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보다는 앞팩
essay drive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4-07-29 16:10
조회
467
에세이 드라이브 60기 두 번째 글
초보 운전 시절 트라우마로 19년째 장롱면허다 보니, 대중교통 이야기를 또 꺼낼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외롭지 않게 언제나 함께하는 녀석은 백팩이다. 집-회사가 반복되는 평일에도 까만 가방은 늘 함께한다. 그 속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자신의 임무를 기다리며 숨 쉬고 있다. 가장 큰 수납공간에는 노트와 포스트잇 등이 들어있는 파우치와 만년필과 샤프로 가득한 뚱뚱한 필통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책과 함께 타인의 글을 읽으며, 줄을 긋거나 메모하기 위한 용도다. 필기구를 좋아했던 어렸을 적 취향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땀이 많은 몸이라 여름은 매우 힘들다. 휴지를 쓰고 싶지 않아 계절을 막론하고 손수건은 필수다. 이런 날, 바깥세상과 몇십분만 마주하면 얇은 녀석들은 금방 젖고, 높은 습도 탓에 빨리 마르지도 않는다. 선풍기 충전 스마트폰과 동급의 우선순위다. 출근길부터 땀 뚝뚝 떨어질 때면 책상 한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클렌징폼을 들고 세수를 하는 것이 첫 번째 일과가 되어버렸다. 에어컨 바람과 맞서기 위해서 보습 크림 구비도 필수!
깔끔함을 유지하기 위한 물건도 꽤 많다. 안경 렌즈에 티끌만 한 먼지나 얼룩은 절대 허용할 수 없어 필요한 클리너, 어느새 찝찝해진 손을 위한 알코올 소독제, 양치질을 할 수 없을 때를 위한 리스테린과 여기저기서 주워 담은 휴지와 물티슈는 만약에 대비해 5분 대기 중이다. 정작 사용할 일은 주 1회 남짓이지만 필요할 때 사용되는 소중한 휴대품을 볼 때면 무거운 가방을 이고 다닌 보람이 있다.
금요일이나 주말이 되면 무게는 킬로 단위로 올라간다. 카메라 때문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특별한 장소를 가지 않기에 일상에서 프레임을 탐색한다. 맑은 하늘 속 멋진 구름, 골목길 중간마다 보이는 자기만의 정원, 운이 따른다면 길고양이까지. 보이는 장면을 있는 그대로 담는다. 화려하고 멋진 풍경이 아니라 많은 호응을 받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는 생각을 하지만 “좋아요” 100개씩 받고 싶은 욕심은 감추지 못한다.
간혹 대중교통에서 백팩님를을 ‘백팩 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통로에서 그들은 매우 거슬리는 존재다. 버스와 지하철 내,외부 여러 곳에는 앞으로 매달라며, 문구와 방송을 내보내지만 대부분 신경 쓰지 않는다. 차에 오르기 전 앞팩으로 고쳐 매는 건 교통 카드를 꺼내는 일 것보다 우선이다. 타인에게 불편을 주기도 싫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툭툭 치다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사실 백(Back)보다는 앞이 더 편하다. 언제든지 필요한 물건을 꺼낼 수 있고 가방을 앉고 있으면 안정감이 들어 좋아한다. 가방 끝을 바싹 올려 메면 고개를 숙여 기댈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준다. 제대로 음악을 듣고 싶을 땐 좋은 유선 이어폰을, 책을 읽고 싶을 땐 종이책이나 이북 리더기를 꺼내기도 한다. 걷거나 뛰는 게 불편하지만 않다면 앞팩으로만 메고 싶다.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방이 필요하다. 거북이 등딱지처럼,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가방이 필요하다. 백팩이 3개나 있지만, 원하던 기능이 있는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예약은 했고, 펀딩이 끝난 후 배송되기만을 기다린다. 그 녀석에 도착할 때쯤에는 무더운 여름은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등에 맺힌 땀을 식혀주겠지. 새로운 가방과 그 속에 가득한 휴대품과 함께하는 일상의 여행이 기다려진다. 그때까지 연차를 아껴야지.
작은 글로 흔적을 남깁니다.
초보 운전 시절 트라우마로 19년째 장롱면허다 보니, 대중교통 이야기를 또 꺼낼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외롭지 않게 언제나 함께하는 녀석은 백팩이다. 집-회사가 반복되는 평일에도 까만 가방은 늘 함께한다. 그 속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자신의 임무를 기다리며 숨 쉬고 있다. 가장 큰 수납공간에는 노트와 포스트잇 등이 들어있는 파우치와 만년필과 샤프로 가득한 뚱뚱한 필통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책과 함께 타인의 글을 읽으며, 줄을 긋거나 메모하기 위한 용도다. 필기구를 좋아했던 어렸을 적 취향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땀이 많은 몸이라 여름은 매우 힘들다. 휴지를 쓰고 싶지 않아 계절을 막론하고 손수건은 필수다. 이런 날, 바깥세상과 몇십분만 마주하면 얇은 녀석들은 금방 젖고, 높은 습도 탓에 빨리 마르지도 않는다. 선풍기 충전 스마트폰과 동급의 우선순위다. 출근길부터 땀 뚝뚝 떨어질 때면 책상 한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클렌징폼을 들고 세수를 하는 것이 첫 번째 일과가 되어버렸다. 에어컨 바람과 맞서기 위해서 보습 크림 구비도 필수!
깔끔함을 유지하기 위한 물건도 꽤 많다. 안경 렌즈에 티끌만 한 먼지나 얼룩은 절대 허용할 수 없어 필요한 클리너, 어느새 찝찝해진 손을 위한 알코올 소독제, 양치질을 할 수 없을 때를 위한 리스테린과 여기저기서 주워 담은 휴지와 물티슈는 만약에 대비해 5분 대기 중이다. 정작 사용할 일은 주 1회 남짓이지만 필요할 때 사용되는 소중한 휴대품을 볼 때면 무거운 가방을 이고 다닌 보람이 있다.
금요일이나 주말이 되면 무게는 킬로 단위로 올라간다. 카메라 때문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특별한 장소를 가지 않기에 일상에서 프레임을 탐색한다. 맑은 하늘 속 멋진 구름, 골목길 중간마다 보이는 자기만의 정원, 운이 따른다면 길고양이까지. 보이는 장면을 있는 그대로 담는다. 화려하고 멋진 풍경이 아니라 많은 호응을 받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는 생각을 하지만 “좋아요” 100개씩 받고 싶은 욕심은 감추지 못한다.
간혹 대중교통에서 백팩님를을 ‘백팩 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통로에서 그들은 매우 거슬리는 존재다. 버스와 지하철 내,외부 여러 곳에는 앞으로 매달라며, 문구와 방송을 내보내지만 대부분 신경 쓰지 않는다. 차에 오르기 전 앞팩으로 고쳐 매는 건 교통 카드를 꺼내는 일 것보다 우선이다. 타인에게 불편을 주기도 싫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툭툭 치다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사실 백(Back)보다는 앞이 더 편하다. 언제든지 필요한 물건을 꺼낼 수 있고 가방을 앉고 있으면 안정감이 들어 좋아한다. 가방 끝을 바싹 올려 메면 고개를 숙여 기댈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준다. 제대로 음악을 듣고 싶을 땐 좋은 유선 이어폰을, 책을 읽고 싶을 땐 종이책이나 이북 리더기를 꺼내기도 한다. 걷거나 뛰는 게 불편하지만 않다면 앞팩으로만 메고 싶다.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방이 필요하다. 거북이 등딱지처럼,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가방이 필요하다. 백팩이 3개나 있지만, 원하던 기능이 있는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예약은 했고, 펀딩이 끝난 후 배송되기만을 기다린다. 그 녀석에 도착할 때쯤에는 무더운 여름은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등에 맺힌 땀을 식혀주겠지. 새로운 가방과 그 속에 가득한 휴대품과 함께하는 일상의 여행이 기다려진다. 그때까지 연차를 아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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