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
새벽감성1집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4-11-03 17:32
조회
364
그때였다. 혼자 순창으로 향했던 날. 혼자가 아니었지만 혼자있 것 같은 시간이 흐르던 그때. 오롯이 나를 잠시 벗어두고 생소한 마을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나고 싶었다. 한참 전에 북마크 해두었던 시골의 게스트 하우스를 향해 버스에 올랐다. 전라도는 두 번째였지만 그곳을 경험하는 것 처음이었다. 우등이 아닌 일반 고속버스의 좌석은 불편했지만, 새로운 풍경이 창문 가득히 펼쳐진 모습에 잠도 오지 않았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게스트 하우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장님께 문자로 도착을 알려드리고 방을 배정받았다. 가져온 등산화로 갈아신고 첫 번째 목적지에 향했다. 커다란 두 개의 바위산이 있고, 출렁다리로 이어진 곳이었다. 흐린 듯 했지만, 끝없이 펼쳐진 계단을 오르다 보니 저 말리 논에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시골의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왼쪽엔 겹겹이 산맥이 펼쳐지고, 오른쪽에는 강이 흐르고, 주위에는 드넓게 펼친 논밭이 펼쳐졌다. 맛의 고장 전라도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좋은 날씨 덕에 고민하지 않고 누른 셔터의 결과물도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보고, 눈으로 직접 바라보며 ‘안녕’ 인사를 건넸다. 시원한 바람이 답을 대신해 계단을 오르면서 맺힌 코끝의 땀 한 방울이 저 멀리 날아갔다. 평일임에도 방문객이 있어 외롭지는 않았지만, 이런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평안하다. 따스한 햇살과 바람은 사회생활에서 응당 겪는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으로 가득한 마음속에 환기가 되었다. 잠시나마 몸과 마음이 후련해졌다.
시골이다 보니 버스의 배차시간은 알 수 없었다. 정류장에 있는 시간표를 믿고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그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풍경을 눈으로, 사진으로, 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혹시나 했지만, 버스는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로 건너편으로 가서 지켜보기도 했지만, 가끔 승용차만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순창까지의 버스비만큼 지불하고 택시를 탔다. 비싼 돈을 지불한 택시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순창의 바람을 맞으며, 방금의 기억을 다시 꺼내어 본다. 평야에 높이 솟은 두 돌산에서의 경험과 스쳐 지나간 바람의 느낌은 아직 생생하다. 가끔 구름이 떠 있는 하늘과 그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눈 앞에 펼쳐진 모습과 함께 현실이 아닌 꿈속의 어딘가에 온 듯했다. 사실 꿈에서도 아름다운 경험은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동네 산책하러 나갔다. 근처에 작은 하천과 낮은 건물들로 이루어진 마을은 한적했지만, 을씨년스럽지 않았다. 마침, 하교 시간인지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았다. 매일 다니는 길이겠지만,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정자에 앉아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비치는 노을빛을 따라 서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나뭇잎 뒤에서 부서지는 붉은 햇살은 따뜻했다. 아무런 감정 없이 온 곳이지만, 떠날 때는 감성 한가득 앉고 버스에 올랐다. 작은 시골 정류장 몇 곳을 거쳐 고속도로에 올랐고, 다시 복잡한 강남에 도착했다. 지하철에 서서 눈을 감고 어제의 햇살을 떠올렸다. 스마트폰과 지하철 내의 조명은 차디찬 화이트의 빛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날씨 덕에 고민하지 않고 누른 셔터의 결과물도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보고, 눈으로 직접 바라보며 ‘안녕’ 인사를 건넸다. 시원한 바람이 답을 대신해 계단을 오르면서 맺힌 코끝의 땀 한 방울이 저 멀리 날아갔다. 평일임에도 방문객이 있어 외롭지는 않았지만, 이런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평안하다. 따스한 햇살과 바람은 사회생활에서 응당 겪는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으로 가득한 마음속에 환기가 되었다. 잠시나마 몸과 마음이 후련해졌다.
시골이다 보니 버스의 배차시간은 알 수 없었다. 정류장에 있는 시간표를 믿고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그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풍경을 눈으로, 사진으로, 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혹시나 했지만, 버스는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로 건너편으로 가서 지켜보기도 했지만, 가끔 승용차만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순창까지의 버스비만큼 지불하고 택시를 탔다. 비싼 돈을 지불한 택시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순창의 바람을 맞으며, 방금의 기억을 다시 꺼내어 본다. 평야에 높이 솟은 두 돌산에서의 경험과 스쳐 지나간 바람의 느낌은 아직 생생하다. 가끔 구름이 떠 있는 하늘과 그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눈 앞에 펼쳐진 모습과 함께 현실이 아닌 꿈속의 어딘가에 온 듯했다. 사실 꿈에서도 아름다운 경험은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동네 산책하러 나갔다. 근처에 작은 하천과 낮은 건물들로 이루어진 마을은 한적했지만, 을씨년스럽지 않았다. 마침, 하교 시간인지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았다. 매일 다니는 길이겠지만,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정자에 앉아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비치는 노을빛을 따라 서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나뭇잎 뒤에서 부서지는 붉은 햇살은 따뜻했다. 아무런 감정 없이 온 곳이지만, 떠날 때는 감성 한가득 앉고 버스에 올랐다. 작은 시골 정류장 몇 곳을 거쳐 고속도로에 올랐고, 다시 복잡한 강남에 도착했다. 지하철에 서서 눈을 감고 어제의 햇살을 떠올렸다. 스마트폰과 지하철 내의 조명은 차디찬 화이트의 빛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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