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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마주하는 것

essay drive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4-07-01 16:06
조회
446
에세이 드라이브 59기 두 번째 글

 

작은 글로 흔적을 남깁니다. 

  

 정신과 육체의 아픔이 병원을 거쳐 헬스장으로 향하게 했다. 7년 전 잠깐의 백수 시절 PT를 했지만, 신청한 횟수를 채우지 못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다르다. 다이어트나 몸짱이 목표가 아니라, 살기 위함이다. 움직이고 땀을 흘림으로써 나타나는 효과를 믿고 시작한다.  

 첫 주의 헬스장 출퇴근은. 어색했다. 이 곳에서 내 몸이 가장 볼품없는 것 같고, 가장 가벼운 무게로 운동하는 것 같았다. 2주 차가 되면서 쓸데없는 생각보다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힘을 축적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한다. 가벼운 러닝으로 시작된 몸부림은 날마다 비슷하지만, 다른 루틴으로 몸과 친해지고 대화한다. 이제 4주 차이지만 나의 함성에 몸이 반응하고 메아리쳐 가슴에 와닿기 시작한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다.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고 쉼을 선택했지만, 한 세트 더, 하나 더, 하나 더, 속으로 되뇌며, 발가락 끝에 남아있는 힘까지 끌어 올린다. 

 

 거친 숨을 쉬며 물 한잔하는 내게 헬스장 실장님이 한 마디 건넨다. 

“머리띠까지 하시고 열심히 하십니다.”
“열심히 해야죠. ㅎㅎ” (살려면…)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다. 미루고 미루다 지금에 와서야 시작한 운동이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주 4회는 헬스장으로 출근한다. 사실 재미있다. 운동하고 땀 흘리는 행위가 주는 뿌듯함과 만족감을 이제야 알았달까? 

가끔 저녁 시간에 러닝머신을 뛰다 보면 눈앞에 붉은 하늘이 가득하다. 뛸 맛이 난다. 오늘은 10분 더 뛰어야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오른쪽 허벅지가 땅겨오면 그제야 빨간색 ‘STOP’을 누른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매우 무겁지만, 기분은 노을 진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기분이다. 이렇게 좋은 걸 이제야 알게 된다니.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견딘 후 얻게 되는 보람을 알게 되어 기쁘다.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던 지난날의 모습이 떠오른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아쉽지만, 내일은 조금 더 견디고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다. 운동의 목적은 살기 위함이지만, 꾸준히 오래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본다. 몸의 변화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믿으며. 

 이렇게 영원히 지워질 것 같지 않던 체크리스트에 한 줄이 그어졌다. 아니 반 정도는 그어진 것 같다. 하나씩 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글도 잘 써지는 날이 오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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