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에 답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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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44
디노
키 마스터

    3월 31일 : 일요일

    오늘은 아침에 산에 가겠다짐을 실천했다. 조금 늦은 기상이지만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등산화 끈을 바짝 쪼인 후 집을 나섰다. 아직은 아침이 춥다. 걸으면 땀이 날듯해서 가볍게 입었는데 차가운 공기 탓에 몸이 달궈지지는 않았다. 하프 코스 정도만 산을 걸었다. 예쁜 꽃이 있으면 카메라로 담았고 지나가는 비행기를 멍하기 바라보기도 했다. 오랜만에 뒷산책은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사진 숙제도 있었고 찍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근처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조기 축구회 사람들이 있었고 연습 중이었다. 그들을 대상으로, 학교에 핀 꽃을 대상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활기찬 경기의 순간을 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연습시간이 길어 집으로 왔다. 선거가 코앞이다 보니 조기축구회 회원들에게 후보자가 홍보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파란 잠바여서 누군지는 알지만 딱히 호감있는 인물은 아니라 그냥 지나쳐 나왔다.

    햇님은 어느덧 머리 위로 올라왔다.

    집에 와서 양꼬치를 구워 먹었다. 냄새와 여기가 많이 나서 문을 열어 두고 그 앞에 불판을 놓고 선풍기로 바람을 빠져나가게 한 상태로 했다. 이렇게 까지 먹어야 하나 싶지만, 남은 것 처리해야지. 이렇게 하니까 그나마 냄새가 집안에 덜 남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양고기의 흔적은 발견할 수 있었다. 왠만하면 집에서는 돼지고기만 먹어야지.

    불판을 들고 왔다 갔다 하다보니 지금까지 한 번도 세척 안 한 탓에 기름기가 손에 묻어 나왔다. 불판, 기름받이, 플라스틱으로 된 하우징을 모두 세착했다. 속이 시원하다.

    적당히 쉬고 다시 베낭에 카메라를 넣고 용왕산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운동하는 사람 그리고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카메라를 3대나 넣다보니 가방이 무거워 근처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용왕산 입구는 개나리가 예쁘게 피어있었다. 아침과는 따뜻한 기온 탓에 많은 이들이 나와 함께 걸었다. 맑은 날 햇살을 받으며 걷다보니 괜히 기분이 설레였다.

    얕은 산 정상에는 큰 운동장과 러닝 트랙 그리고 어느 곳에나 있는 운동기구가 있었고 많은 이들이 공간을 활용하고 즐기고 있었다. 내 눈에 들어온 사람들은 3명이서 야구하는 아이들이었다. 투수를 피사체로 삼고 고속셔터 사진을 찍었다. 공을 던진 직후의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몇 장 남길 수 있었다. 덤으로 지나가는 헬기 사진도 찍었다. 결과물을 보니 KBS 방송국 소속이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정자가 있다. 앞에 나무가 있어 도심 풍경을 넓게 볼 수는 없지만 월드컵 경기장, 망원한강공원 멀리는 이대, 남산타워, 롯데타워까지도 보이는 곳이다. 하늘이 깨끗하지는 않아서 롯데타워가 명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형태는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망원렌즈의 힘을 느낀다. 강건거 망원한강공원이 눈앞에 다가온다.

    산을 내려오고 바로 밑 빌라촌에서 내려오는데 하늘에서 굉음이 들렸다. 뭔가 하고 봤더니 전투비행단이 행사 준비를 하는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럭키! 바로 망원렌즈를 끄너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거대한 소리도 멋졌고 서울 하늘에서 곡예 비행을 펼치며 연기를 내뿜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망원으로 가까이서 보니 더 멋졌다. 카메라를 가져오기 정말 잘했다는 것과 운수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은 오후 산책이다.

    내려와서는 안양천으로 향했다. 이제 벚꽃이 피기 시작했고 몇몇 나무는 만발 직전의 모습이기도 했다. 덕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산책하며 사진 찍고 구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까이는 꽃 사진 멀리는 건너편에서 운동하는 이들을 카메라로 담았다.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의 모습이다. 문득 교토의 가모강 풍경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산책도 너무 좋았는데, 익숙하지만 안양천도 참 좋은 곳이다. 매일이 이런 생활이면 좋았겠지만, 오늘의 감정은 느낄 수 없겠지?

    카메라 때문에 가방도 무겁고 많이 걷기도 해서 버스 타고 귀가했다. 더 걷고 싶은데 힘들어서 버스를 탓지만 걸어올껄 하는 후회를 조금 했다. 오늘의 풍경은 오늘 밖에 없는데…

    집에 오는 길에 시장에서 과일을 사서 왔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었더니 허기까지는 아니어서 크로플 6개를 구워 먹었다. 커피도 이미 2잔이나 마셔서 물로 대체했지만 단걸 많이 먹으니 조금 물리긴 하다. 하긴 6개는 과하긴 하지. 며칠 후의 여행을 위해 간단한 속옷부터 캐리어에 넣어두었다.

    아침과 낮에 많이 걸었던 것 같은데 1.4만보를 채 걷지 않았다. 혼자여서 그랬을까. 어쩃든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자연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함을 느꼈다. 멋진 하루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