에는 내 미미인형도 부러트리고 던지고 그랬다”

“우리 아빠도 내 항공모함 던졌어…”

“항공모함…?”

“응… 일년 동안 죽어라고 조립해 놓은 항공 모함이었는데… 그거 던졌어…”

“그럼 그거 다 부서졌어?”

“응… 부서져서 다시 조립하지 못하게 되었어…”

“그랬구나…”

“……”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몰라”

“왜?”

“언젠가는 부서질 물건이면 차라리 지금 부서지는 게 좋을지도 몰라”

“왜?”

“나중에 쓸모 없어져 잊혀지는 것보다 기억속에 소중히 간직되는 게 좋잖아”

“정말… 그럴까…?”

“그러엄. 지금은 속상해도 나중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거야”

“그래… 그렇게 생각해야지…”

“잘 생각했어”

“근데 꼬마야…”

“왜?”

“너 일곱 살 맞냐…? 어떻게 일곱 살 짜리가 그런 생각을 하니…?”

“책을 많이 읽어서 그래. 책을 많이 읽으면 어른이 빨리 돼”

“그렇구나”

“근데 아저씨…”

“왜?”

“아저씨는 고등학생 맞아? 고등학생이 장난감 부서졌다고 울어?”

“… 책을 안 읽어서 그래… 책을 안 읽으면 어른이 안 돼…”

“갖다 붙이기는”

“……”

< 고 2 – 초등학교 1학년 >

“아저씨 여기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저씨 또 울었어?”

“아니야… 울긴 왜 울어…”

“피… 또 거짓말 하는구나?”

“아니라니깐.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랬어”

“알았어. 안 울었다고 해”

“진짜 안 울었다니깐”

“알았다니깐”

“……”

“아이스크림 사 줄까?”

“… 꼬마한테 무슨 아이스크림을 얻어 먹냐”

“구구콘 없으면 월드콘으로 사 온다”

“알겠어”

“오늘은 구구콘이 있어서 사 왔어”

“니것도 줘 내가 까 줄께”

“알겠어”

“오늘은 왜 울었어?”

“그냥 울… 아니, 나 안 울었어”

“나쁜 어린이구나?”

“그래… 난 나쁜 어린이일지도 몰라…”

“평생 나쁜 어린이구나?”

“……”

“왜 울었어?”

“… 성적이 떨어졌어…”

“성적이 떨어져서 운 거야 아니면 성적 떨어져서 아빠한테 맞아서 운 거야?”

“… 맞아서 울었어…”

“몇 대 맞았는데?”

“점수 떨어진 만큼…”

“오십 대 정도 맞았겠네?”

“…칠십 대 맞았어”

“그걸 다 맞았어? 좀 깎아주지 않았어?”

“… 깎아줬어… 그래서 이십 대 맞았어”

“그럼 오십대나 덜 맞았네”

“응”

“이야… 아저씨 오늘 땡 잡았구나. 오십 대나 덜 맞고 말이야”

“그런가…?”

“그러엄 오십대 더 맞을 생각해 봐. 이십 대 맞고도 이렇게 아픈데 말야”

“그거 더 맞았으면 진짜 아팠겠지?”

“그렇지. 아저씨는 오늘 매를 벌은 거야”

“…그래도 많이 아픈 걸”

“어디가 아픈데?”

“여기 종아리하고… 그리고… 마음하고…”

“한번 봐봐… 이야… 빨갛게 부어 올랐구나. 내가 손으로 감싸 줄게”

“손으로 감싸 주면 좀 나아?”

“그러엄 원래 여자들 손이 약손이야”

“어… 진짜 좀 낫네…”

“그럼 이번엔 마음을 치료해 줄게”

“어떻게?”

“음… 일단 내가 한번 안아 주께… 좀 나았어?”

“… 따뜻해…”

“그럼 나은 거지?”

“아직 2% 부족해”

“알겠어. 그럼 이번엔 내가 뽀뽀를 해 줄께… 자… 됐지? 이젠 나았지?”

“응… 이제 나았어…”

“좋아?”

“응”

“얼마만큼 좋아?”

“하늘만큼 땅만큼”

“한번 더 해 줄까?”

“응”

“…이번엔 입술에 해 줄께”

“알겠어”

< 고 3 – 초등학교 2학년 >

“왜 이제 오냐. 아까부터 계속 기다렸는데”

“숙제하느라고 늦었어. 미안해”

“요즘 초등학교는 숙제도 내 줘?”

“아저씨 초등학교 때는 숙제 없었어?”

“나 학교 다닐 때는… 숙제 한 기억이 없는데…”

“숙제는 내 줬을 거야. 아저씨가 안 해서 그랬지”

“나 참… 하여튼, 빨리 구구콘 사 줘”

“알겠어”

“구구콘이 맛있어?”

“응”

“왜 맛있어?”

“비싸니까”

“비싸면 맛있는 거야?”

“…비싸니까 맛있는 거 아니야?”

“맛있어서 비싼 게 아니라?”

“그런가? 에이 몰라. 복잡해”

“나 참… 아저씨 이렇게 하면 대학 못 가”

`대학 얘기 꺼내지 마. 가뜩하나 스트레스야”

“아저씨는 나중에 뭐 할 건데?”

“나는 소설가가 될 거야. 소설가가 되어서 진한 사랑 이야기를 쓸 거야”

“소설가가 되려면 책도 많이 읽어야 되지 않아?”

“응”

“아저씨 책 많이 읽었어?”

“아니…”

“소설가가 되려면 이해력이 좋아야 하지 않아?”

“응”

“아저씨 구구콘이 비싸서 맛있어 아님 맛있으니까 비싸?”

“……”

“아저씨는 좋은 소설가가 될 거야”

“왜?”

“단순하니까”

“단순하면 좋은 소설가 되는 거야?”

“그러엄 단순해야지 순수하게 글을 쓸 수 있어. 순수해야지 감동시킬 수 있고”

“정말?”

“그러엄”

“근데… 너 정말 초등학교 2학년 맞냐?”

“아저씨는 고 3 맞어?”

“……”

“……”

< 21살(삼수생) – 초등학교 4학년 >

“아저씨 여기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저씨 또 울었어?”

“아… 아니라니깐…”

“……”

“……”

“구구콘 말고 구구 크러스터로 사 줄까?”

“… 새로 나온 거야?”

“응… 더 비싼 거야”

“비싼 거면… 맛있겠지…?”

“그렇겠지…?”

“그냥 구구콘 먹을래”

“왜?”

“비싼 것보다 맛있는 게 좋아”

“아저씨”

“왜?”

“맛있으니까 비싼 거야”

“맛있어도 비싸면 싫어… 이젠 내 분수에 맞을만큼 맛있는 게 좋을 거 같아”

“철 들었네?”

“고마워”

“자 받어”

“어… 왜 구구 크러스터야? 난 구구콘으로 먹을 건데”

“구구 크러스터보다 백만 배 비싼 거 먹어도 될만큼 아저씨는 훌륭한 사람이야”

“……”

“진짜라니깐”

“난 패배자야… 삼수까지 하고도 실패해서 군대로 쫓겨 가는 그런…”

“군대… 가…?”

“응…”

“언제 가는데?”

“모레…”

“…그렇구나…”

“나 지금 되게 무섭다… 아무것도 한 것도 없이 군대로 끌려 가는 거 같아…”

“……”

“남들 한번에 들어가는 대학… 계속 떨어지면서 허송세월만 하고…”

“왜 허송세월이니? 아저씨는 인생에서 가장 귀한 실패라는 경험을 하는 거라구”

“실패라는 경험…?”

“그래. 실패를 해도 충분히 만회가 가능한 이십대에 말이야”

“그럴까…?”

“한번 아파 본 사람은 그 병에 면역이 생기는 거야”

“그럼 나중에 또 아플 때엔 지금만큼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러엄 그리고 아프다고 주저앉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고 말야”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그 진부한 말이 진리라는 말이지?”

“그러엄… 역시, 아저씨는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아는구나”

“칭찬 받으니까 기분 좋네… 상은 없어?”

“상…? 흐음… 그럼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남들 보는데…”

“괜찮아. 여기 우리밖에 없잖아”

“나 원조교제 한다고 잡혀 가는 거 아닌가 몰라”

“잡혀가도 내가 잡혀 가. 아이스크림 사 주는 건 나니까 말야”

“그래도… 세상에 눈은 너무 사악해서… 저기… 그러니까…”

“왜 그러니. 우리가 이상한 짓 하자는 것도 아니고 심심한데 뽀뽀나 하자는데”

“그게… 근데…”

“진짜 말 많네. 지금 안 하면 삼 년을 기다려야 되잖냐. 잔소리 말고 일루 와”

“야아… 근데… 흐읍…”

< 25살(대학 1학년) – 중 2 >

“오랜만이네”

“진짜… 그 동안 별 일 없었어?”

“응. 아저씨도 별 일 없었어?”

“어. 이번에 학교 들어가서 지금은 기숙사에 있어”

“그랬구나…”

“방학이라 내려 왔는데… 너도 지금 방학이겠구나?”

“그렇지…”

“이제 중학생 되었겠네?”

“응”

“이야… 이젠 제법 키도 컸고… 이야…”

“왜 자꾸 가슴을 보냐”

“아니… 신기해서 말이야”

“신기할 게 따로 있지. 이젠 나도 어엿한 숙녀라구”

“그렇네 정말… 그럼 너도 H.O.T 같은 애들도 좋아하겠네?”

“가수? 노래는 좋아하지만 흔히 말하는 빠순이는 아니야”

“하긴… 너는 어려서부터 다른 애들하고 많이 틀렸지”

“아저씨도 다른 사람들하고 많이 틀렸지”

“그런가?… 하여튼,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이스크림이나 사 주라”

“아이스크림보다 떡을 사주고 싶은 걸”

“떡? 아하! 찰떡 아이스인가 그거 말이구나?”

“나 참.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 모르니? 아저씨 정말 국문과 맞니?”

“미운 놈 떡 하나? 하여튼, 떡 얘기하니까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떡 사와라”

“자, 찰떡 아이스”

“고마워”

“입 벌려 봐. 내가 넣어줄께”

“알겠어”

“슛! 고올인!”

“이 쫄깃쫄깃한 맛! 진짜 좋은 걸~~~”

“느끼하게 왜 그렇게 쳐다보냐”

“떡 하나 더 주면 안 잡아 먹쥐~~~”

“에이구… 어디서 되도 안 되게 애교는 배워 와서는”

“왜케 투덜거리냐. 내가 뭘 잘 못 했다구”

“오 년만에 나타나서는 떡 하나 안 주면 잡아 먹는다는 소리나 하고”

“진짜 잡아 먹을 줄 알았냐? 너 안 보는 사이에 쫌 소심해 졌다?”

“소심? 그래 내 이름 현소심이다”

“그래? 너 이름이 소심이었냐?”

“내 이름도 이제껏 몰랐지?”

“언제 말해줬냐”

“그래! 항상 말해줘야 아는 이 나쁜 아저씨야!”

“너 왜 그냐? 진짜… 너… 떡 하나 안 주면 잡아 먹힐 줄 알았냐…?”

“어디서 쌍팔년 때 줏어들은 개그나 하구 있네! 나 집에 갈 거야!”

“너… 홀로 집에…?”

“참 나…”

“미안하다. 어휘력 표현 연습 좀 하느라 그랬어”

“오 년만에 만나서 그렇게밖에…”

“응? 뭐라고?”

“아니다. 에휴… 나 먼저 집에 갈 테니까 나중에 또 보자”

“그래. 꼬마 아가씨 잘 가”

< 28살 – 고 2 >

“아저씨… 여기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저씨… 울고 있었구나…?”

“… 아이스크림 사 줘…”

“…그래…”

“구구콘으로…”

“…그래… 다 울고 난 다음에 사 줄께”

“……”

“가슴… 빌려 줄까…?”

“…… 응 ……”

“헤어졌어…”

“……”

“세상이 너무 현실적이야… 도저히 먹여 살릴 능력이 없더라…”

“……”

“어쩌면… 세상이 현실적인 게 아니라 내가 비현실적인 걸지도 몰라”

“……”

“국문과 나와서 뭘 하겠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글쟁이는 굶는게 운명이야…”

“……”

“나 같은 놈은 장가갈 자격도 없어… 식구들 다 굶겨 죽일 거야…”

“……”

“그녀를 떠나 보내고 콱 죽어 버릴까 생각도 했는데…”

“……”

“그냥 살았어… 목숨이라는 거 참 웃기더라… 오기가 생기더라…”

“……”

“가정을 꾸릴 자격이 없다면… 사랑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면…”

“……”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 거야… 사랑만 줘도 되는 그런 사랑을 할 거야…”

“……”

“그들에겐 사랑만 줘도 되겠지…?”

“그러엄… 사랑만 줘도 되지”

“그래…”

“사랑만 줘도 되는 여자를 만나서 결혼도 하고 말야…”

“그럴까…? 세상은 현실적인데…?”

“꼭 남자만 돈을 벌어 올 필요는 없잖아. 남자가 내조를 해도 되는 거구”

“그럴까? 그럼 나도 집에서 살림하고 글만 쓰고 아내 사랑만 해도 되나?”

“그러엄”

“아내가 약국문 닫을 때 셔터만 내리면 되는 거구?”

“그러엄”

“약국문 닫는 날엔 아내 운전수 하면서 들로 산으로 놀러 다니구?”

“그러엄”

“약국이 바쁠 때엔 내가 도시락 싸1 가지고 약국으로 가져가구?”

“… 이젠 그만 해라. 아주 약사 약사 노래를 해요”

“이야… 생각만 해도 좋다…”

“가슴에 자꾸 머리 좀 부비지 마라. 가슴 다 찌그러지겠다”

“허억… 미안해… 너무 푸근해서…”

“그렇다고 머리를 뗄 필요는 없어. 그냥 가만히 대고 있어”

“알겠어”

“…이젠 좀 나아졌니?”

“응”

“그래… 착하다…”

“나 이상해… 너한테만 오면 그냥 마음이 편해…”

“그래…”

“벌써 십년도 더 되었네 우리… 참 시간 빨리 흐른다…”

“그래… 그래도 아직 이 년이나 남았어”

“……”

“조금만 기다려… 십 년을 참았는데 이 년을 못 참겠니…”

“……”

“그 때까지 딴 생각 말고 몸 건강히 있어라… 알았지…?”

“……”

“아저씨…?”

“……”

“아저씨… 자니…?”

“…… 쿠울……”

“참 나……”

< 서른 – 대학 1년 >

“어… 너 여기서 뭐 하니?”

“어? 아… 그냥…”

“어째 오늘은 좀 바뀐 거 같다? 왜 니가 거기 혼자 앉아 있냐?”

“누구 좀 기다리느라구”

“누구?”

“그냥… 근데 아이스크림 사 줄까?”

“이야… 너 내가 아이스크림 사러 나온 거 어떻게 알았냐?”

“빠리 바케트 삼천원짜리 바닐라 통에 들은 거 사러 나왔지?”

“이야… 너 자리 깔아라”

“아이구… 거기 우리 엄마네 가게야. 아저씨 거기 단골인 거 벌써 알았어”

“증말? 이야… 세상 참 넓고도 좁네”

“세상에 좁은 게 아니라 아저씨가 단순한 거네요”

“그게 그런가?”

“아저씨, 나 할말 있어”

“그래? 나도 너한테 할 말 있는데 잘 되었다”

“할 말? 무슨 말인데?”

“너 먼저 해봐”

“아니야. 아저씨 먼저 해 봐”

“그래”

“……”

“너 이번에 약대 들어갔다며?”

“…응… 어떻게 알았어?”

“아파트에 소문이 파다해. 너 의대 들어갈 실력인데도 약대 들어갔다면서?”

“그런 소문은 잘도 들으면서 파리 바케트가 우리엄마인 줄 왜 몰랐니?”

“그게 그러나?”

“하여튼, 그래서?”

“어. 그래서 말인데…”

“……”

“니가 잘 알잖냐… 나 능력없는 서른 살 노총각인 거 말이야”

“그런데?”

“너는 이제껏 날 잘 봐왔으니까 누구보다도 날 잘 알 테고”

“그런데?”

“너는 똑똑하니까 내가 얼마나 순수하고 좋은 사람인지 설명을 잘 할테고”

“그런데?”

“… 몰라서 묻냐…”

“여자 소개 시켜 달라구?”

“응”

“그냥 약대 다니는 여자면 되는 거니?”

“아니”

“그럼?”

“니가 소개시켜 주는 여자면 되”

“왜?”

“널 믿으니까. 넌 현명하고 똑똑하고 정확하니까”

“그래?”

“넌 사람을 정확히 보고 내게 맞는 확실한 여자를 골라 줄 거니까”

“오호”

“날 사랑할 수 있는 여자, 그리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를 골라줄 테니까”

“얼씨구”

“너가 추천해 주는 여자라면 그 누구라도 오케이야”

“참 나…”

“왜… 도저히 안 되겠냐…?”

“서른먹은 남자가 갓 스물된 여자한테 중매를 부탁하는 건 세상천지에 없어”

“그냐…?”

“스무살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 더구나 결혼같은 건 먼 훗날의 일이라구”

“……”

“이제 갓 대학에 들어와서 부푼 꿈을 안고 한참 자유를 느낄 때라구”

“…… 그래…. 나도 알어…”

“그런 신입생한테 중매 같은 이야기나 하구 아저씨는 참 멋대가리도 없어”

“…… 잘못했어……”

“잘못한 건 알긴 아는구나?”

“그래……”

“그럼 이번 한번 뿐이야. 앞으로는 그딴 멋대가리 없는 프로포즈는 안 받어”

“그래… 머… 머라구…?”

“뭐긴 뭐야!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대놓고 고백을 하면 되지 왜 말을 돌리니!”

“……”

“현소심 너를 사랑한다! 나하고 결혼해 주라! 이렇게 말하면 되잖아!”

“……”

“일곱살 때부터 아이스크림 사주면서 공을 들여 놨건만 프로포즈도 제대로 못하구”

“……”

“내가 미쳤지… 저 늙다리 아저씨 키워 내느라 내 청춘을 바쳤으니 원…”

“……”

“기껏 키워 놨더니 한다는 소리가 여자를 소개시켜 달라구? 나 참…”

“그야… 니가 워낙 잘났으니까… 또… 나이차이도 너무 많이 나구…”

“아이구… 그런 사람이 빠리 바케트엔 왜 출근도장을 찍누?”

“……”

“우리 엄마가 웃겨서 혼났댄다. 여차하면 기둥에다가 절이라도 할 판이라던데”

“그야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아차!… 너 어케 알았냐…”

“웃겨 정말!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했냐! 이 단순한 아저씨야!”

“그래도… 근데… 너네 엄마가 나 좋아하실까…”

“걱정은 되나 보지?”

“응… 나 무지 걱정 돼”

“일곱 살 때부터 선언했었어. 나 저 아저씨한테 시집 간다구 말야”

“……”

“처음엔 장난으로 여기셨지만 벌써 십 삼년동안 마르고 닳도록 얘기를 했다구”

“……”

“이젠 포기하셨지 머. 목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 안 하는 날 잘 알거든”

“그럼… 나 너한테 장가 들어도 되…?”

“웃겨 증말! 나 말고 누구한테 가려고 그랬니!”

“세상 사람들이… 우리보고 원조 교제라구 하면 어떻게 하지?”

“맞는 말이잖아. 내가 일곱 살 때부터 아이스크림 원조 해 줬잖아”

“그게 그런가…”

“이젠 아무 걱정말고 글만 써. 세상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 줄 그런 글을 말이야”

“정말?”

“그래. 내가 아저씨를 먹여 살릴 테니까 아저씨는 세상 사람들을 먹여 살려”

“그럼 난 세상 사람들만 먹여 살리면 돼?”

“아쭈! 나는 밥만 먹고 사냐! 나도 사랑을 먹어야지!”

“그치! 너도 사랑을 먹고 살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지금 먹여주면 안 되냐?”

“야아… 사랑이 가슴으로만 먹냐… 자꾸 가슴으로 파구들면 어쩌냐…”

“잠깐만 기다려 봐… 현소심이 가슴이 얼마나 따뜻한데…”

“야아… 자꾸 쪼물락 거리지 마… 야아…”

“……”

세상엔 참 많고도 다양한 사랑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 아름답고 참되다 감히 말할 수 없겠지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랑하고 산다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평생을 살면서 인간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고 합니다…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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