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흔적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5-06-11 17:41
조회
127
아버지 건강검진 때문에 부모님께서 서울에 올라오셨다. 두 분 모두 은퇴 후 다양한 곳으로 여행 다니시며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계신다.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때문인지 아들과 함께하기 때문인지 조금은 설레는 모습에 행복해하시는 모습으로 맞이했다.
다행히 활동적이시라 집에만 있기보다 나가시는 걸 좋아한다. 덕분에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번잡한 도시보다는 한적한 곳을 찾았다. 마침, 나도 아직 가보지 못한 낙산공원 그리고 서울에 왔으나 한강은 한 번쯤 가봐야지 하는 생각에 선유도를 다녀왔다.
동대문에서 출발해 성벽을 따라 걷는 길은 서울 구경과 여유를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나보다 더 잘 걷는 두 분 덕분에 각자의 속도에 따라 걷고, 쉬고, 사진을 찍으며 그 시간을 기억했다. 새삼 여전히 건강하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안내자 역할을 다했다.
조금 더운 날씨지만 선유도에는 산책하거나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 소풍 용품을 챙기고, 시장에서 사 온 김밥과 참외 등의 먹거리를 꺼내 조촐한 소풍을 즐겼다. 선유도 구경을 위해 떠난 자리에 누워 오랜만에 자연 속에서 낮잠을 즐겼다. 얼마 만에 느끼는 편안함인지, 혼자였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었다.
외식을 선호하지 않으셔서 저녁 식사는 집밥으로 해결했다. 엄마는 시장에서 사놓은 채소로 반찬을 만들고 나는 상을 차려서 식사했다. 동생네 가족이 없이 셋이서 먹는 식사는 정말 오랜만이다. 밥상을 물리고 정리를 한 다음에도 엄마는 쉬지 않는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 정리된 듯 정리되지 않은 부엌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으셨다. 하지 말래도 쉬면 뭐 하냐며, 이게 쉬는 거라며 계속 손을 움직였다. 엄마의 수고를 보고 싶지 않아 괜히 시선을 반대로 돌렸다.
건강 검진을 마치고 마지막 식사를 대접한 후 서울역에서 배웅해 드렸다.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했다."에 한 울컥.
집에 와서 냉수를 마시기 위해 장에서 컵을,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냈다. 차원이 다른 깔끔함에 두 번 울컥.
역시 엄마의 흔적이 묻은 곳은 깔끔함의 차원이 다르다. 울컥한 지점은 여전히 부모님이 바라는 삶을 살지 못해서라고 괜히 자책한다. 무슨 일이든 내 탓이라는 프레임에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인데 결국 되돌아왔다. 이 흔적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잘 하지 않던 부엌 정리를 해 본다.
다행히 활동적이시라 집에만 있기보다 나가시는 걸 좋아한다. 덕분에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번잡한 도시보다는 한적한 곳을 찾았다. 마침, 나도 아직 가보지 못한 낙산공원 그리고 서울에 왔으나 한강은 한 번쯤 가봐야지 하는 생각에 선유도를 다녀왔다.
동대문에서 출발해 성벽을 따라 걷는 길은 서울 구경과 여유를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나보다 더 잘 걷는 두 분 덕분에 각자의 속도에 따라 걷고, 쉬고, 사진을 찍으며 그 시간을 기억했다. 새삼 여전히 건강하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안내자 역할을 다했다.
조금 더운 날씨지만 선유도에는 산책하거나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 소풍 용품을 챙기고, 시장에서 사 온 김밥과 참외 등의 먹거리를 꺼내 조촐한 소풍을 즐겼다. 선유도 구경을 위해 떠난 자리에 누워 오랜만에 자연 속에서 낮잠을 즐겼다. 얼마 만에 느끼는 편안함인지, 혼자였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었다.
외식을 선호하지 않으셔서 저녁 식사는 집밥으로 해결했다. 엄마는 시장에서 사놓은 채소로 반찬을 만들고 나는 상을 차려서 식사했다. 동생네 가족이 없이 셋이서 먹는 식사는 정말 오랜만이다. 밥상을 물리고 정리를 한 다음에도 엄마는 쉬지 않는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 정리된 듯 정리되지 않은 부엌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으셨다. 하지 말래도 쉬면 뭐 하냐며, 이게 쉬는 거라며 계속 손을 움직였다. 엄마의 수고를 보고 싶지 않아 괜히 시선을 반대로 돌렸다.
건강 검진을 마치고 마지막 식사를 대접한 후 서울역에서 배웅해 드렸다.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했다."에 한 울컥.
집에 와서 냉수를 마시기 위해 장에서 컵을,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냈다. 차원이 다른 깔끔함에 두 번 울컥.
역시 엄마의 흔적이 묻은 곳은 깔끔함의 차원이 다르다. 울컥한 지점은 여전히 부모님이 바라는 삶을 살지 못해서라고 괜히 자책한다. 무슨 일이든 내 탓이라는 프레임에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인데 결국 되돌아왔다. 이 흔적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잘 하지 않던 부엌 정리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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