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잡러의 생활
essay drive
작성자
디노
작성일
2024-06-03 15:59
조회
331
에세이 드라이브 58기 두 번째 글
작은 글로 흔적을 남깁니다.
벌써 2개월 전이다. 4월 초 12년 만에 F1 그랑프리를 관람하기 위해 나고야로 향했다. 수요일 출국, 월요일 입국이었지만 4일 내내 F1이 열리는 스즈카 서킷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작 나고야는 다 합해봐야 12시간이나 즐겼을까? 오랜만의 F1 직관은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멋진 경험을 했다. 찍어온 사진도 수천 장에 달해 고르는 일이 2개월째 진행 중이다. (블로그에는 언제 올릴까…) 트랙을 달리는 자동차의 사진을 보면 약 350km로 달리는 F1카의 엔진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멀리서나마 응원하던 드라이버를 바라본 경험은 응원의 강도가 더 커지고 거칠어진다. 잘 좀 하자. 해밀턴, 잘 좀 만들자. 메르세데스. 하지만 내년에는 드라이버를 따라 페라리를 응원하게 되겠지?
2주 만에 만난 그녀와 나는 너무 반가웠다. 요리 수업하랴 카페 운영하랴 쉴 틈 없이 지내는 일상에 혼자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조금은 미안했지만. 덕분에 돌아온 서울 그녀와의 시간을 더 잘 보내고 있다.
3월에 개업한 후 거의 매주 찾던 퓸즈(@ffumz_)1는 그 사이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테이블에 놓인 꽃의 종류와 색이 바뀌었고, 새로운 음료 메뉴가 생겼다. 곧 여름이니 시원한 음료에 눈과 손이 간다.
맛있는 음식과 예쁜 카페에는 작지만, 분명한 나의 노력도 포함되어 있다. 주방의 스테인리스 식기는 팔에 알이 배길 정도로 연마제를 벗겨냈고, 공간 한켠의 하얀 커튼은 키가 큰 내가 달았으며, 가끔 셔터맨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픈 전 머핀을 굽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사기 위해 옆에 있는 마트나 망원 시장에 후다닥 다녀오기도 하고, 정말 가끔 아무나 쥐여주지 않는다는 식도를 들기도 한다. 작은 노력이 그녀에게는 큰 힘이 되는지 매번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가끔은 카페의 대표 메뉴인 머핀 플레이트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항상 그렇듯 플레이트에 채소 조각 하나, 후추 한 알 마저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운다.
얼마전에는 오랜만 함께 출근해서 조수로 오픈 준비를 도왔다. 덕분에 6월의 메뉴를 맛있게 먹고 카페를 떠났다. 이제부터는 나의 시간이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메고 근처에 있는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로 걸음을 옮겼다. 뜨거운 햇살 아래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큰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그 아래에서 신중하게 셔터를 누른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면 어르신이라는 데, 어릴 적부터 좋아했으니, 원래 어르신인 건가? 어르신이 되지 못할 운명인건가?
일요일이라 강변북로에는 차로 가득했지만, 다행히 정체가 심해 소음이 크지 않아 한적한 산책과 22년 차 초보(?) 사진사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가까이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다는 감탄의 마음. 달려가면 멀지 않은 곳에 혼자 카페를 지키고 있는 그녀 생각이 교차하여 좋다가도, 슬프다가도 오락가락하며 망원동을, 마포구를 떠났다.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행복 가득한 시간이었다. 그녀는 5월 내내 서교에 위치한 로컬스티치에서 조식과 점심을 제공하는 일을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같이 일어나 음식을 만들고, 카페 일을 하고, 가끔은 요리 수업까지 하면서 대단한 한 달을 보낸 그녀.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했다. 그래봤자 마포구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수역에 내려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면서 던진 그녀의 말이 예뻤다.
“우리 데이트 하는 것 같아…”
홍대 거리를 걸으며, 각자의 추억이 있는 장소를 소재 삼아 대화를 나누고, 화덕 피자와 파스타를 먹고, 합정동, 발전소를 거쳐 한강을 산책하는 어찌 보면 흔한 일상이었다.
그러게 이런 시간을 가진 게 얼마 만이었지?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3잡을 했던 5월을 지나 2잡러로 돌아온 그녀. 우울한 일상을 보내고 다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파트타임 퓸즈 셔터맨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 다잡러가 된 나.
6월의 첫 주말부터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기에 괜스레 6월이, 여름이 기대된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여전히 우울과 공황의 굴레에서 맴돌고 있지만, 그녀가 있었기에 무사히 빠져나오고 있다.
다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 지금, 그 모든 것을 즐기고 공부하기에 하루가 너무 짧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하나씩 즐기며 작은 행복을 쌓아 나간다. 나는 엄청 오래 살 것 같으니까.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도 오래오래, 퓸즈도 오래오래, 그녀의 요리 수업2도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일요일의 밤에 몸을 맡겼다.
작은 글로 흔적을 남깁니다.
벌써 2개월 전이다. 4월 초 12년 만에 F1 그랑프리를 관람하기 위해 나고야로 향했다. 수요일 출국, 월요일 입국이었지만 4일 내내 F1이 열리는 스즈카 서킷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작 나고야는 다 합해봐야 12시간이나 즐겼을까? 오랜만의 F1 직관은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멋진 경험을 했다. 찍어온 사진도 수천 장에 달해 고르는 일이 2개월째 진행 중이다. (블로그에는 언제 올릴까…) 트랙을 달리는 자동차의 사진을 보면 약 350km로 달리는 F1카의 엔진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멀리서나마 응원하던 드라이버를 바라본 경험은 응원의 강도가 더 커지고 거칠어진다. 잘 좀 하자. 해밀턴, 잘 좀 만들자. 메르세데스. 하지만 내년에는 드라이버를 따라 페라리를 응원하게 되겠지?
2주 만에 만난 그녀와 나는 너무 반가웠다. 요리 수업하랴 카페 운영하랴 쉴 틈 없이 지내는 일상에 혼자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조금은 미안했지만. 덕분에 돌아온 서울 그녀와의 시간을 더 잘 보내고 있다.
3월에 개업한 후 거의 매주 찾던 퓸즈(@ffumz_)1는 그 사이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테이블에 놓인 꽃의 종류와 색이 바뀌었고, 새로운 음료 메뉴가 생겼다. 곧 여름이니 시원한 음료에 눈과 손이 간다.
맛있는 음식과 예쁜 카페에는 작지만, 분명한 나의 노력도 포함되어 있다. 주방의 스테인리스 식기는 팔에 알이 배길 정도로 연마제를 벗겨냈고, 공간 한켠의 하얀 커튼은 키가 큰 내가 달았으며, 가끔 셔터맨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픈 전 머핀을 굽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사기 위해 옆에 있는 마트나 망원 시장에 후다닥 다녀오기도 하고, 정말 가끔 아무나 쥐여주지 않는다는 식도를 들기도 한다. 작은 노력이 그녀에게는 큰 힘이 되는지 매번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가끔은 카페의 대표 메뉴인 머핀 플레이트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항상 그렇듯 플레이트에 채소 조각 하나, 후추 한 알 마저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운다.
얼마전에는 오랜만 함께 출근해서 조수로 오픈 준비를 도왔다. 덕분에 6월의 메뉴를 맛있게 먹고 카페를 떠났다. 이제부터는 나의 시간이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메고 근처에 있는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로 걸음을 옮겼다. 뜨거운 햇살 아래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큰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그 아래에서 신중하게 셔터를 누른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면 어르신이라는 데, 어릴 적부터 좋아했으니, 원래 어르신인 건가? 어르신이 되지 못할 운명인건가?
일요일이라 강변북로에는 차로 가득했지만, 다행히 정체가 심해 소음이 크지 않아 한적한 산책과 22년 차 초보(?) 사진사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가까이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다는 감탄의 마음. 달려가면 멀지 않은 곳에 혼자 카페를 지키고 있는 그녀 생각이 교차하여 좋다가도, 슬프다가도 오락가락하며 망원동을, 마포구를 떠났다.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행복 가득한 시간이었다. 그녀는 5월 내내 서교에 위치한 로컬스티치에서 조식과 점심을 제공하는 일을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같이 일어나 음식을 만들고, 카페 일을 하고, 가끔은 요리 수업까지 하면서 대단한 한 달을 보낸 그녀.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했다. 그래봤자 마포구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수역에 내려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면서 던진 그녀의 말이 예뻤다.
“우리 데이트 하는 것 같아…”
홍대 거리를 걸으며, 각자의 추억이 있는 장소를 소재 삼아 대화를 나누고, 화덕 피자와 파스타를 먹고, 합정동, 발전소를 거쳐 한강을 산책하는 어찌 보면 흔한 일상이었다.
그러게 이런 시간을 가진 게 얼마 만이었지?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3잡을 했던 5월을 지나 2잡러로 돌아온 그녀. 우울한 일상을 보내고 다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파트타임 퓸즈 셔터맨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 다잡러가 된 나.
6월의 첫 주말부터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기에 괜스레 6월이, 여름이 기대된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여전히 우울과 공황의 굴레에서 맴돌고 있지만, 그녀가 있었기에 무사히 빠져나오고 있다.
다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 지금, 그 모든 것을 즐기고 공부하기에 하루가 너무 짧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하나씩 즐기며 작은 행복을 쌓아 나간다. 나는 엄청 오래 살 것 같으니까.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도 오래오래, 퓸즈도 오래오래, 그녀의 요리 수업2도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일요일의 밤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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